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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삭스 백일장 [문예] "남자던 여자던 예쁘면 그만 아닐까?"

은시토끼
2019-06-13 01:46:27 5372 10 4

“니삭스?”


갑작스런 의문이다. 무슨 의도지?


“지현아! 한번만 입어줘! 진짜 한번만! 응?”

“넌 도대체 그걸 왜 나한테 부탁해?”


그는 손에는 니삭스를 들고 30분째 나에게 매달리며 7772했다.


“주변에 코스프레하는 애들도 많고. 아, 어제는 렘 코스 하는 애들 사진 찍으러 갔다며.”

“그거랑 이거랑은 다르잖아! 색부터가 다르다고!”


답답하다는 듯 손에든 검은 니삭스를 내눈 앞에 들이밀며 말했다.


“아, 취워...! 얼굴웨 둘위 뮐면 워뚸퀘!”


정정. 내 면상에 들이밀고 있었다.

한방 크게 먹이고 나서야 당황한 듯 슬쩍 물러났다.


“아, 미안...”

“엄청 아프네. 멍 드는거 아니야?”


나는 볼을 손으로 부비면서 곁눈질로 니삭스를 보았다.

니삭스라면 입어 줄수는 있지만 일반적인 것은 아니었으니까.

요 근래 한창 유행하던 고양이 니삭스다.

도도한 표정의 고양이 얼굴. 그를 부각시키는 쫑긋한 귀.

귀엽기는 하지만... 이러한 부탁에 당황해 할 수밖에 없었다.


“그걸 도대체 남자인 나한테 부탁하냐고.”


설마 새로운 취향에 눈뜬 것인가?

그렇다면 정신차려라 태윤!


“그런게 아니라...”


친구로써 크게 한숨 쉬며 안도하였다.

아, 그렇다고 성차별적인 생각을 가졌다는 것이 아니고...


“너의 다리 사진이 필요해서 그래!!”


아 시X.


---------------------------------------------------------------------------------


“그래서 자초지종이라고 설명한 것이 사리사욕 때문이다?”

“사리사욕이 맞긴 하지만, 5만원 상품권이라구.”


태윤의 이야기로는 트위치 갤러리 중 ‘니삭스 갤러리’ 라는 곳이 있는 모양이다.

그곳에서 ‘마젠타’라는 스트리머가 [천하제일 니삭스 대회]라는 사진대회를 개최한다고 한다.

상품도 1등이 5만원 상품권, 2등이 치킨 기프티콘이라는 구미가 당기는 조건이라고.

하지만 사진사라는 취미를 살려 어떻게든 섭외해보려고 했지만 쉽지 않았고.


“그래서 마지막 수단으로 나한테 부탁하는 거야?”

“나도 이상한 오해 사고싶긴 싫어.”

“그럼 그냥 포기하면 되잖아.”

“그래도 예전 축제 때 입었던 세일러 복에....”

“말하지마! 더 이상 나불대지마!”


나는 그 자리에서 귀를 막으며 주저앉았다.

작년 축제에 반 아이들 등쌀에 밀려 나갔던 여장대회 이야기는 더 이상 해주지 않았으면 좋겠다.

안그래도 눈에 요상하게 하트 박힌 남학생들 모습이 소름끼쳐 죽겠는데.

나는 태윤을 슬쩍 흘겨보았다.


“ㄱ, 그래도 5만원이면 서로 나눠 갖으면 되잖아. 애초에 그럴 계획이었고.”


동공이 바들바들 떨리며 시선을 흩날린다.

그래도 불순한 목적으로 그러는건 아니다.

애초에 그럴만한 용기가 있는 아이도 아니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나한테도 손해는 아니다. 한번 입어줌으로써 상품권의 반절정도는 가져올 수 있으니까. 5만원 이랬나?


“아무튼 너라면 1등은 충분할꺼야.”

“나는 아닐거 같은데. 아무리 날고 기어도 실제 여성을 어떻게 이겨.”

“아니야. 충분히 가능해.”


태윤은 자신의 휴대폰을 집어들더니 사진 갤러리를 빠른 속도로 뒤지기 시작했다.

이윽고 사진 하나를 선택해 나에게 보여 줬다.


“사진 보이지?”


사진에는 한 사람이 아슬아슬한 티어드스커트를 입은 다리가 있었다.

물론 니삭스를 입고 있었다.


“이게 어째서?”

“이 사람. 남자야.”

“뭐?”


내 머릿속에서는 ‘장난하나. 어디서 밑장을 빼?’ 라는 생각이 머릿속에서 맴돌았다.

뭔가 세상의 규칙이 무너져 나가는 느낌이었다.

그러나 이내 정신을 차리고는 물었다.


“말이 안되잖아. 애초에 남성은 여성보다 근육량이 많고 지방량은 적단 말이야. 이런게 말이 안...”

“이래도?”


사진의 크기를 다시 줄여서 나에게 다시 보여줬다.

그리고 확실히 보았다.

얼굴에 손질 되지 않은 수염을.


“뭐야 이게... 말이 돼?”

“가능하니까 너에게 보여주는거지.”


당당하게 말하는 태윤이었다.

하지만 나는 그사이에 묘수를 생각해냈다.

분명 니삭스는 여성복에 특화된 의상이다.

그런 의상의 대회인데 성별체크는 할 것이고, 남자인 나는 참가 자격이 있을 리가 만무하다.


“그리고 그 대회 남성도 참가가 가능해서 말한거야.”

“아 진짜!!!!!!!!!”


나는 지옥을 보았다. 그리고 소리질렀다. 교실이 쩌렁쩌렁 울리도록.


“야, 지현!”


태윤의 말에 나는 순간적으로 입을 막았다.

교실 앞에는 사람들이 지나가고 있었고, 여기는 사람들의 왕래가 잦은 음악실이었다.

게다가 남자 둘이서 니삭스를 앞에 두고 있다는 것은 오해를 사기 쉬운 짓이다.

하지만 다행이도 방음이 잘되는 곳이라 누군가 오지는 않은 듯 했다.


“하아... 내 학교생활을 다 날릴 뻔했네.”


고개를 푹 숙이며 땅이 꺼지도록 한숨을 쉬었다.

그런 나에게 태윤은 어깨를 토닥이며 말했다.


“빻득이라면 모르겠지만, 너라면 분명이 1등하고도 남을거야.”

“그게 누군데 씹덕아...”

“어차피 다리만 찍으면 되니까 괜찮아!”

“내가 안괜찮아!!”


오늘이 지나면 잊어주지 않을까 라는 헛된 생각을 해보지만 그 새 폰에 적어두는 태윤.

나는 머리를 쥐어 뜯으며 태윤의 집으로 향했다.


------------------------------------------------------------------------------


그리고 그 누구도 알지 못했다.

문 틈새로 누군가가 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지현오빠... 하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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