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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 평론/후기 이현화의 '라마 사박다니'의 70년대상으로의 해석에 관하여

Global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2019-07-25 13:26:37 405 0 0

평론도 이것이 첫 번째이므로(사실 어줍잖은 걸 쓰더라도 이런 곳에 올리는 게 뭔가 계속해서 자기 결과들을 지켜볼 수 있는 것 아니겠습니까) 첫 작품임 그 자체에만 의의를 둡니다. 만약 저작권상의 이의 제기가 있다면 차후 삭제하겠습니다. 다만 첫 작품이라 평론에 대해 아는 게 없으므로 참조한 평론이라 해봤자 이현화 희곡전집 1의 작품소개 뿐입니다. 


1.서문


이현화는 한국 현대 희곡을 대표하는 희곡가의 한명으로 그의 초기작들은 시대에 의해 "상실된" (이는 <극적 새로움과 정체성의 탐색-이현화의 초기작을 읽고>라는 서연호 고려대 명예교수의 초기작 해설에서 빌린 표현) 인물들의 이야기를 다룬다. 결국 시대는 누군가를 상실하게 하고 상실된 누군가가 시대를 만들어간다는 것은 세계의 오랜 산물이다. 그 중에서 <라마 사박다니>는 사형수들의 나날을 통해 시대적 상실과 운명에 대한 절망을 이야기하고 있다. 본 연구는 <라마 사박다니>를 시대적 배경에 따라 각 요소들을 확장해석할 수 있는 방법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2.작품의 "때"의 한정


작중 작품의 때는 '아무 때나. (일본 식민통치 하의 한국일 수도 있겠다. 물론 시대와 국가의 설정에 따라 약간의 대화 변형이 있어야겠고......)'라고 적혀 있다. 이는 이 작품이 단순히 어느 시대의 이야기가 아니라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에 대해 이야기하려고 함을 의미한다. 하지만 시대를 관통하는 문제도 시대에 따라 그 해석의 기법이 형성될 수밖에 없는 점을 들어, 본 연구에서는 작품의 때를 작품이 쓰인 한국의 1970년대로 간주한다.


3.작품을 이해하기 위한 1970년대의 해제


한국의 1970년대를 해제하면 6.25의 시대를 겪은 세대들이 본격적으로 성인이 되어 사회를 겪게 되는 시대이며 박정희 당시 대통령의 독재가 시작된 시기이다. 전쟁 전후가 남긴 트라우마들을 안고 세상에 나아간 이 세대는 사회적으로 일어나는 변화에 대해 불안감과 기대를 동시에 안고 살아가게 되며 사회적으로 경제 성장과 독재에 대한 대항 등을 능동적으로 실행하면서도 그들 내면의 미래에 대한 두려움은 남겨져 있다.


4.<라마 사박다니>의 해제


<라마 사박다니>의 도입부에서 탈옥수를 사살한 후에 커다란 시계소리를 들려준 것에 대해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간다.

3호:오늘을 넘길 수 있을까?


2호:예측 같은 건 땅 위에서나 하는 심심풀이야. 


3호:저렇게 시계소리가 크게 들리던 날엔 반드시 한 사람 끌려나가곤 했어.


즉, 시계소리라는 장치를 3호는 "시대적 숙명의 전조"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여기서 이 "끌려나감"의 해석을 다시 해본다면, 이 연극에 나온 죄수들을 1970년대에 성인이 된 세대들로 해석해 이들이 사회로 끌려나오게 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들이 선고받은 사형은 유예된 사회에 대한 갈등과의 직면을 의미하며 이들의 정신은 이를 마주할 정도로 성숙할 수 없던 것이다. 하지만 이들의 정신적 미성숙은 본인들의 탓이 아니다. 왜냐하면, 시대가 그들을 숙명으로 내몰기 때문이다.

작중의 죄수들의 죄목은 단순히 우발적이거나 일대일의 갈등인 것이 아닌 자신이 처했던 상황에 대한 반발적인 발현에 의해 이루어진 산물이다. 1950년대는 많은 죽음과 기형을 낳았다. 정돈되지 않은 초기 사회는 어린 세대의 성장기로는 매우 부적합했다. 결국 정상적인 성장과정 없이 혼란과 혼돈을 먹어가며 자라난 세대는 결국 어떤 형식으로든 자신의 기억에 의한 스트레스를 발현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후 등장하는 간수는 입지 상으로 죄수들보다 한없이 위임이 분명하지만 그는 죄수들에게 군림하지 못 한다. 왜냐하면 간수는 그들을 관리하는 형태에 불과하고 그도 결국 시대의 지시에 의해 죄수들의 생활을 관리하게 되었기 때문이다. 이 무력함은 다음과 같이 드러난다.

