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선을 들고 바람이 부는 날이 되면 저는 언젠가 제가 그렇게 똑같이 서 있던 어린 날에 잠시 살게 됩니다.
그날 저는 분명 풍선을 들고 바람에 흔들리는 계수나무 가지들을 쳐다보았습니다. 마치 날아갈 것 같이 푸른 날개들을 들고 땅에서 비행을 시도하는 그 날갯짓에 매료되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풍선이 흔들릴 때면 항상 풍선이 날아가지 않을까 하여 손가락에 집중하여야 했습니다. 까딱거리는 손가락과 날갯짓은 종종 불협화음이 되었습니다. 그럴 때마다 환상은 흔들렸지만 풍선은 제자리를 잘 찾아가는 물건이었고 화음은 곧 돌아왔습니다.
하지만 저녁이 될 때면 푸른 날개는 붉은 빛을 입어가며 저와의 작별을 고했습니다. 곧 검은색을 입으면 날갯짓이 아니라 하나의 어둠 속의 물결이 될 뿐이므로, 그렇다면 계수나무는 저를 저 깊은 심연으로 데려갈 것임을 알았던 것입니다. 집에 돌아와 석양을 쳐다보면서 다음날에 볼 계수나무의 이야기를 부모님과 나누면 더 많은 날개의 이야기들을 만들어갔지만 지금은 그 기억은 희미합니다.
지금은 날개가 사라진 자리에서 풍선을 들어서 오랫동안 그 사라진 날개의 오랜 움직임을 그리며 저녁을, 밤을 기다리며, 제가 이 자리에서 휩쓸려갈 물결을 처음으로 헤아려가며 이야기의 빈 구석을 메워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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