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갓갓블로 다이어리 2주년에 부쳐

Broadcaster 갓갓블로
2019-01-20 13:36:31 604 3 1

안녕하세요, 스트리머 갓갓블로입니다.


다이어리 게시판에 글을 남기는 게 거진 1년 만입니다. 다이어리라고 해놓았으니, 말 그대로 일상에서 겪은 자잘한 이야기라도 얼마든지 쓸 수 있었겠지만, 뭔가 그럴 만한 일이 있을 때만 글을 남겨 버릇했고 무엇보다 지난 2018년 동안은 방송에 전념할 수 없었다는 게 가장 큰 이유였습니다. 


이렇게 구구절절 말을 해놓는 걸 보니 이제 와서 글을 남기는 건 뭔가 이유가 있겠구나, 하고 감이 오신다면 정답입니다. 제 나름의 은근한 내색입니다. 바로 본론에 들어가는 건 쑥스럽더군요. 이 말은 곧 이 글은 엄청나게 길어질 거란 소리입니다. 혹시라도 이 글을 읽으실 생각이라면, 충분한 여유를 가지고 느긋한 마음으로 함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지금부터는 아주 많이 길어질지도 모릅니다.


제목은 '2주년에 부쳐'라고 했지만 엄밀히 말해 이 글을 쓰는 중인 2018년 1월 20일은 정확하게 2주년은 아닙니다. 2주년하고 며칠이 더 된 상태인데, 2018년에 열심히 방송을 하지 않았으니 2주년이라고 생색내기 제목을 달기도 뭣하군요. 하여간 시기는 2주년입니다.


그래도 2년이나 됐다고 하니, 여러모로 심경이 복잡합니다. 벌써 그렇게 됐나 싶기도 하고, 가장 큰 건 시청자 여러분, 특히 구독을 해주신 분들에 대한 죄송함입니다. 제가 이 글을 남기자고 마음 먹은 계기도 이 미안함 때문이었습니다.


나름 인터넷 방송인(?)이라는 명함을 달고, 방송을 해오면서 꽤 많은 분들이 인터넷 방송에 도전했다가 포기하시거나 제각각의 이유로 방송을 그만두시는 걸 봐왔습니다. 저만 해도 사실상의 방송 포기에 가까운 상태구요. 가까스로 불씨만 남아서 근근히 희미한 생명을 이어나가고 있다고 할 수 있을 겁니다. 뭐, 하여튼 제 사정을 이야기하는 건 조금 뒤로 미루겠습니다.


최근에도 한 스트리머 분이 방송을 갑작스레 그만두신 걸 보게 되었습니다. 그 분하곤 친분도 없고, 사실 꽤 유명한 분이라 누구라고 언급하기도 그렇습니다만 뭔가 이상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방송을 그만 두는 거야 당사자의 자유이지만, 방송을 기다리는 '시청자'의 입장이라는 건 어떤가하고 생각해보게 되었거든요.


그 분의 트게더 게시판에 들어가보면 아직까지도 그 분의 복귀를 기다리는 분들도 있으시고, 혹은 얘가 올 것 같냐 너희들도 그만 포기해라 같이 냉정하게 말씀하시는 분들도 있으십니다. 정말로 시청자를 조금이라도 고려했다면 공지라도 하나 남겼겠지, 우리를 하찮게 생각했으니까 이렇게 행동하는 거다, 라는 늬앙스의 글도 있었습니다.


그 글을 보는 순간 뜨끔했습니다. 나는 어땠나, 하는 생각이 가장 먼저 들었거든요. 그리고 어떤 형태로든 반드시 글을 남기고자 마음 먹었습니다.비록 시청자 분들이 보지 않으시더라도, 자기 만족에 불과할지라도 말입니다. 실제로 제 게시판엔 제가 방송이 뜸해도 게시글이 올라오진 않았으니까요. 괜히 푸념하는 것처럼 들리셨다면 그런 마음이 아예 없는 건 아니라고 말하겠습니다. 기왕이면 제가 돌아올 거라 믿으시기 때문은 아닐까라고, 제가 좋을대로 해석하겠습니다.


여하튼 제가 종종 방송이 끝나고 남기는 일지는 정말 자기 만족에 불과합니다. 제 방송을 보시는 분이 많았다고 하더라도 크게 달라졌을 것 같지 않아요. 댓글을 달기 뭣한 내용의 글들이죠. 음, 그래서 뭔가 더 내용을 추가해보고도 싶었고 이런저런 내용을 달았지만 이내 간략하게만 남기게 되었습니다.


