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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게시판 너네가 아는 그런 미연시가 아니야 [두근두근(Doki Doki) 문예부]

Broadcaster 박하나무
2018-08-13 19:13:49 527 0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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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제의 중심 두근두근 문예부

2017년 가을, 혜성 같이 등장해 유튜브와 트위치 등지에서 일약 스트리밍 붐을 일으킨 한 게임이 있었습니다. 그리고 2018년 1월 1일, 한글패치가 공개되며 이젠 한국의 게이머들 사이에서도 유명세를 넓히게 됐죠. 하지만 표지만 보고선 이 게임의 폭발적인 인기가 바로 와닿지는 않습니다. <두근두근(Doki Doki) 문예부!>라는 제목, 아니메풍 히로인 4명이 포즈를 취하고 있는 타이틀 디자인은 전형적인 일본 미소녀 연애 시뮬레이션 게임 다시 말해, 미연시를 연상케 합니다. 대체 미국의 인디게임 회사가 제작한 일본풍 미연시가 무슨 기묘한 이유로 화제의 중심에 서게 됐을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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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쉽게도 전 이유를 말씀드릴 수가 없습니다. 백문이 불여일견. 여러분이 게임을 직접 해보시고 이유를 찾으시길 추천합니다. 텍스트 의존도가 절대적인 비주얼 노벨은 본래 스포일러에 민감한 장르이나, <두근두근 문예부!>는 특히나 그 정도가 매우 큽니다. 이 게임은 마술과도 같습니다. 트릭을 몰라야만 가치가 있는 것이죠.

그러므로 저는 <두근두근 문예부!>의 내용에 대해 그 어떤 스포일러도 일절 하지 않겠습니다.대신 이 포스팅에서는 제 경험과 나름의 논리를 바탕으로 이 마이너 장르 게임이 게이머 커뮤니티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은 이유와, 왜 <두근두근 문예부!>가 그럴 자격이 있는지를 중점적으로 풀어보려 합니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두근두근 문예부!>는 훌륭한 비쥬얼 노벨입니다. 물론, 악성 팬덤이 각종 스트리밍 사이트와 소셜 네트워크 서비스(SNS)에 도배한 낯뜨거운 찬사를 보고 그렇게 생각한 건 아닙니다. 하지만 작금의 스트리밍 문화SNS를 떼놓고 이 게임의 진가를 평가할 수 없다는 것 또한 사실입니다.


■간단하고 단조롭게 와닫지만 특이한 플레이 방식

우선 <두근두근 문예부!>의 플롯에 대해 말해보죠. 물론 줄거리를 이야기하려는 건 아닙니다. 일단 스팀 소개 페이지에 따르면, 귀여운 4명의 여자 아이와 알콩달콩한 문예 동아리 활동을 즐기는 게임이라는군요. 하지만 단순히 모에한 그림이나 달달한 분위기만으로 승부를 걸기엔 시장이 만만하지 않습니다. 미연시 본가인 일본이 아니라 미국의 소규모 인디 게임사가 만든 작품(더군다나 프리웨어)이라면 더더욱 상대가 되지 않죠. 그렇다면 남는 건 대중에 크게 어필할 플롯 뿐입니다. 다행히 제작진, Team Salvato는 요즘 관객에게 먹히는 플롯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두근두근 문예부!>는 다분히 남이 내가 플레이하는 걸 보는 상황을 의식하고 만든 게임입니다. 플롯은 교묘하게 계산된 순간에 마찬가지로 교묘하게 연출된 장면을 투척함으로써 보는 이로 하여금 강한 감정을 충동케 합니다. 한마디로 리액션을 끌어내는 거죠. 이 게임은 여러분의 호의를 철저하게 이용합니다. 플레이어는 미소녀 문예부원과 두근두근한 동아리 활동을 보내는 와중에도 느닫없이 목이 메일 수 있고, 때로는 가슴에 칼날이 파고 들어오는 듯한 서늘한 심정에 몸을 부르르 떨곤 합니다. 하지만 그 리액션 하나하나가 스크린 너머 제2의 시청자들에겐 되려 웃음 포인트가 됩니다. 한마디로 스트리밍에 최적화된 플롯이라는 거죠(심지어 스트리밍을 할 때만 등장하는 깜짝 장면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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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만 아무리 플레이어가 화려한 리액션을 취한다 한들, 리액션에 진정성이 없으면 외면 받을 수밖에 없습니다. <두근두근 문예부!>가 스트리머의 사랑을 받은 이유는 별다른 노력(?)이 없어도 플롯이 자연스레 장면에서 의도된 감정을 끌어낼 수 있기 때문입니다. 여기서 를 활용한 암시와 복선이 돋보입니다. 시는 캐릭터의 복잡한 심상 세계를 표현하는 수단 뿐 아니라 거시적인 세계의 윤곽을 드러내는 장치이기도 하며, 전자는 플레이어에게 충동을, 후자는 플레이어에게 감탄을 불러 일으킵니다. 물론 감정의 진폭을 극대화하는 파격적인 연출 역시 무시할 수 없는 요소인 건 분명하죠. 비단 스트리밍 중이 아니더라도 몇몇 장면에선 스트리머와 비슷한 리액션을 취할 수밖에 없을 겁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게임 하지만 어디에선가 봤던 게임

<두근두근 문예부!>가 훌륭한 건 미연시라는 장르에 한획을 그은 위대한 작품이어서, 어디서도 본 적 없는 독창적이고 오리지널리티 넘치는 비쥬얼 노벨이어서 그런 것이 전혀 아닙니다. 오히려 <문예부!>은 기성 장르에 적지 않은 빚을 진 게임입니다. 히로인은 하나 같이 어디서 빼다박은 얼굴이고, 참신하다는 연출도 뜯어보면 먼저 시도한 작품이 없지 않았습니다. 아마 이쪽 계열의 게임을 저보다 깊이 파고 든 분들은 한편의 패러디 총집편을 보는 기분이겠죠. 동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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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두근두근 문예부!>만큼 급변한 2010년대 미디어 지형에 효과적으로 안착한 동장르의 게임도 없었습니다. 남이 하는 것을 내가 보고 즐길 수 있는 시대에 <두근두근 문예부!>는 더할 나위없이 안성맞춤입니다. 그보다 뛰어난 게임들은 물론 많지만, 마이너 장르의 요소요소를 알맞은 비율로 적절한 위치에 배치함으로써 보다 넓은 유저층이 생소한 컨텐츠를 소화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는 데 이 게임의 진가가 있습니다. 스트리밍을 통해 간접체험할 관객들까지 포섭하여 스스로를 화제의 중심으로 끌어올린 저력 역시 마땅히 존중받아야겠지요. 누구나 자기가 좋아하는 작품을 남도 좋아해주길 바라지만, 모든 작품이 그렇게 되는 건 아니잖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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