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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니어: 오토마타」의 2B에 관하여 (장문주의)

운서화
2022-09-02 10:48:22 766 3 2

제리 씨가 2B 의상을 입게 된 기념 삼아 끄적끄적 해봅니다 ㅋㅋㅋㅋ
장문입니다.
그리고 요약 없습니다.


작년 어느 때였나, 시점은 정확히 기억나지 않지만
제리 씨가 시청자 분들에게
"당신은 어쩌다 트수가 되었나요?" 하는 질문을 한 적이 있었죠.
제 이유가 바로 「니어: 오토마타」 관련 정보를 찾다가
게임 방송까지 보게 되어서... 였습니다.

e9d3692704e23931cbf56db7f1d1ec28.jpg

왼쪽이 9S, 오른쪽이 2B.

게임 배경은 이미 황폐화된 지구에서의 전쟁입니다.

갑자기 나타난 외계인들은 인류를 본따 '기계생명체'를 창조합니다. 자가 수리 및 복원, 신규 생산까지 자체적으로 해내기에 이들은 기계임에도 '생명체'라 불리게 됩니다.
기계생명체는 외계인들의 수족이 되어 지구를 공격하고, 인류는 연전연패 끝에 지구에서의 주도권을 빼앗기고 달까지 후퇴합니다.

달에서 절치부심한 인류는 전쟁을 위한 '안드로이드'를 제작하였고, 이들을 '인류군'이라 부르며 기계생명체 및 외계인과 전쟁에 돌입합니다.
배틀(Battle) 타입, 스캐너(Scanner) 타입, 헬퍼(Helper) 타입 등등 제각기 목적에 따라 다양한 능력으로 제작된 안드로이드들이죠. 이들이 모여 하나의 부대를 이루어 전투를 수행하게 되는 것입니다.

주연 캐릭터들인 9S, 2B는 모두 이 인류군 소속이며, 작중의 전투는 '제 14차 기계전쟁'으로 불리죠.

이 아래부터는 게임 내용 스포일러 폭발입니다.
어차피 나온 지 몇 년 된 게임이니 하실 분들은 다 하셨겠지만.

080453bf61b055e060d9035727219d0b.png

커다란 기계생명체와 맞선 2B.


작중 인류는 이미 절멸했습니다.


외계인 침공 시점에서, 이미 인류는 지구에 없었어요.
(자세한 건 전작 「니어: 레플리칸트」의 이야기이므로 스킵.)
외계인이 기계생명체를 만들 때 복제한 것은 인류의 잔재와도 같은, 준 인간형 병기 '에밀'이었습니다.

재미있는 건, 어쨌거나 원래 인간이었던 것을 모방했기에 기계생명체는 인류와 같은 향상성을 가졌습니다.
작중 모습을 보면 기계면서도 엄마, 아빠, 자식 등으로 유사 가족을 이루고, 정치를 하며 부락 혹은 왕국을 이루고, 성관계를 흉내내거나, 연극 작품을 상연하기도 하지요.
이 향상성으로 인간을 모방하며 진화한 기계생명체는 자신들의 창조주인 외계인을 멸망시키게 됩니다.


하지만 기계생명체는 최초의 목적, "전쟁"을 저버리지 않았습니다. 자신들에게 가장 처음으로 입력된, 자신들이 존재하는 이유니까.
그래서 기계생명체들은 자신들의 창조주는 절멸시켰을지언정,
자신들의 상대인 안드로이드들, 인류군은 전멸시키지 않습니다. 전쟁이 성립하려면, 적이 있어야 하잖아요.

거꾸로, 안드로이드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전작 「니어: 레플리칸트」에서부터 존재했던 소수의 안드로이드에게 최우선 사항으로 프로그래밍되어 있던 것은 바로 인류의 존속이었습니다.
간신히 남겨진, 하지만 종의 부활까지 이어지긴 어려울 만큼의 적은 유전자 정보.
안드로이드가 이미 멸종해버린 인류 대신 달에 보관한 건 그뿐이었습니다.

가능성은 낮지만, 인류가 부활할 터전은 어쨌거나 지구.
빼앗긴 지구는 되찾아야 합니다.
전투 계열에서 자신들의 떨어지는 성능을 자각한, 원래 지구에 있던 안드로이드들은 거꾸로 기계생명체를 카피하여 전투용 안드로이드, 인류군(요르하 부대)을 제작합니다.
하지만 기계생명체와 인류군 안드로이드들의 뿌리가 같다는 소식도, 이미 인류가 절멸했다는 소식도 전투용 안드로이드들이 알아선 안 됩니다.

