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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게시판 아버지는 강하다 [더 위쳐 : 와일드헌트]

Broadcaster 박하나무
2018-08-11 12:20:07 2005 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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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자본 게임에서 AAA급 게임으로


 게임 시장도 자본이 곧 경쟁력인 시대가 되었습니다. 큰 자본이 투입된 AAA급 대작 게임이라고 해서 무조건 재미있는 것은 아니지만, 유저들이 바라는 멋진 그래픽과 광활한 스케일, 거기에 스펙타클한 연출까지 갖춘 게임을 만들려면 많은 돈이 들어간다는 것 또한 부정할 수 없는 사실입니다. 물론 이런 추세에 반해서 근래에는 소자본으로 만들어진 아이디어 위주의 인디 게임들도 많이 출시되고 있긴 합니다. 하지만 그런 게임들은 대부분 소수 마니아층에 의해 소비되는 형편이고, 대다수의 게이머들은 여전히 AAA급 대작 게임에 더 많은 기대를 걸고 있습니다.


 더 위쳐 시리즈 삼부작의 개발사인 시디 프로젝트 레드는 그런 점에서 매우 특이한 이력을 지닌 회사라고 할 수 있습니다. 시디 프로젝트 레드는 처음엔 폴란드에 위치한 조그마한 군소 스튜디오에 불과했지만, 더 위쳐 시리즈의 성공에 힘입어 성장을 거듭했습니다.


 더 위쳐 1편의 경우 들인 자본의 규모나 게임성으로나 결코 AAA급 게임은 아니었으나, 소설을 바탕으로 한 흡입력 넘치는 스토리와 뛰어난 게임성을 인정받아 오로지 PC 플랫폼으로만 출시되었음에도 발매된 지 1년 만에 100만 장의 판매량을 기록했습니다. 후속작인 더 위쳐 2 : 왕의 암살자 또한 좋은 성과를 거두었고, Xbox 360 버전을 발매하면서 콘솔 시장에도 진출했습니다. 그리고 얼마 전, 시리즈 최초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고 멀티 플랫폼 게임으로 기획된 AAA급 최신작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가 출시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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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7년 발매된 시리즈 첫 작품 '더 위쳐'

두 번째 작품인 '더 위쳐 2 : 왕의 암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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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부작으로 완결된 '더 위쳐' 시리즈.

 


 대부분의 AAA급 게임들이 개발 초기부터 퍼블리셔의 입김이 작용한 기획과 대규모 자본 투입에 의해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소자본 게임의 성공에 힘입어 고자본 게임까지 개발해낸 더 위쳐 시리즈의 사례는 매우 이례적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더 위쳐 시리즈가 성공할 수 있었던 비결은 뛰어난 게임성과 더불어 유저 친화적인 정책에 있었습니다. 불법 복제에 관대한 정책과 수많은 DLC들을 무료로 제공하는 '대인배'적인 마인드는 유저들의 지지를 얻기에 충분했고, 많은 개선점을 포함한 '인핸스드 에디션' 또한 무료로 업데이트하여 호평을 받았습니다.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 역시 앞으로 16개의 무료 DLC 출시가 예정되어 있습니다. PC 버전의 경우 발매 직후 한국어가 포함되어 있지 않다는 문제로 잠시 비난에 직면하기도 했지만, 출시하고 얼마 지나지도 않아 발 빠르게 유저들의 피드백을 수용한 패치를 내놓고 무료 DLC를 배포함으로써 '대인배'적인 개발사의 면모를 다시 한 번 보여주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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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C 버전 유저로서, 필자 역시 처음엔 분노했다.

