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키보드 인체공학 키보드마우스를 위해 여행하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

도르발
2019-07-10 13:24:41 3256 3 3

지인들에게서 "인체공학 빌런"이라는 별명까지 들으며 실패와 성공을 겪은 트수가 다른 트수들은 똑같은 실수와 돈 낭비를 하지 않기를 바라며 작성하는 매우 편향적이고 주관적인 가이드입니다. 과학적인 데이터, 없어요! 중립성, 없어요! 이불킥, 있어요!

이불킥수정 내역

  • 20190710 — 초판
  • 20190714 — pronation, ulnar deviation 그림 추가
  • 20191005 — 2019년형 마소 어고노믹 키보드에 관한 정보 추가


마우스와 키보드를 선택하기에 앞서


그 어떤 키보드·마우스보다 중요한 것은 자신에게 맞는 책상과 의자입니다. 의자는 높이 조절, 리클라이닝 (젖히는 거), 좌석의 높이 조절, 팔걸이의 높이 조절이 모두 가능해야 합니다. 등판이 메시 소재로 되어 있으면 더욱더 좋습니다. 이를 모두 만족하는 의자는 당연히 비쌉니다. 그런데 이런 조건을 만족하면서 설계도 정상적으로 하는 제조사가 의외로 많지 않습니다. 저는 많은 의자를 사서 써 보진 않았지만 (많이 앉아보기는 했습니다) 제가 사서 쓰고 있는, 의자 연구소가 있다면서 텔레비전 광고 많이 집행하는 그 회사는 자신 있게 거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리클라이닝 설계가 비정상적이고, 품질 보증 기간도 1년밖에 되지 않습니다.

의자에 앉는 바른 자세는 우리 모두 잘 알고 있습니다. 등받이를 살짝 뒤로 기울여서 의자에 반쯤 파묻힌 자세, 그 자세 맞습니다. 등을 수직으로 세운 자세는 바른 자세가 안 됩니다. 단, 허리가 좌우로 휘면 안 됩니다. 발은 바닥에 제대로 닿아야 합니다. (땅을 박차 의자에 파묻힌다는 느낌이어야 합니다. 쉽게 되지 않으면 의자가 높은 겁니다) 그렇지 않으면 바른 자세를 유지하기 힘들어집니다. 의자를 낮추면 책상이 너무 높아지게 되니 발 받침대를 구비합니다.

의자를 선택하셨다면 책상을 선택해야 합니다. 모든 책상은 "필기"를 기준으로 설계되어 컴퓨터용으로 쓰기에는 높이가 높습니다. 책상 위 키보드에 손을 올리면 손이 팔꿈치보다 높이 올라오는 경우가 꽤 될 겁니다. 이런 자세는 손목 통증을 불러옵니다. 이상적인 컴퓨터 책상은 키보드의 위치가 팔꿈치 높이와 같게 (약간의 오차 허용) 되어야 합니다. 책상의 높이를 바꾸기는 힘드니까 키보드 트레이를 설치합니다. 컴퓨터용 책상이라는 말에 속지 않도록 합니다. 그런 책상이라고 특별한 건 쥐뿔도 없습니다. 우리는 적당한 책상을 컴퓨터용으로 개조합니다.


키마갤인데 키보드·마우스 얘기는 언제 합니까


aafd630b7a12594553c6d7bc01a7d4c1.png2bcbef75d2795f9a9f44a9ff038906ec.jpeg
그림 1: pronation
그림 2: ulnar deviation

키보드·마우스를 놓을 책상(혹은 키보드 트레이)이 준비되었으면 이제 메인 게임을 플레이합니다. 인체공학 키보드, 오지게 비쌉니다. 그런데 곡선 좀 들어갔다고 다 인체공학은 아닙니다. 기성품 키보드 중에 진짜로 인체공학인 것은 손에 꼽습니다. 다행히도 경우의 수가 적어서 제가 추천 목록 만들기는 편합니다. 깔—깔.

제가 꼽는 인체공학 키보드의 필수 요소는 다음과 같습니다.

  • 가운데가 솟는 경사 ("tenting"이라고 함)
  • 양손 분리. 키보드가 물리적으로 두 개로 나뉘어있을 (이하 "반갈죽"이라 칭하겠습니다) 필요는 없음

가운데가 솟은 것은 pronation(손바닥이 지면을 향하게 안쪽으로 돌아간 것)을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버티컬 마우스도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것이지만... 버티컬 마우스는 후술합니다. 양손이 분리된 것은 ulnar deviation(위의 pronation 자세에서 손이 몸 바깥쪽으로 돌아간 것)을 피하기 위한 것입니다. 둘 다 손목을 저리게 하는 데에 효과적입니다.

