유희0 0

퓨슐랭 리스트업을 하겠다고 결정한 뒤로 쭉 고민이 있었습니다

1스타는 사실상 그냥 '음식이 맛있고 서비스가 친절해요' 수준이며

2스타부터 추천할만한 맛집이 되긴 하지만

3스타는 라멘집 하나를 제외하고는 나오질 않았거든요

나중에 체크리스트를 만들어서 좀 체계적으로 관리하면 대부분의 문제는 해결되겠지만

3스타를 줄만한 가게가 없는건 아주 슬픈일입니다

11월 18일. 긴 공백기를 뚫고 두번째 퓨슐랭3스타 자리를 차지한 '소연옥' 입니다

외관사진을 찍지않아 부득이하게 다운로드한 사진을 이용합니다

분점이 몇군데 있지만 부산 서면 옆 전포동에 있는 전포점이 본점으로, 본점을 방문했습니다.

캐치테이블을 이용해 앞에 30팀이 있을때 미리 웨이팅을 걸고 출발해서 2시간 조금 안되게 걸렸네요.

5시까지 브레이크타임이지만 4시 40분부터 웨이팅을 걸 수 있으니 방문에 참고해주시면 되겠습니다.

규카츠가 메인, 연어가 훌륭한 사이드를 채워주는 집입니다.

스테이크용 살치살을 버터를 두르고 구워먹는 규카츠로, 

가게 앞에서부터 은은하게 나는 버터향은 식사를 기대하게 만들기에 충분합니다.

친절한 직원분들과 아늑한 인테리어는 굉장히 편안한 마음으로 식사에 임할 수 있게 해주죠

제가 주문한건 1.5줄짜리 점보 정식입니다. 오늘 한 가장 큰 실수로, 무조건 2줄짜리 더블을 주문하시는게 맞습니다.

규카츠 첫점은 무조건 굽지 않고 생으로 먹어보는데, 고기의 질과 튀김의 정도를 확인하기 위함입니다.

고기 자체의 질이 굉장히 훌륭하며, 튀김옷이 바삭하지만 날카롭지 않아 먹기에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고기의 질 자체가 좋은 가게들이 가진 특징 중 하나는 소금을 내어준다는 것입니다.

고기가 좋으면 소스는 오히려 고기의 개성을 죽여버리게 되거든요

규카츠가 담긴 접시에 당당히 소금과 와사비가 얹어져서 나옵니다

제가 규카츠를 먹고 평을 할때 공통적으로 신경쓰는 부분이 있는데, 힘줄과 질긴부위의 유무입니다

부위가 부위이다보니 씹을때 불쾌한 걸림 없이 굉장히 부드러웠습니다.

규카츠집에서 규카츠가 맛있는걸로 이렇게까지 극찬을 하는게 맞는가?

네

적어도 제가 가본 가게중에는 가장 맛있었습니다

더불어 다른 재료에도 신경을 많이쓴게 느껴지는것이, 규카츠에 곁들일 양파나 와사비의 질도 훌륭했습니다.

첫 와사비 경험이 굉장히 매워서 와사비를 별로 즐기지는 않는 편이었지만, 

맵지않고 와사비 향만 은은하게 남는게 정말 가능하다는걸 알게된 뜻깊은 날이기도 해요

저는 양파를 싫어해서 먹지 않았지만 같이간 미식가 친구의 말에 따르면 양파도 쏘는 맛 없이 좋았다고 합니다.

심지어 미니우동조차 단순 시판품보다 후추향과 가쓰오부시향이 많이나서 좋았습니다

규카츠만 놓고봐도 이미 경험한 식당중 최고인데, 사소한 재료 하나하나까지 신경을 써줍니다.

저정도 퀄리티의 규카츠 정식이 20500원입니다. 가격이 말도 안되게 싸다고 느꼈어요

(후라토식당도 고기질이 좋기는 했습니다만, 어느지점을 가든 힘줄이 느껴지는 부분이 꼭 있더라구요.

사용부위의 한계겠지만 소비자에게 그런건 중요하지 않죠

무엇보다 좀 먹겠다 하면 3만원을 가볍게 넘어버리니 다소 부담을 느낄수도 있습니다

가게 이름을 까먹은 다른 가게의 경우 소연옥과 가격은 비슷한 선이었으나 고기질이 실망스러웠습니다

튀김옷이 육즙에 젖어 뭉게지는 부분도 있었죠)

직원분들도 친절해서 굉장히 좋았습니다. 

좌석에서 바로 결제하는 방식이라 편하기도 합니다.

전포역에서도 가깝고, 주변이 가정집이라 시끄럽지도 않습니다.

적어도 부산 어디에 있든 규카츠를 먹고싶다면 이곳에 가겠습니다.

정말이지 오랜만에 감탄이 나오는 식사, 여운이 오래남는 식사였네요

퓨슐랭 3스타, 소연옥 전포본점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