 


 이번에 발매된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는 다소 정돈되지 않은 게임성과 편의성을 지니고 있었던 전작들에 비해 훨씬 발전된 모습을 보여주고 있으며, 오래도록 품어왔던 유저들의 기대에 부응한 대작으로 완성되었습니다. 그러나 본 리뷰는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의 장점과 더불어 단점도 많이 언급할 예정입니다. 매우 잘 만들어진 게임이라는 사실 자체는 인정하지만 '이러한 점이 개선되면 더욱 좋겠다.'라고 느낀 부분이 매우 많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자잘한 단점들이 이 게임의 가치를 바래게 할 정도는 아니었다고 판단했기에 점수만큼은 높게 책정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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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미와 아쉬움이 교차하는 게임,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

 


 ■ 뛰어난 그래픽으로 완성된 세계관


 발매 전 수많은 다운 그레이드 논란이 있었지만,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의 그래픽은 상당히 뛰어난 수준을 보여줍니다. 전작인 더 위쳐 2 : 왕의 암살자의 경우도 그래픽만큼은 매우 좋은 게임이었고, 이는 후속작에서도 고스란히 계승되었습니다. 다만 2편의 경우 표면적인 그래픽이 좋을 뿐, 인물의 표정 변화나 모션 등 세세한 묘사는 결코 좋다고는 할 수 없는 수준이었습니다. 반면 위쳐 3 : 와일드 헌트는 수많은 대화와 상황 묘사 속에서도 생동감 있는 표정 변화를 보여주고 있으며, 캐릭터들의 움직임과 전투 모션 또한 뛰어난 완성도로 구현되었습니다. 굳이 아쉬운 점을 꼽자면, 점프 모션이 다소 어색하다는 점 정도를 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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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여성 캐릭터들의 모델링과 복장 디자인이 적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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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남자 캐릭터도.

 


 ■ 완전하진 않지만, 방대한 오픈 월드


 전작보다 방대해진 스케일에 걸맞게 환경 그래픽도 크게 발전했습니다. 낮밤의 교차와 날씨의 변화에 따라 같은 지역에서도 다른 분위기를 맛볼 수 있으며, 숲, 늪지, 산악지대, 호수, 바다 등 여러 아름다운 자연 환경이 구현되어 있습니다. 상대적으로 체감하기 어려운 물 속 지형까지도 세세하게 완성되어 있습니다. 그러나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는 발매 전 기대했던 것과는 달리 완전한 오픈 월드 게임은 아닙니다.


 월드맵은 북부 왕국 전역을 무대로 하고 있지만, 정작 갈 수 있는 지역은 케어 모헨과 백색 과수원, 벨렌, 노비그라드, 비지마 왕성, 그리고 스켈리게 제도 뿐입니다. 노비그라드와 벨렌을 제외한 여타 지역은 오로지 빠른 이동 푯말을 이용해야만 갈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미 구현된 부분만 해도 상당한 스케일을 자랑하기 때문에 단점으로 지적하기엔 망설여지는 부분이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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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답고 풍부하게 구현된 환경들.

 


 본래 더 위쳐 시리즈는 1편부터 오픈 월드 게임으로 기획되었지만, 개발진의 역량과 자본 부족으로 1편과 2편의 경우 다소 제한적인 스케일의 게임으로 완성되었습니다. 반면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는 자유로운 지역 이동과 모험, 탐색으로 가득 찬 게임성을 구현해냈습니다. 이는 전작들에 비해 더 뛰어난 기술력과 자본이 투입됨으로써 얻은 큰 수혜입니다.


 자유롭게 돌아다닐 수 있는 판타지 세계관에 대한 열망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해왔고,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 이전에 엘더 스크롤 5 : 스카이림이 있었습니다. 엘더 스크롤 시리즈의 경우 2편부터 오픈 월드 세계관을 완성하였지만, 구세대적인 그래픽을 보여주었던 4편 오블리비언까지는 그래픽과 스케일로 감동을 선사하는 수준의 게임은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현세대적인 그래픽을 갖춘 스카이림의 발매는 더 위쳐 시리즈의 개발진들에게도 영감을 주었고, 이는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의 완성도에 크게 기여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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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에 보이는 곳 어디든 갈 수 있는 게임은 아니지만….

자유롭게 돌아다니는 재미는 충분하다.

