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연기컨텐츠 - 배신당한 용사의 이야기

디이서크
2020-02-23 05:12:56 162 0 1


이것은 지루한 이야기.

마왕이 등장하고 용사가 마왕을 물리치는 아주 지루한 이야기.


마왕은 인간을 죽이고, 용사는 마왕을 죽인다.

그럼, 인간이 죽이는 건 대체 무엇일까?


-------------------------------------


마왕군의 기습으로 인해 누구보다도 용맹했던 전우이자 나의 소중한 친구가 전사했다.

마왕성에서의 치열한 혈투 끝에 나의 소중한 동료들이 모두 죽임을 당했다.

이윽고 긴 싸움의 끝에 마침내 마왕을 쓰러뜨렸다.


마왕을 쓰러뜨렸다는 기쁨도 잠시, 

마왕이 죽기전 나를 저주하며 내뱉은 말이 떠올랐다.

용사인 내가 인간을 진심으로 원망하고, 마음속 깊이 증오하고, 인간을 저주하게 되는 그 순간,

마왕은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다는 그런 저주의 말.


하지만 그럴 일은 없을 것이다.

이제 전쟁은 끝났고 평화가 찾아왔으니까.


나와 연인이 모두의 죽음을 애도하며 마왕성을 벗어났다.

마왕성 밖으로 나왔을 때, 우리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쓸모없는 사냥개를 처리하기 위한 왕국의 암살부대였다.


국왕은 수많은 사람들의 지지를 받는 용사가 자신의 왕권을 위협할까 두려워했을 것이다.

그는 나를 조용히 죽이려했지만, 치열한 혈투 끝에 나와 연인은 간신히 암살자들을 물리쳤다.


분노에 찬 연인은 세력을 만들어 국왕에게 대항하자고 했다. 

나는 그런 연인에게 조용히 미소짓고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세력을 만들면 또 다시 전쟁이 일어나게 되고, 많은 사람들이 고통받을 거야."

그리고 전쟁이 일어나면 나는 누군가를 증오하게 되겠지. 그러면 다시 마왕이 부활할지도 몰라."

그러니 우리가 조용히 사라지자. 이대로 아무도 모르는 곳으로 도망쳐, 조용한 곳에서 행복한

삶을 살자.". 


그렇게 나와 연인은 어느 자그마한 시골마을에서 조촐하게 결혼을 올렸다.

몇 년이 지나고 아내를 닮은 귀여운 딸이 태어났다.

처음 딸을 내 품에 안았을 때 나는 너무나 행복했다.

내가 태어났을 때 부모님께서는 이런 기분이셨을까?

사랑스러운 눈으로 딸아이와 아내를 바라보며 나는 행복한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이 행복이 영원하기를 소망했었지.


----------------------------------------------


딸아이 만은 살려야해! 어서 날 죽여!

그렇게 절규하며 호소하는 나의 아내.


나는 내 손으로 아내의 목을 베었다.

내 손으로 내 두 눈을 도려내었다.

내 손으로 내 팔다리의 힘줄을 모두 끊어내었다.

그리고 이제는 보이진 않지만 내 앞에 있을 그 자에게 간절하게 소리쳤다.


"당신말대로 제 아내를 제 손으로 죽였습니다!

당신말대로 저는 폐인이 되었습니다! 그러니 제발...제발 제 딸아이만은 살려주십시오!"


킥, 하고 비웃는 소리와 함께 딸아이의 단말마가 들렸다.

무언가 툭, 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매우 익숙한 소리였다.

목이 베이고, 그 목이 땅에 떨어지는 소리.

아, 내 딸아이가...내 딸아이가....아아...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네놈은…… 그렇게나…….그렇게나 남의 행복을 짓밟아야 했냐!? 그렇게까지 해서 권력을 원하는 거냐?! 

내가… 단 한 번 품었던 행복조차 짓밟고…. 네놈은! 아무런 부끄럼도 없는 거냐!?


용서 못 해……. 결단코 네놈을 용서 못 해! 권력에 홀려서 인간의 양심마저 팔아넘긴 쓰레기가아아아아!!!!… 

네놈에게 저주가 있으리라! 그 소망에 재앙이 있으라! 언젠가 지옥의 솥에 떨어지면서 내 분노를 떠올려라!

