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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생각들이 넘쳐나는 명절 아침.

good_B0Y_
2020-01-26 10:01:11 1610 23 2


매일 똑같은 것 같아. 자다가 일어나면 씻고 대충 입안에 무언가를 퍼 넣고..

그리고 무언가를 주섬 주섬 주워 입고 한 달 더 살기 위해 일을 하러 갑니다.

대충 미소라는 걸 띄우며 고객들을 응대하고 시간들을 보내고, 그렇게 내 퇴근 시간이

언제인지도 까먹을 정도로 일을 하다가 퇴근을 합니다.

그리고 집에 오면 텅 빈 집안에서 공기 같은 것들이 기다리고 있죠.

길거리에 사람이 없습니다. 일터에도 사람이 많지 않았어요.

그러고 보니 명절이네요. 다들 가족을 만나러 가고, 그랬겠죠.


벌써 3년, 집에 찾아가지 않고 있습니다.

기계가 대신 전해주는 문자로 새해 인사를 대신합니다.

섭섭하지 않을 정도의 내 피 몇 장, 땀 몇 장, 그렇게 모인 피땀을 보내드리면,

왠지 죄송한 마음이 조금, 괜찮아지는 것 같은 느낌이 듭니다.

나 같은 사람도 있어야 이 사회가 돌아가는 거지...라고 생각하며 자신을 위로하며

명절에도 일을 하고 있습니다.

명절이 끝나고, 평범한 날에 가끔 집에 찾아갑니다.


이제 더 이상 술 생각도 나지 않을 정도의 고독이나 우울감이 올 때면,

더 이상 힘들지도 않습니다. 그냥 올 것이 왔구나... 하고 생각하며, 음악을 듣거나

멍하니 해가 뜨는 오전 6시~7시 사이의 하늘을 창밖으로 보고 있어요.


강아지나 고양이라도 한 마리 키워볼까... 하는 생각도 자주 들지만,

왠지, 반려동물이 아니라, 나의 외로움을 버리는 쓰레기통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미안해서 그러질 못하겠습니다.

내가 집을 비우면, 내가 관 속 이라고 느끼던 그 어중간한 사이즈의 공간에서

혼자서 그 감정들을 다 느끼는 건 아닐까 해서, 못할 짓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렇게, 또 생각만 하며 하루를 보냅니다.


이 정도면, 이제 풍족하지는 않더라도 없지는 않고, 성공하지는 못했어도

그렇게 실패한 인생은 아닌 것 같은데.. 자꾸만 쌓여가는 10년뒤 라는

막연한 불안감은, 마치, 절반도 남지 않은 폭탄 심지에 불이 켜진 듯 하고,

그 폭탄이 터져버리면, 나라는 사람은 존재하지 못할까봐 겁이 나기도 합니다.

그냥, 폭탄이 아니라 촛불일수도 있는데... 아직은 확실하지 못할 내 미래에

자꾸만 의심이 가고 겁이 나기도 합니다.


박스를 줍는 어르신들이나, 담배 한개비를 요구하는 거리 위 노숙자들을 보며

나의 미래가 저렇지는 않을까? 하는 막연한 불안감에 제 자신에게 자꾸

불씨를 붙여 채찍질을 하다가, 쉽게 번아웃이 오기도 합니다.

물론, 박스를 주우시거나 하는 어르신들을 비하할 의도는 전혀 없습니다.

그 어떤 사정이나, 각각의 이유가 있기에 선택하신 일이실 테니까요.


직업에 귀천이 어디 있냐는 말이 있잖아요?...

그렇게 생각하지만, 사회에는 귀천이 있더라구요.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있더라구요, 그 실체는 보이지 않는데..

상대방의 눈을 보면 보여요, 내가 입고 있는 그 귀천 이라는 게 말이죠.


요즘 들어서, 고민을 많이 합니다.

벌어지지도 않은 일을 고민하는 건 의미가 없고 멍청한 짓이라는 것을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지만, 그게 뜻처럼 되지 않아서,

돌이킬 수도 없는 1초를 하나 두개씩 죽이고 있는 날 보면,

답답하기도 합니다.

그러다 또, 에라 모르겠다 하며 지금의 감정을 잊기 위해 또 다른 행동을

해 나가곤 하죠.


모르겠네요.. 그냥 어디라도 글을 적고 싶었습니다.

일 년에 몇 번 없는 대 명절인데, 이 연휴를 혼자서 지내다 보니 많이 답답했나 봅니다.

그래서 그냥 토해내듯 잡생각들을 적어나가고 싶었나 봅니다.

저는 이제 지금 느끼는 이 기분을 잊기 위해 또 다른 행동을 이어 나가야겠네요.


가족과 함께 있든, 저처럼 혼자 있든...

명절 잘 보내시고, 마무리 잘 하시길 바랍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뭐하나 쓸 데 없는 잡념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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