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과거와 교신을 시도한다
그러려면 내가 살아오면서 해온 언어의 호흡을 거꾸로 반복해야 한다. 과거를 그대로 재생하면 그만큼 과거는 내가 따라잡고 싶은 지점에서 멀어져버리니까.
처음엔 잘 되지 않는다. 조금 어려운 음절들, 예를 들면 "탬버린"을 거꾸로 말하면 "림버탠"이라는 식으로 받침들이 완전히 바뀌지 못한 채로 남아버리곤 했다. 많은 연습 끝에야 문장을 거꾸로 뒤집을 수 있었다. 그 후에는 내가 했던 음절들을 헤아리며 과거를 서서히 두드렸고,
"오늘은 정말 재밌었어요."
".요어있밌재 말정 은늘오"
이 두 말이 서로를 스쳐지나가면서 교신은 시작된다. 놀이터에 놓였던 나무의 위치가 흐릿해지면 동네를 울리던 목소리의 수가 흐릿해지고 음악 소리가 희미해지면 내 방의 모습이 흐릿해지지만 그런 중에도 "다란자 은들이아"며 5월을 풍선을 들고 지나갔다.
그러다 내 과거가 거꾸로 말하는 놀이를 배웠던 날을 만난다. 그 때부터 나는 조바심을 낸다. "지아강", "강아지." 내가 똑바로 말해야 할 때도 거꾸로 말하고 싶어지는 걸 억누르면서 과거를 계속해서 만나려고 했다. 내 과거가 그 놀이를 즐기기 시작하면서 내가 똑바로 말해야 할 시간이 늘어났다.
".요세게 히녕안"
"안녕히 계세요."
과거는 이내 내 앞으로 달려나간다. 내 입이 잡은 조종간이 그렇게 점점 흔들거린다. 입은 긴급착륙이 필요해 활주로를 찾았다. 급강하인 것을 알면서도 내 입은 계속 내달려 결국 나를 내가 가지려던 과거의 놀이터에 떨구어버릴 정도로 방바닥에 내친 뒤에야 조종을 멈추었다.
현실에 도착한 내 입은 한동안 말을 하지 못한 채 내 눈이 다시 내 방을 바라보고 있는 풍경을 보며 내는 울음을 다만 내 안으로 뱉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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