 


 하지만 엘더 스크롤 시리즈의 자유도와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의 자유도는 지향점이 다소 다릅니다. 엘더 스크롤의 경우 시리즈에 따라 조금씩 차이는 있긴 하지만 중요 NPC의 생사마저도 결정지을 수 있는 폭넓은 자유도가 허용되어 있습니다. 물론 그 과정에서 닭 한 마리를 잡았다고 마을 경비병이 모두 적대적으로 변하는 등 시스템적인 허점 또한 존재합니다.


 반면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는 우호적인 NPC를 공격하는 것이 기본적으로는 불가능합니다. 도둑질하다가 발각당하거나 무기를 뽑아들고 위협했을 때만 경비병과 싸울 수 있을 뿐, 플레이어가 할 수 있는 행동에는 분명한 제약이 있습니다. 그나마 맵에 분포된 던전이나 아이템 등의 오브젝트를 찾아 조건을 클리어하고 전리품을 획득하며 소위 말하는 '달성률'을 높여가는 과정 정도가 두 게임의 공통적인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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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소 제약된 자유도.

들러봐야 할 곳이 많다.

 


 ■ 흡입력 넘치는 스토리텔링


 다소 맥 빠지는 분량을 지니고 있었던 엘더 스크롤 5 : 스카이림의 메인 퀘스트에 비하면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의 메인 퀘스트는 엄청나게 방대한 분량을 자랑합니다. 메인 퀘스트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파생되는 곁가지 퀘스트의 개수 또한 엄청나고, 곳곳에 숨겨진 퀘스트와 위쳐 의뢰, 다양한 서브 퀘스트까지 합치면 그 분량을 헤아리기 어려울 정도입니다. 게다가 그 모든 퀘스트들에 얽힌 스토리가 하나같이 매력적이라는 점이야말로,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에서 가장 뛰어난 부분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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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위쳐 3 : 시리의 역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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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인 퀘스트의 흡입력이 상당하다.

 


 ■ 더 위쳐 시리즈의 정체성, '선택과 결과'


 '선택과 결과'는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의 스토리를 이끌어가는 가장 핵심적인 콘텐츠입니다. 이는 더 위쳐 1편에서부터 이어져 온 시리즈의 전통이라고 할 수 있으며, 오픈 월드 게임으로 탈바꿈한 3편에서도 그 부분만큼은 변하지 않았습니다. 만약 더 위쳐 2 : 왕의 암살자를 플레이한 세이브 파일을 가지고 있을 경우, 2편에서의 선택이 3편에서도 영향을 미치게 됩니다. 물론 세이브 파일이 없을 때도 유저의 임의대로 과거를 재구성할 수 있습니다. 게임을 하는 동안에도 숱하게 많은 선택을 강요받게 되는데, 여관에서 시비를 거는 건달들을 어떻게 처리할 것이냐 하는 자그마한 문제부터 시작해서 게임의 분기를 결정짓는 커다란 선택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상황이 유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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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한마디 잘못 했다가 그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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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택에 따른 결과가 다양한 만큼, 다회차 플레이할 가치가 충분하다는 것이 장점.

 


 재미있는 것은, 인도적인 선택이 반드시 좋은 결말을 가져오는 것은 아니라는 점입니다. 때론 냉정하게 행동하는 것이 좋은 결과로 귀결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유저의 선택이 어떠한 결과를 가져올지는 결코 알 수 없으며, 이런저런 상황이 꼬여서 전혀 의외의 결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그러나 어떠한 선택을 하더라도 '완벽한 해피 엔딩'은 결코 찾아오지 않습니다.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대부분 선한 면과 악한 면을 동시에 지니고 자신의 이해관계에 따라 행동하는 '현실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습니다. 다소 선해 보이는 캐릭터도 어디까지나 상대적일 뿐, 모든 캐릭터가 자신의 욕망과 고충에 충실하게 행동합니다. 이러한 입체적인 캐릭터들 덕분에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의 이야기는 예상 불가능한 방향으로 흘러갈 때가 많고, 그러면서도 개연성을 잃지 않는 뛰어난 스토리텔링을 보여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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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적인 콘텐츠도 중요하게 다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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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 하나를 주고받더라도, 결코 공짜는 없는 세계관.