게시판이 활성화되지 못한 것도 제가 시청자가 적어서... 도 물론 아주 큰 이유 중 하나겠지만, 뭔가 저에게 부족한 무언가를 암시하는 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여간, 글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한 데에는 어떤 의사를 표현하고 싶었기 때문입니다. 나는 당신들, 내 방송을 봐주고 좋아하는 사람들을 무시하는 게 아니다. 그러나, 몹시 게으르고 또한 지치기도 했다. 라고 말입니다.


'몹시 게으르고 또한 지치기도 했다'는 한 문장으로 줄이기에는 꽤 많은 생각들이 요 1월 한 달, 그리고 2018년 동안 머릿속을 오고 갔습니다.


근황으로 먼저 돌아가겠습니다. 1년 동안 학업에 나름대로 집중을 해서 무사히 졸업 요건을 채웠고 저는 이제 명실상부 취준생이 되었습니다. 2학기가 끝나고, 방학을 맞이하고 한동안은 나름대로 방송을 열심히 했었지요. 그러나 방송에서 말했던 것처럼, 저는 뭔가 '하겠다'고 공언하면 청개구리마냥 안 해버린다고, 저는 모바일 공지에 '매일 10시에 하겠다'고 적자마자 방송을 이어나가지 않게 됐습니다.


정말로 공지를 적어서 그렇게 됐다기 보단, 말씀드렸던 것처럼 제가 게으르고 또한 지쳤기 때문이었습니다. 2019년부터 다시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저는 글 뿐만이 아니라 거짓말처럼 디아블로3에 빠져들었습니다. 그러면서 이런저런 영화도 함께 보게 되었죠.


제가 디아블로3를 좋아하는 이유는, 아무 생각 없이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디아블로3를 하면서 이런 저런 쓸데없는 생각들에 잠기기도 합니다. 생각을 하지 않는다면 영화를 함께 보는 것도 가능하죠. 그러다보니 디아블로3도 하고 싶고, 그런데 글도 써야 겠고 문제는 방송도 해야한다는 겁니다. 


그냥 디아블로3를 할 때 켜놓으면 되지 않냐구요? 음, 그게 사실 생각을 안 해 본 건 아닙니다만 그러기가 싫었습니다. 제가 디아블로3를 좋아하는 건 앞에 말한 이유처럼 생각을 하지 않으면서 스트레스를 해소한다는, 아니지, 쓰고 보니 이게 더 정확하네요, '현실도피'가 가능한 게임이어서 입니다. 그저 디아블로3에 하염없이 시간을 쏟는 겁니다. 고민도, 노력도 없이요.


그 순간을 방송에 할애하게 된다면, 저는 현실로 돌아가는 거죠. 방송도 취미라고 말했으면서, 취미가 무슨 현실이냐, 라고 하실 수도 있겠습니다. 그러나 방송은, 정말 우습지만 지금은 일처럼 느껴집니다. 


하기 싫어서 '일'이 아니라, 내 방송을 보러온 사람들에게 재미를 주고, 또 방송을 보는 '이유'를 제공해야겠다고 생각하게 되었다는 겁니다. 사실, 진즉에 그랬어야 했던 건지도 모릅니다. 저는 이제사 방송이 일처럼 느껴지고, 그래서 별 생각 없이 방송을 키는 것이 몹시 망설여지게 되었습니다.


지난 방송, 특히나 한창 방송을 열심히 하던 2017년을 돌아보면, 제 스스로 '연애하는 감각'으로 방송을 했다고 생각합니다. 방송과 사랑에 빠졌었다, 같은 진부한 수사를 하고 싶은 게 아닙니다. 정말 그 때 제 감정은, 사랑 같은 것이었을 겁니다. 그것도 아주 치줄한 짝사랑에 가깝지요.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에만 하더라도 아무 것도 모르고, 그저 좋아서 시작했습니다. 그러나 점점 방송에 대해 알아가고 재미를 붙여나가면서 동시에 많은 것을 기대하게 되었습니다. 시청자수, 채팅, 도네이션, 구독, 팔로워... 내가 무엇을 해야하는가보다 왜 내가 한 것만큼 받지 못하는지, 그 사실에만 매달렸습니다. 방송에 많은 시간을 할애했지만 그것을 노력이라 부르기엔 너무나도 민망한 수준의 행동들이었습니다.


물론 그 때도, 지금도 저는 저의 최선이었을 겁니다. 지금 그 때로 돌아가도 더 잘할 수 있을 것 같진 않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건 저는 그 때, 너무 많은 것을 바랐습니다. 그것은 마치 연애와 같았습니다. 상대방에게 기대하는 것은 너무나 많았지만, 제가 상대방을 위해 무엇을 해야하는지는 생각하지 않았고, 그리고 1년 남짓한 시간을 '기대'라는 감정에 소모하는 탓에 에너지까지 함께 고갈되었습니다.


