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누군가의 유서

불태운피자좋아
2018-09-12 16:37:26 484 1 2


당신께 드리는 마지막이 아닌 편지


이번에는 조금 긴 여행이 될 것 같습니다.


혼자서 떠나게 되어 미안합니다. 


나는 꽃과 같은 당신을 만나, 꽃과 같은 인생을 살았습니다. 


그대가 나를 피우기 위해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려야 했는지 


얼마나 소리 없는 절규를 외치고 얼마나 많은 것을 포기해야 했는지 이제야 드디어야 조금 알 것 같습니다.


당신께 단 하나 바라는 것이 있다면, 당신의 그 무엇도 탓하지 말기를 바랍니다. 


당신이 당신을 탓하면, 그대로 인해 향기로웠던 내 일생이, 나를 향기롭게 하기 위해 애썼던 당신의 일생이 너무 가엾습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웃는 얼굴이 너무 선명하게 떠오릅니다. 


내가 맛있는 걸 먹고 행복해 할 때, 예쁜 옷을 입고 즐거워하고, 아름다운 곳을 가서 설렐 때, 당신은 나에게 미소 지어주었습니다. 


미안합니다. 당신도 맛있는 걸 먹으면 행복하고, 당신도 예쁜 옷을 입으면 즐겁고, 


당신도 아름다운 곳을 가면 설렌다는 걸 너무 늦게서야 알아버려서 너무 많이 미안합니다. 


당신의 희생에 너무 익숙해져서 당신에게 늘 희생을 요구해서 


지금 이 순간마저 당신에게 희생을 강요해서 나는 이 곳에 울지 말라는 말을 적을 수가 없습니다. 


그 무엇도 적을 수가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반드시 적고 싶은 한 마디가 있다면, 고맙습니다. 


뒤를 돌아볼 때마다 하나뿐이 없던 발자국에 마음이 외로워 당신을 원망했습니다. 


한참 후에서야 알았습니다. 그 발자국은 내 것이 아니었습니다. 


그 발자국은 나를 업고 일생을 거닌 당신의 발자국이었습니다. 


일생을 거닐다 어쩌다 찔린 가시에 당신이 해준 게 뭐가 있냐, 내 인생은 왜 가시투성이냐 원망했습니다. 


한참 후에서야 알았습니다. 


세상은 온통 가시밭길이며, 내가 어쩌다 가시에 찔릴 수 있었던 이유는 


온몸으로 내 앞의 가시밭길을 치워낸 당신 덕분이란 걸 한참 후에서야 그제야 알았습니다. 


세상 가장 높은 절벽 끝에서 세상 가장 깊은 곳으로 추락했을 때, 끝도 없는 어둠 속에서 웅크려 울 때, 


내가 디딘 발끝에 있던 당신의 손이라는 것을, 


온 힘 다해 나를 받치고 있던 당신의 가녀린 손이였다는 것을 지금에서야 알아 미안합니다.


 고맙다는 말보다 미안하다는 말을 더 많이 적을 수밖에 없는 나의 이 마음이 다시 한 번 미안합니다.


 당신이 이 편지를 읽고 있는 지금, 나는 아주 먼 여정을 떠나있겠죠. 


당신도 어느 순간 나와 함께 이 곳을 거닐게 될 겁니다. 


이번에는 당신의 길이 꽃길이기를 바라는 마음에 예쁜 옷, 맛있는 곳 미리 알아보려 나 먼저 떠났습니다. 


아름다운 길 만들러 당신을 기다리겠습니다.


 너무 빨리도, 너무 늦게도 아닌 떠나야 할 그 때의 아름답게 떠나오시길 바랍니다. 


이 편지는 당신께 드리는 마지막 편지가 아닙니다. 


나는 늘 당신에게 편지를 보낼 예정입니다. 


바람이 시원한 날엔 바람을 담아, 꽃향기가 행복한 날엔 꽃향기에 담아, 밤하늘이 예쁜 날엔 달빛에 담아, 


당신께 늘 편지하겠습니다. 


이제 가야할 것 같습니다. 


나는 죽는 게 아닙니다.  나는 죽은 게 아닙니다. 


당신이 내 사진 앞에서 우는 이유가 나의 죽음이 아니라 긴 여정 동안 만나지 못하는 그리움 때문이길 바랍니다. 


나는 아주 먼 곳으로 갑니다.  나는 아주 가까운 곳으로 갑니다.


당신이 볼 수조차 없는 아주 먼 곳에, 당신이 늘 느낄 수 있는 아주 가까운 곳에, 그 곳에 갑니다. 


내가 많이 그립거든 햇볕이 잘 드는 창가에 노란 개나리 하나를 심어주세요. 


당신으로 인해 꽃피우고, 당신으로 인해 늘 향기로웠던 내 삶을 꼭 빼닮은 예쁜 개나리 하나를 심어주세요. 


그 향기가 당신의 슬픔을 달래주길, 그 향기가 당신의 추억을 안아주길, 조심스레 기도해봅니다.


 세상 전부를 주고 싶다던 그대여, 그대가 내 세상이자 내 전부였습니다.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온 몸이 부서지고 못 견디고 녹아내릴만큼 온 마음을 다하여 당신을 사랑합니다. 



어머니께.




후원댓글 2
댓글 2개  
이전 댓글 더 보기
TWIP 잔액: 확인중
▲윗글 아치라이트 불태운피자좋아
▼아랫글 음악을 좋아한다면 10월에 꼭 봐야할 영화 불태운피자좋아
»
누군가의 유서 [2]
불태운피자좋아
09-12
0
브로콜리 Remix [1]
사과멍멍이
09-10
0
09-10
0
대륙의 인형뽑기 [1]
사과멍멍이
09-10
0
09-10
0
09-10
1
왜 나는 부족한 걸까? [1]
불태운피자좋아
09-10
0
나도.. ... 줄 줄 아는데.. [3]
호드는아무것도아냐
09-10
0
오반-행복 [2]
불태운피자좋아
09-10
1
유니님이 좋아할꺼 같은노래 [2]
ヤ직지심체요절통통너구리
09-10
0
2분만에 수면유도. [2]
호드는아무것도아냐
09-09
0
좋은 asmr이었다. [1]
호드는아무것도아냐
09-08
1
심장 폭발하는 영상 [2]
호드는아무것도아냐
09-07
0
유니콘님!
으어어으앙
09-07
0
콜라 편하게 먹는법 [1]
ヤ직지심체요절통통너구리
09-07
0
유니님 유니님 [3]
호드는아무것도아냐
09-07
0
진실의 모습
호드는아무것도아냐
09-06
0
다시 보고픈 안산꿀주먹 [1]
호드는아무것도아냐
09-06
0
ㅂㅂㅇㄷㅇ [3]
유구유그
09-04
0
09-04
0
일식
shikll
09-04
0
09-04
0
유니와 비슷한 노래 실력 [1]
불태운피자좋아
09-04
0
09-04
3
성남겜페 [2]
tteulttak
09-03
0
09-02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