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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작 희곡 벗어나도록

Global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2019-06-30 15:28:33 381 1 0

*플롯은 기형도-<미로>에서 아이디어를 가져 왔습니다


등장인물

남자+

남자-

여자

그림자(소품)


일러두기)그림자의 목소리는 ‘여자’가 녹음하도록 하되 그림자로 표현하는 인물은 해석에 따라 남성이어도 여성이어도 무관하다. 단, 그림자는 분명 ‘인간’이라는 해석이 일반적인 관객들에게 분명해야 한다. 그림자를 드리우는 방법은 어떤 형식이어도 좋으나 어떤 관객에게 소품의 정체가 명백히 보일 정도라면 아니된다.


===================


막이 오르면 긴 정적 속에서 갑작스럽게 커다란 삐- 소리를 들리게 한다. 이 소리는 관중들이 순간적으로 고통스러운 얼굴을 지을 정도로만 하면 가장 좋다.(직접적으로 고통스러워 할 정도일 필요는 없다는 뜻이다). 이후 점점 작게 하되 그러나 그 소리의 발원지의 방향이 특정되도록 줄여나간다. 삐- 소리가 완전히 암전되면 남자+가 자신의 왼쪽 귀를 부여잡은 채로 걸어들어온다.


남자+:(절규하며)도대체 몇년 째냐고!! 이 귓속을 파고들어먹는 소리는 언제쯤에나... 언제쯤에나...

(읊조리듯)그래, 이제 돈도 어떻게 챙겼겠다, ‘의사’를 만나야겠구만. 요즘은 고막을 떼었다 붙이는 게 일상이라더라. 이거면 뭔가 되지 않겠나...


남자+는 다리를 아주 천천히 거닐며 무대를 빠져나간다. 이후 남자-가 무대에 들어서기 전 카펫을 무대에 들어서는 길로부터 나가는 방향에까지 놓는다. 한 걸음을 내딜 때마다 삐- 삐- 소리를 내도록 한다. 남자-가 완전히 나가면 그림자와 여자 들어선다. 그림자 옆에는 의자를 놓아둔다. 남자+는 그림자의 신호 이전에는 무대에 들어서지 않고 대기한다.


남자+:(말을 더듬으며)그... 뭐라고 하죠? 그... 아, 그래. 이비인후과가 어느 방향이죠? 오른쪽... 감사합니다.

저기... 귀 수술을 받으려고 합니다. 네, 삐- 소리가 계속 울려서 말이죠. 감사합니다. 청력 검사를 받으라구요?

네, 네..


그림자:(정확히는 그림자에서 난다고 추정할 수 있는 위치로부터) 뚜- 뚜-

여자:(사무적인 목소리로)들어오세요!

여기 앉으세요. 이제 청력 검사를 시작하겠습니다. 우선, 오른쪽부터입니다.


남자-, 다른 등장인물들이 있는 무대 영역의 반대편에서 가만히 소리굽쇠와 채를 든다. 균일한 뚜- 뚜- 소리를 처음엔 가장 커다랗게, 이후에는 임의의 크기의 소리로 내도록 한다. 그 때마다 뚜- 소리가 완전히 가시면, 남자-는 소리굽쇠를 두드린다.


남자-:그래도 오른쪽은 자신이 있지, 오른쪽은 언제나 괜찮았어... 오른쪽은. 그래, 계속 똑같은 소리구나. 응급 병원에 누웠다면 여전히 이런 소리를 듣게 되는 걸까.

여자:이제 왼쪽 귀입니다.

남자-:(소리굽쇠를 마구 두드린다.)어쩌지, 어쩌지!


이제 소리는 어떠한 소리든 불건전하지 않은 소리들 아무 것이나 적절한 길이로 적절한 간격에 따라 나오게 한다. 남자-의 소리굽쇠는 어떤 타이밍에 나와도 좋되 규칙이 없도록 한다.


남자-:마하반야 바라밀다-(박자가 안 맞는다)

여자:네, 검사 끝났습니다. 잠시 기다려주시기 바랍니다.


남자+, 걸어나오면서 절뚝이는 다리는 오른쪽이도록 한다.


남자+:(동전을 꺼내며)어디 보자... 300원이었던가...

이 상황에 커피 자판기도 고장났다고? 젠장!

동전이나 만지면서 기다리란 건가... 깔짝거리는 소리가 오히려 더 긴장되게 만든다. 난 어떻게 되는 건가...

5분, 10분, 15분... 15분.... 17분.... 곧 내 차례군.


남자+, 무대 뒤로 사라지고 이번에는 무대 위에 매트를 깔며 남자- 들어선다.


남자+:(소리지르며)수술이 안 된다구요? 청신경이 망가졌다고...?!

그럴 리가 없단 말이야! 현대 의학이 이 정도로 구릴 리가 없잖아!!!


남자-, 매트 위에서 헤엄친다. 미리 녹음된 왜곡된 불경을 외우는 소리 나온다.


(소리)마하반야 바라밀다-\


남자-:마하... 밀다... 반야..... 경하...


남자- 일어서서 매트를 질질 끌고 무대 밖으로 나가고 남자+ 질질 다리를 기면서 무대에 모습 드러낸다.


남자+:아, 그렇다. 그렇다. 내가 마지막으로 들었던 소리가 그 말이다. “이걸론 안 된다.” 이걸론 안 된다, 이걸론 안 된다...

무대는 서서히 암전되며 누군가를 비추는 용도의 조명을 사용하되 남자+를 비추지 않고 다른 곳을 비추도록 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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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곡에는 문학적 기교가 아직은 전무한 상태이므로 첫 글이라는 의의만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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