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젤리 0

암송왕.

유희왕이 한창 유행하던 시절, 아시아 최대규모의 권세를 지니고 있던 한국 기독교계에서 직접 제작한 '성경암송 카드게임'.

예수, 모세, 베드로 등등 성경속에 나오는 인물들과 성경에서 그려진 사건 들을 모티프삼아 만들어진 카드를 이용하는 게임으로,

반격을 상정하고 만든듯 한 예수카드와 파워플러스 카드, 약간 겹치는 감이 있는 이름 (~~왕), 팩을 이용해 카드를 뽑는 등 여러방면에서 유희왕을 의식하며 만든 티가 나는 게임이다.

하지만 암송왕이 왜 암송왕이겠는가?

암송왕에겐 그 어떤 카드게임도 따라할 수 없는, 아주 특이한 개성이 하나 있는데, 

그것이 무엇이냐 하면 바로 '암송' 되시겠다.

암송왕 카드의 하단엔 길게는 두세줄의 성경 구절이 적혀 있는데, 카드를 사용하려면 이 구절을 모두 '암송' 해야 한다.

보고 읽으면 안된다. 외워서 말해야한다. 자기 덱에 들어가는 카드의 구절정도는 다 외워둬야 게임을 편히 할 수 있으므로, 자연스레 성경과 친해지게 되는 구조인 것이다.

그리고 이 게임엔 크게 정해진 룰이 없다. 카드 따먹기를 해도 되고, 딱지를 쳐도 되고, 누가 암송을 더 빨리하는가 경쟁해도 된다. 그야말로 무한대의 변형이 가능한 만능 놀거리.

이쯤되면 알겠지만, 이거 똥겜이다.

만든 사람은 좋은 영향을 기대했겠지만, 실제론 재미도 뭣도 없는 의미 불명의 트레이딩 카드뭉치가 탄생했을 뿐이었다.

그렇게 암송왕은 소리소문 없이 역사속에 묻혀지게 된다.

그러니까, 적어도 2017년 3월 13일까진 그랬다.

이 때를 기점으로, 국내 암송왕계는 크게 술렁이기 시작한다.

모두가 예상했다시피, 위 글은 공들인 유머 낚시글에 불과했다. 성경을 좀 아는 누군가가 웃자고 쓴 글인것이다.

하지만, 한국기독교총연합회 측에서 발표한 한 소식이 모든것을 뒤집어놓게 된다.

눈치챘는가?

그렇다. 진짜로 발매를 시켜버린 것이다.

진짜로.

일러스트레이터까지 고용해서 진짜로.

저게 가짜처럼 보이는가?

여하튼 상황은 급변하기 시작한다.

거의 10년만에 리뉴얼과 함께 다시 돌아온 암송왕은 그 유니크함과 재미덕에 국내 딱지판을 휩쓸기 시작했고,

급기야 국내 최대의 교회라 불리우는 여의도 순복음교회에서 대회를 개최시키는 지경까지 이르게 된다.

그에 발맞추어 양질의 정보글들이 쏟아지기 시작했고,

그렇게 다시 돌아온 암송왕은 국내에서 알만한 사람은 다 안다는 갓겜이 되었다.

암송왕이 이탈리아, 바티칸 등지의 교회들과 교류하며 세계진출을 노리고 있는 요즘, 여러분들도 100% 국내제작 갓겜 암송왕에 입문하여 성경과 친해져 보는 것은 어떨까?

우리는 언제나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다. 믿음의 문은 언제나 열려있으니, 마음 편하게 와서 놀다가면 좋을 것 같은 요즘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