하지만 인체공학인 제품을 찾을 때 90도 수직으로 선 무언가는 (예: Evoluent Vertical Mouse, 문림 키보드) 피해야 합니다.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 더욱 큰 힘이 들어갑니다.

기성품 인체공학 키보드 추천 목록

  • Microsoft Sculpt Ergonomic Keyboard — 하드웨어의 명가 마이크로소프트에서 내놓은 인체공학 키보드입니다. 이 글을 보는 트수분들의 대부분에게 가장 현실적인 선택지일 것입니다. (가능하면 2019년형 최신버전으로 사세요)
  • Mistel Barocco Split Keyboard — Mistel 사의 반갈죽 키보드입니다. 미니 사이즈라 휴대도 용이하지만 기본적으로 방향키가 없는 것이 문서 작업자와 프로그래머에게는 마이너스 요소입니다. 여기까지가 국내에서 구할 수 있는 제품들입니다.
  • Kinesis Advantage — 현실적이지 못한 가격을 자랑하지만 (관세도 물어야 합니다) 인체공학적으로 가장 좋은 형상을 자랑합니다. 가격에 비해 만듦새가 좋지 못하다는 평이 있고, 손이 작으면 엄지 키들을 쓰기 힘듭니다.
  • Maltron Keyboard — 아주 클래식한 선택지입니다. 바로 위의 Kinesis와 장단점을 공유합니다. Kinesis 이상으로 매우 비쌉니다. (게다가 주문제작입니다) 체리 흑축을 사용합니다. Kinesis에 비한 장점은 한글 각인이 가능하다는 정도?

기성품은 정말 선택지가 좁습니다. 차라리 인두기를 꼬나쥐고 커스텀 키보드를 만드는 게 더욱 선택지가 많습니다. 게다가 커스텀 키보드는 키 배열을 마음대로 바꿀 수도 있습니다.

420e94dc0b3f6d3ac0b5b2f176d9044c.jpg

그림 3: 인체공학 키보드를 찾아보았으면 한 번쯤은 본 적 있는 그 키보드. 2014년에 처음 나왔다.

하지만 모든 커스텀 키보드가 잘 설계된 것은 또 아닙니다. 사진의 Ergodox를 예로 들자면, 반으로 갈라놓고 엄지 자리에 키를 던져놓는 건 잘해놨는데, 거기서 생각이 끝나버렸습니다. 키 배치를 보면 엄지 쪽에 키가 정말 많이 모여 있는데, 절대로 자연스럽게 활용할 수 있는 배치가 아닙니다. 또한 가장 자주 쓰이는 키인 스페이스 바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것도 인체공학적으로 마이너스입니다. (손이 크다면 오히려 더 편할지도?) 다행히도 Ergodox 이후에 발표된 커스텀 키보드들은 이러한 문제를 다소 해결하였습니다.

커스텀 (반갈죽) 인체공학 키보드 추천 목록

  • Redox — Mattia Dal Ben이 설계한 오픈소스 커스텀 키보드입니다. 조립 키트 및 완제품은 falba.tech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 Ergodash — 일본인으로 추정되는 분이 설계한 오픈소스 커스텀 키보드입니다. 조립 키트 및 완제품은 falba.tech에서 구할 수 있습니다.
  • Diverge 4 — Unikeyboard에서 만드는 키보드입니다. 완제품으로만 팔기 때문에 꽤 비쌉니다. unikeyboard.io/product/diverge에서 구매할 수 있습니다.

키보드 팜레스트("손목 받침대"라고도 함)는 손목이 꺾이는 것을 막기 위해 필수에 가까운 아이템입니다. 손목 받침대가 필요 없다고 하는 분도 있지만, 그 바른 자세를 위해 힘을 주고 있는 건 전 할 짓이 못 된다고 봅니다. 힘을 빼면 자연스럽게 올바른 자세가 되게 하는 게 낫지 않을까요? 단, 이 "손목 받침대"는 손목을 받치는 게 아닙니다. 노트북의 "팜레스트"처럼 손바닥 안쪽(손목에 가까운 쪽)을 받치는 물건입니다. 손목에 압력을 가하는 것은 손목을 저리게 하는 즉효약입니다. (마우스의 손목 받침대도 마찬가지입니다)


마우스 추천좀


손목 통증을 넘어 수근관증후군을 겪는 당신에게 마우스는 추천하지 않습니다.

...농담 아니고요, 마우스를 버리고 펜 타블렛을 쥐는 게 훨씬 낫습니다. 지금까지 3가지 버티컬 마우스를 써 봤는데, 모든 버티컬 마우스는 수직으로 세움으로 인해 발생하는 원죄가 있습니다. 중력을 이겨내기 위해 힘이 더 들어가고, 클릭할 때 사용되는 힘의 방향과 마우스를 옮기기 위해 사용되는 힘의 방향이 같습니다. 즉, 클릭할 때마다 드래그가 됩니다. 드래그를 막기 위해 힘이 또 들어갑니다. 또한 손목을 세우면서 손가락을 펴는 자세를 강요하기 때문에 정교한 조작이 거의 불가능해집니다. 손목을 세운 상태에서 정교한 조작을 하려면 펜 쥐듯이 손가락이 굽혀져야 하는데, 그 짓을 할 거면 차라리 펜을 쥡니다. "펜" 타블렛이요.