국왕!!!!!!!!!!!"


분노에 찬 내 절규가 끝나고,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렸다. 

이윽고 소리는 내 앞에서 멈췄고, 그리고....

서걱, 

하는 소리와 함께 나는 의식을 잃었다.


-----------------------------



세상이 차가워지고 있었다.

흐릿했던 모든 경계선들이 분명해지고 있었다.

나는 분명히 죽었을 텐데, 어째서 살아있는 걸까?


내가 죽었다고?

그런데 나는 누구지?

여긴 어디지?


나는 마왕 


나는 용사


아니...나는 마왕


아니...나는 용사


나는 마왕!!! 인간을 모두 죽여버려라!!!


나는 용사!!! 마족들과 마왕을 모두 죽여야해!!!


아니!!!!


인간을 죽여라!!!!! 모든 인간을 죽여버려!!!!!


아니!!! 나를 배신한 인간들을 모두 죽여!!!!!


그렇다! 


인간같지도 않은 인간들을 모두 죽여버리자!!!!


인간의 탈을 쓴 그 사악한 자들과 인간 같지도 않은 쓰레기들을 모두 정화하자!!!


권력자들을 모두 죽이자!


인간다운 인간만을 살리자!


약하고 선한 인류만이 이 세상에 남도록!


더러운 자들을 모두 정화하자!


정화하자!


정화하자!!


인류를!!


정화하자!!!!!!!!!!!!!!!


----------------------------------------


내가 정신을 차렸을 때 국왕은 형체를 알아볼 수 없을 정도로 잔인하게 살해당한 뒤였다.

아마도, 폭주한 내가 이렇게 만들었을 것이다.


마왕이 죽기전 나를 저주하며 내뱉은 말이 떠올랐다.

용사인 내가 인간을 진심으로 원망하고, 마음속 깊이 증오하고, 인간을 저주하게 되는 그 순간,

마왕은 다시 이 세상에 돌아온다는 그런 저주의 말.


"그게 이런 뜻이었을 줄이야..." 


내가 진심으로 국왕을 저주하며 목숨을 잃은 그 순간, 마왕이 남긴 저주가 내 안에서 깨어났다.

평범한 사람이었다면 저주에 먹혀 마왕으로 부활했겠지만,  

용사였던 나는 저주에 저항을 할 수가 있었던 모양이다.

그렇다고 저주를 모두 이겨낸 것은 아니어서 나는 지금 마왕임과 동시에 용사이다.

인간을 살육하고자 하는 마왕의 본능과, 인간을 수호하고자 하는 용사의 본능이 섞여버렸다.


내 가족들은 죽었고, 국왕에 대한 복수는 허무하게 끝나버렸다. 

이제 나에게 남은 것은.....



하는 소리와 함께 거칠게 문이 열리는 소리,


폐하!!! 하고 들리는 왕궁근위기사들의 다급한 외침


아, 그렇지.


쓰레기들을 청소해야지.


권력자와 권력자에게 빌붙은 해충들을 정화해야지.


약하고 선한 인류만이 이 세상에 남도록, 더러운 자들을 모두 정화해야지.


우선 


너희들부터다.



------------------


참고작품 : 용사와 마왕의 싸움을 다룬 여러 매체들 +  [페이트제로], [바바리안]

나름 여러 작품들을 섞어서 각색해보았습니다.






























후원댓글 1
댓글 1개  
이전 댓글 더 보기
TWIP 잔액: 확인중
▼아랫글 연기 컨텐츠 공지 ~ 김백상아리
2
9월입니다 [1]
Broadcaster 김백상아리
09-02
0
휴가나왔땅 [1]
도갈래삼
05-29
0
빼꼼 [2]
유원26
04-21
0
와! 젤다 아시는구나! [1]
유카유카링
04-01
0
03-15
0
02-22
0
02-17
0
02-06
0
호호잇 [2]
Broadcaster 김백상아리
01-07
0
이런게 있었네 [1]
유카유카링
01-05
0
갓뎄습니다 쥿뎄어 [3]
Broadcaster 김백상아리
12-07
0
왜일까
김백상아리
11-30
0
도트 투척 [1]
유카유카링
11-29
0
11-27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