노크소리.


간수:(층계 위로 올라가) 누구야?


소리:호송이다.


간수:용무는?


소리:열둘 넷 다섯, 구 하나 다섯, 호송.


간수:......! (철창 쪽을 돌아본다)


1호:무슨 소리냐?


간수:(철문을 연다. 귀에 거슬리는 쇳소리......)

이 부분에서 간수에게 명령하는 형태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이것은 간수에 대한 완전한 군림이며, 간수 또한 시대적 산물의 하나에 불과하다는 반증이다. 각 개인이 각 개인의 운명에 대한 결정권으루쥐고 있는 것 같지만 결론은 언제나 더 큰 목소리에 의해 내려지고 있다.

시대적으로 해석한다면 간수는 어떤 위치라고 해야 하는가? 간수는 겉으로는 죄수들을 조롱하고 싫어하는 태도를 보이면서도 1호의 사형대로의 호송 앞에는 '입을 꽉 다물고 긴장'하고 있다. 간수는 절대로 언젠가 이들을 이어 사형될 인물이 (적어도 극중 시점에서는) 아닌데 말이다. 간수를 단순히 이전 세대나 정치적인 권력자로 바라보는 방법은 치명적인 맹점이 생기는데 단순히 사회적 우위로 바라보는 시각은 이들의 불안적 공감을 설명해줄 수 없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간수는 1960년 출생의 세대로 간주할 수 있는 것 아닐까 제시해볼 수 있다. 겉으로는 1950년대의 트라우마를 안은 그들의 이상행동을 정신병자의 행각으로 치부할 수 있지만 결국 그들의 불안을 가장 가까이 지켜보는 세대이기 때문이다.

이제 각 등장인물의 죄목을 해석해야 한다. 우선 2호는 난리통에 헤어진 자신의 여동생을 닮은 여성을 살해하여, 3호는 초소에 침입한 불순 집단의 잔당 한 명을 사살하지 않아 큰 피해를 일으켜, 1호는 자신의 어머니를 살해한 반역자들의 소굴을 불태우다 마을 하나를 불태워버려 사형대에 오르게 되었다. 이들의 범죄만을 제외하면 그들의 심리적 상태는 모두 1950년대라는 한국의 극단적 혼란이 빚어놓은 트라우마들의 발현 방향으로 볼 수 있다. 


극이 마지막에 다다를 때 1호는 '여성 속옷과의' 결혼식을 완성하려 하고 있다.

1호:아직 결혼식이 안 끝났단 말야.


A:결혼식?


1호:(2에게) 주례 양반, 이 얼굴로 괜찮겠어요?


2호:......(끄덕인다)


1호:그럼 식을 끝내야죠?


2호:(속옷을 식구통으로 내준다)

속옷은 여성이 아니지만 여성이라는 존재를 상징하는 일종의 은유이자 여성의 껍데기이다. 1호의 "결혼식"은 이 껍데기의 여성과의 결혼식을 통해 내몰리게 되는 현실 이전의 마지막 이상을 구현하고자 시도하지만 결국 그는 사형대에 오른다. 결국 아득한 현실만이 여성 속옷이 배제되는 그의 최후적 미래를 암시한다. 


그리고 2호와 3호는 1호의 마지막을 보며 절규하고 그럼에도 시계소리는 다시금 째깍거리며 2호와 3호에게도 남은 시간이 많지 않음을 암시한다. 


5.추가적 연구방향


<라마 사박다니>는 위에서 '때'에 관해 논의했듯 어떠한 때여도 좋다고 했다. 즉 특정 시대에 가리지 않은 해석도 가능하다는 뜻으로, 이는 미래에의 논의를 계속 남겨놓는다는 뜻이다. 

라마 사박다니가 시대정신으로 해석된다면 미래엔 어떻게 될 수 있는가를 논의해볼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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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 지적이나 의견을 써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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