마우스를 대체하기 위한 펜 타블렛은 압력 감지, 기울임 감지 따윈 필요 없습니다. 연결 잘 되고 작동만 잘 되면 됩니다. 아쉽게도 많은 중국산 타블렛은 이 역할을 하는 드라이버가 아주 발로 만들어져 있습니다. 예를 들어 휴이온 사 타블렛의 드라이버는 와콤 드라이버보다 안정적으로 작동한다고 하지만, 정작 타블렛을 인식하는 데에 문제가 있다고 합니다. (있다고 "합니다"인 이유는 난 와콤 말고는 써본 적이 없다) 단적으로, 그냥 괜찮다고 하는 경우는 있어도 "와콤"보다 좋다고 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러므로 이 가이드에서는 와콤 사의 타블렛을 추천합니다. 인튜어스 프로(구 인튜어스)같은 고급 제품은 전혀 필요 없습니다. 모니터가 1개인 세팅에서는 와콤 CTL-472, 2개 이상인 세팅에서는 와콤 CTL-672만 기억하시면 됩니다. 와콤답지 않게 싸면서 와콤의 기술력은 모두 가진 타블렛들입니다.

단, 본인이 리눅스 사용자면 와콤 외에는 선택지가 없습니다.


그럼 이 가이드 쓰는 트수놈의 세팅은 어떤데요?


af7163e2f039824f409420f6bde6f354.jpg

이 사진 속에 숨어있는 키보드들을 모두 찾아보라구!

  • 키보드: Redox (tgd.kr/25161782 참고), tenting을 위해 바닥에 스펀지를 덧댐. 추가로 숫자 패드와 매크로 패드용으로 쓰는 Razer Tartarus 2
  • 마우스타블렛: 와콤 CTH-690, 펜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산 실리콘 그립을 끼워 사용중. 사진의 무선마우스는 로지텍 G602
  • 키보드 트레이: 동진가구 IN-605-3, 기본으로 주는 높이 조절 레버가 강도가 약해 빼 버리고 너트를 확 조여 높이 고정
  • 의자: 시디즈 T30 (추천 안 합니다)


맺음말


자신에게 꼭 맞는 것까지는 아니어도 올바르게 설계된 인체공학 주변기기를 구하는 것조차 많은 노력과 시행착오가 필요합니다. 그러한 상황 속에서도 저의 시행착오가 여러분의 소중한 자본을 아끼는 데에 도움이 되기를 바랍니다. 손목에 문제가 있는 트수들의 지속가능한 컴퓨터질을 응원합니다 BloodTrail 


참고 자료

후원댓글 3
댓글 3개  
이전 댓글 더 보기
TWIP 잔액: 확인중
▼아랫글 스위치(축) 정리 lunacast__
키보드마우스질문잡담
1
키보드
적축 키보드 질문이요!! [10]
쫀디기살인마
07-14
8
키보드
제가 쓰는 키보드 [8]
핑키센세
07-14
1
키보드
저적축 vs 노뿌 무접점 고민중입니다. [3]
콩심은데콩난다콩
07-13
1
키보드
기계식이 멤브레인보다 좋은점 뭐가있나요? [5]
조강현리어카를부신얍얍
07-13
3
키보드
오랜 친구 입니다 [5]
z1z0nsama
07-13
8
키보드
영업당해서 글쓰고갑니다 [5]
배타기_
07-13
0
마우스
이거 쓸만한가여? [2]
코코콜라당
07-02
0
07-01
3
06-30
2
키보드
청축쓰다가 [3]
김동성
06-19
4
키보드
Redox 키보드 [2]
도르발
06-12
0
키보드
마우스 추천해주세요 [2]
대가면
06-06
0
마우스
레이저 타이판이면 요새 ㅁㅌㅊ임?? [1]
아아아어너모접
05-12
0
키보드
파이널 에어58 근황 [1]
P5Lab
05-12
0
키보드
님들님들 [2]
깅고
04-25
1
키보드
바밀로 흑축 들였는데 상당히 맘에듭니다요 [9]
그말은하지말았어야했어
04-24
0
키보드
키보드 추천 해주세요 [3]
대가면
04-23
2
04-20
0
마우스
무선 마우스 좋아요? [3]
psco4021
04-19
0
키보드
엔키보드2 사용하시는분 [3]
템포크리
04-11
1
키보드
엉엉 [5]
퍼서벌___
04-09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