그탓이지, 2018년, 그리고 지금은 마음이 편합니다. 더욱 정확히는 체념 혹은 무뎌졌다는 게 좀 더 확실한 표현일 겁니다. 시청자 수나 팔로워, 구독이나 후원 같은 것들에 예전처럼은 연연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그러나 좋은 방향의 변화인지 모르겠습니다. 그저 제풀에 지쳐버린 것 같습니다.


시청자 수가 나오지 않는 것에 연연하지 않게 되었지만, 뭔가 일로 방송에 임하다보니 오히려 대체 내가 왜 이걸 하고 있나 그런 의구심이 들 때가 많았습니다. 재미가 있으면 전부인가? 혹은 내가 정말 방송을 좋아하면 그만인가?


라디오 방송을 하며 2시간을 혼자 떠드는 게 어렵고 민망했지만 그래도 했습니다. 그러나 끝나고 나면 대체 무엇을 했나, 싶었죠. 아무도 원하지 않는 걸, 나는 왜 그렇게 한 것일까. 심지어 자기 자신조차도 그렇게 생각하는데.


그럼 게임 방송을 하면 되지 않느냐, 하신다면 맞습니다. 애초에 저는 게임 방송을 시작했고 게임을 하면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마음 한편으론 게임이라고 다를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단순히 도네이션이 적어서, 시청자수가 적어서, 팔로워가 늘지 않아서, 그런 이유가 아니라, 나는 이걸 대체 왜 하고 있는 걸까.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앞선 세 가지는 적어도 현실적인 지표로 제가 방송을 이어나갈 이유라도 되어주죠. 그러나 이미 제 안에서 무언가 사라진 마당에, 앞선 세 가지조차 더는 신경 쓰이지 않는다면, 이제 제가 방송을 해야될 이유는 무엇일까요.


방송이 하기 싫다, 이제 안 할 거다, 혹은 지쳤으니 때려칠 것이다 같은 푸념을 늘어놓으려고 글을 쓴 건 아닙니다. 다만 솔직하게 생각한 바를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제 감정을 제대로 정리도 하지 않은 채, 시청자분들께 드러내놓은 것 같아 글을 쓰는 지금 마음이 편치 않습니다.


다만 이 글을 남기게 된 건, 한참도 위에 썼던 것처럼 혹시라도 저를 기다리시는, 그리고 저를 좋아하셨던, 혹은 좋아하시는 분들께 죄송한 마음에서였습니다. 저라는 사람, 그리고 제가 하는 방송을 좋아하고 와주셨던 분들께 제가 일일이 연락을 드리지는 못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지낸다, 방송을 꾸준히는 못할지언정 접지는 않았다, 라고 말씀드리고 싶었습니다.


시청자가 많지 않은 방송이었던지라, 자주 찾아와주셨던 분들, 혹은 따뜻한 말로 격려해주셨던 분들, 그리고 너무 현실적이라 적고 싶진 않았으나 당연하게도 구독과 도네이션을 해주셨던 분들은 아직까지도 기억에 남아있습니다. 전부 다 기억하고 있다곤 못하겠습니다. 제가 단 한 순간이라도 여러분들의 구독과 후원, 그리고 무엇보다 저에게 할애해주신 '시간'에 충분한 사람이었길 바랍니다.


제가 지친 건 순전히 제 풀에 지친 탓이 큽니다. 제가 들인 노력만 눈에 들어오고, 여러분들이 쏟아주신 관심과 애정에는 시선이 가지 않았었습니다. 지금도 그저 자기 위로에나 빠지지는 않을까 조심하며 글을 이어나가고 있습니다. 제가 아무리 조심하더라도 글에 삐져나오는 제 안에 응어리진 감정까지는 어쩌진 못할 수도 있습니다. 그러나 그것까지도 드러내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정말로 저는 방송에 어울리는 사람은 아닌지도 모르겠네요.


너무 길었습니다. 이렇게 글을 써놓고 당장 오늘 밤 10시에 방송을 켜야 합니다.오늘 함께 방송을 하기 위해 시간을 할애해주신 스트리머 분과의 한 약속은 지켜야하니까요. 그리고 여러분께도 방송을 이어나간다는 걸 보여드려야 하니까요.


행동이 아니면 끝내 진심이라는 건 전해지지 않으니까요. 이것이 제 진심이냐면, 사실 잘 모르겠습니다. 제가 훨씬 더 강했더라면 좋았을텐데, 제가 발견하는 제 자신은 항상 약해빠졌습니다. 이 글을 남기고도 한참을 후회할지도 모르겠습니다. 어차피 아무도 보지 않을 글을 괜히 남겼다, 같은 감정이 들 것 같거든요.


그래도 남깁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제 방송에 찾아와주셔서 감사합니다. 부디 2019년 한 해에 좋은 일들이 더 많으시기를. 당신의 안녕과 평화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갓갓블로 드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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