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긴 서울일 거 같아요 안대를 곧 벗으면 복잡하게 얽힌 차선들이 제 귀 위를 어지러이 지나치고 있을 거 같아요 아니 서울이 아닐 거 같아요 안대를 곧 벗으면 소, 닭 소리가 좀 크게 날 거 같아요
일단 몸을 좀 뒹굴거릴게요 문을 열어달라고 하는 건 이미 열어두었으니 괜찮아요 앞에 검은 옷을 입은 사람 하나가 다 해결해줄 거에요 나쁜 사람은 아니에요 좀 늘어진 사람일 뿐이지, 낮에만 움직이고.
해가 점점 짧아져서 안대를 열면 알아요 안에 있는 거라곤 변변찮은 밑반찬과 어제 과일가게에서 사온 사과가 덩그러니 놓여있는 냉장고 위에 전자레인지 그 밑으로 흥건하게 흘러내리는 싯퍼런 시간들을 따라 걸어나오면 배달되어있는 건 또 소식들이라는 거 누가 살았대 누가 죽었대 누가 어디갔대
나는 어디 살았대?
나는 어디에서 죽었대?
나는 어디로 간대?
댓글 0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