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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사 친한 친구를 잃었습니다

게솔이
2018-09-13 20:20:35 677 0 1

제가 대학생일 때였습니다.

한 친구는 저에게 우파라고 하고 다른 친구는 저에게 좌파라고 하더군요.

그 때 저는 깨달았습니다.

아, 나는 가운데 있는 사람이구나.


최근 저는 친한 친구를 하나 잃었습니다.

거의 친남매나 다름없는 친구였는데 말이죠.

문제는 요즘 떠오르는 성혐오 문제였습니다.

딱히 사람 일에 관심이 없고 구태여 누구 편을 들지 않는 저는 

이 문제에 대해서도 가운데 있는 사람이었죠.

적어도 여혐인 친구와 남혐인 친구가 모두 저에게 한 소리씩 하는 걸 보면

어찌 됐든 저는 누구 편도 아닌 사람인 건 확실한 것 같습니다.


사건은 이렀습니다.

제가 페북에 이렇게 썼죠.

"남혐이고 여혐이고 결국 모두 전체주의의 산물이 아닐까?"

제가 보기엔 세상에 일어나는 일들이 개개인들의 잘못인 것 같은데

그걸 남자는 이래 여자는 이래라고 하는 사고의 흐름을 전혀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이죠.

댓글로 친구들과 길게 토론을 했는데,

여혐이었던 그 누나가 저를 차단했습니다.


정말 친한 친구였기 때문에 안타깝긴했지만...글쎄요...제가 쓴 멘트를 보고

저를 남혐이라고 단정지어버리고 저를 차단할 정도의 사람이라면

굳이 친구로 남겨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서 그냥 놔줬습니다.


매국노가 보수를 지지한다고 해서 보수가 지향하는 바를 욕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종북이 진보를 지지한다고 해서 진보가 지향하는 바를 욕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남혐이 여권 신장을 지지한다고 해서 

무시 당하고 차별받고 심지어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하는 여성들의 눈물을 비웃을 수 있는 것도 아닌데

나이 30 넘어서도 흔히 물타기라고 표현하는 행위에 쉽게 넘어가는 걸 보면

네...굳이 친구로 남겨둘 필요는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생각해보니 그런 수준의 사고를 가지는 사람이 적지 않은 것 같아요.

생각해보면...요즘엔 어떤지 모르겠지만...학교에서 논리적으로 사고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는 것이 문제인 것 같기도 하고...

"성급한 일반화"라는 단어로 알고 있는 그 실수를, 너무 많은 사람들이 하는 것 같습니다.


"논리"하니까 생각나는 에피소드인데요,

양예원 사건, 혹은 합정동 스튜디오 사건이 일어났을 때 댓글로 2차 가해를 하는 사람들이 꽤 많은 걸 봤습니다.

심지어 어떤 이는 댓글이 아니라 유튜브 영상으로 2차 가해를 하더군요.

이 사람들은 "가해자 무죄 추정 원칙"을 이유로 들어 자신들이 논리이라고 "착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왜냐하면 무죄 추정 원칙은 가해자뿐만 아니라 피해자에게도 적용되기 때문이죠.

정말로 논리적으로 꼼꼼히 생각했더라면 적어도 "경찰 수사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보자"라고 했을 겁니다.


저는 사건 결과가 어떻게 나왔는지 잘 모릅니다.

가끔 올라오는 기사에 따르면

전 스튜디오 실장이 억울하다는 유서를 남기고 자살했다,

경찰 수사 결과 전 실장에게 같은 피해를 입은 피해자가 수 명이 더 있다,

디지털 성범죄자들과 사이버 장의사들이 알고보니 한 패더라

라는데

가해자가 자살해서 아마 판결이 안 나온 것 같군요.


친구 이야기에서 멀리 돌아왔는데...

사실 친구로 둘 만한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기에 고민이라고 하기엔 좀 뭐 하네요.

기왕 이야기가 이렇게 흐른 거 제가 마무리를 지어보겠습니다.


지혜로운 자는 타인의 죽음에서도 무언가를 배운다 했습니다.

남의 실수와 잘못을 통해 반면교사한다는 뜻이죠.

저는 2차 가해를 저지르며 자신이 논리적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을 통해 무언가를 깨달았습니다.

내가 정말 논리적으로 사고한 것인지, 

아니면 내가 정한 답에 끼워 맞출 핑계를 찾은 것인지

항상 확인해야 한다고 말이죠.


특히 저처럼 연구원이 직업인 사람에게는 정말 큰 교훈인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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