"For the glory of Mankind!"

인류의 번영을 위하여.
안드로이드들이 기계생명체와의 전쟁에 나서기 전 부르짖는 구호입니다.
전투용 안드로이드들은 철저하게 속고 있습니다.
'달에 생존한 인류가 있다'고 말이죠.
이들을 더 잘 속이고자 속이 텅텅 빈 보급용 로켓이 달로 쏘아올려지기도 합니다. 인류가 먹고 사는 데에 필요한 물자를, 달에서는 구할 수 없으니까.

이런 판국에 인류의 멸종이 알려진다면?
전투용 안드로이드들은 무슨 생각을 하게 될까요?

b20ce0701a8caa5dfa5ad034d5ad4b84.png

2B와 9S에 대치 중인, 은폐된 사실을 알고서 인류군을 탈주한 또 다른 기체 A2.


어쨌거나 진실을 숨기기란 쉽지 않은 법.
9S와 같은 스캐너(Scanner) 타입은 정보 수집 및 분석에 특화되어 있습니다. 전쟁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9S는 필연적으로 인류가 멸종했다는 진실에 도달하게 됩니다.
하지만 그게 알려져선 안 되죠.
2B, 전투(Battle) 타입으로 알려진 그녀의 진짜 정체는 사실 E타입, Execute, '처형하는 자'입니다. 전쟁 중 어느 때라도 9S가 진실에 도달하면, 그를 죽이는 거죠.
어차피 안드로이드, 기억은 소거되지만 기능은 그대로인 채 부활합니다. 부활한 9S는 처음 만난 것처럼 2B에게 인사하고, 다시 함께 전장에 투입되죠.

2B는 자신의 운명을 저주합니다.
9S를 몇 번이고, 몇 번이고 죽여야 하는 자신의 운명을.
또 다시 웃으며 나타나 자신에게 인사하는 9S를 멀리 하려고도 해 봤고, 심지어 미워하려고도 해 봤지만 그렇게 되지 않습니다.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9S는 어떨까요.
기억은 소거되더라도, 정보 처리 능력은 그대로입니다. 아니, 오히려 성장하죠. 기계생명체의 향상성처럼, 그들을 카피한 안드로이드 또한 점점 더 나아집니다. '진화'한다고 볼 수도 있을까요.
9S가 진실에 도달하는 속도는 갈수록 빨라집니다. '숨겨진 타입인 E형이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바로 2B의 진짜 정체를 추리해낼 만큼. 그래서,

9S 또한 내심 알고 있습니다.
2B가 자신의 사형 집행인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9S는 다시 2B에게 인사를 건네고, 또 가까워집니다. '나인에스'가 아닌 '나인즈'라는 애칭으로 불러달라면서 말이죠.
사랑하게 되었으니까.


324bc4dfe4e042322e628fcae7170ca4.jpg결국 2B는 누군가의 손에 죽게 되고, 9S는 모든 걸 등지고 2B의 복수만을 위해 행동하게 됩니다.


둘의 사랑을 그저 남녀 간의 애정으로 국한해서 볼 수도 있겠지만, 넓게 보면 가족애로 보이기도 하고, 한 쪽이 한 쪽을 끊임없이 죽인다는 점에서 또 다르게 읽히기도 합니다.
작중 다른 인물이 9S에게
"넌 사실 2B를 XXXX하고 싶어하잖아." 라고 말하는데,
이것이 fuck이냐, kill이냐 여러 해석이 있죠.
둘 다 사랑에서 나올 수 있는 감정이란 점에서 흥미롭기도 하고요.


이처럼 슬픈 스토리 외에도 2B라는 캐릭터를 유명하게 만든 건 바로...


e19d5dc10e12ae497940b7d7cd1c15b0.png

움짤 넣으려다 실패하고 귀찮아서 그냥 짤로 대체.


이 뒷태죠.

2B는 원래 스커트를 두르고 있지만,

자폭을 하고 나면 스커트가 날아갑니다.

안드로이드니까, 자폭해도 무사히 부활하지요.


허허...


이야기하고자 하면 사르트르의 실존주의까지 끌어올 만한 작품이지만,

지금까지의 이야기로도 머리 아프니 이만 쓰도록 하겠습니다.


긴 글 읽는다고 고생하셨습니다.





2B 의상...

기대되네요hyunje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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