 


 ■ RPG의 본질적인 재미를 추구하다


 이처럼 선택과 결과가 중시되는 스토리텔링 속에서도,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는 RPG로서의 본질적인 재미 역시 충실하게 전달하고 있습니다. 그중 첫 번째는 전투의 재미입니다. 방패 없이 검만을 사용하는 주인공 게럴트의 성향에 따라, 본작의 전투는 '회피'가 매우 중요한 요소로 작용합니다. 다소 레벨 차이가 많이 나는 몬스터를 만나더라도 회피만 잘 쓰면 사냥할 수 있을 정도입니다.


 여기에 연금술로 만들어낸 다양한 물약과 마법의 일종인 표식을 잘 활용하면 더욱 쉽게 전투를 풀어갈 수 있습니다. 더 위쳐 2 : 왕의 암살자에서는 전투 시작 전에 미리 물약을 먹어야 했지만, 본작에서는 언제든지 물약을 섭취 가능하도록 바뀌었기에 편의적인 측면에서 한층 강화된 모습입니다. 게다가 회피 판정이 다소 불합리했던 2편과 달리 3편의 회피는 타이밍만 잘 맞추면 적의 공격을 대미지 없이 받아낼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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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 다수의 상황이 매우 많다.

욕 나오는 익사체 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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궨트와 경마 등 다양한 즐길거리가 있다.

 


 퀘스트를 클리어하여 레벨을 올리고 능력치 세팅을 통해 캐릭터를 육성하는 재미도 잘 살아 있습니다. 레벨을 올릴 때마다 더욱 높은 등급의 아이템을 착용할 수 있고, 스킬 포인트를 적재적소에 투자하여 자신의 스타일에 맞는 캐릭터를 완성할 수 있습니다. 같은 계열의 스킬을 배치하고 색깔에 맞는 돌연변이 인자를 장착하면 시너지 효과가 있기 때문에 유기적으로 스킬을 선택하는 것이 중요합니다. 또 맵 곳곳에 자리한 힘의 원천을 찾아 추가 스킬 포인트를 얻어 레벨에 비해 더욱 강력한 캐릭터를 만들 수도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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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절한 스킬 배치를 통해 한층 더 강해지자.

일부 구간은 시리로 플레이 가능.

 


 개인적으로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에서 가장 재밌게 즐긴 콘텐츠는 위쳐 임무였습니다. 몬스터 또는 악령 퇴치 의뢰를 받아 보상금을 협상하고, 목표를 추적해서 사냥하는 과정이 꽤 흥미진진했기 때문입니다. 목표로 등장하는 몬스터들은 필드 몬스터들과 비교하면 한층 강한 체력과 능력치를 지니고 있어서 마구잡이로 들이대서는 사냥하기 어려운 경우도 있습니다. 이럴 때는 몬스터 도감을 참고해서 약점을 알아낸 다음, 상황에 맞는 물약을 섭취하고 장비를 사용하면 난이도를 낮출 수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더 위쳐 시리즈에 등장하는 여러 몬스터들에 대한 지식을 간접적으로 얻게 되고, 결과적으로 게임의 세계관에 한층 몰입할 수 있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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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상을 협상하고

목표를 추격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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때려잡으면 된다.

 


 ■ 아쉬운 부분들


 이처럼 방대한 세계관 속에서 흡입력 넘치는 스토리와 재미난 게임성을 제공하는 본 작품에도 분명한 단점들이 존재합니다. 가장 큰 문제는 바로 조작감입니다. 모든 움직임에 관성이 적용되고 입력 후 한 타이밍씩 늦게 발동되는 판정 때문에 게임 내내 답답한 느낌을 지울 수 없습니다. 버튼 배열 역시 아쉬운 부분이 있는데, 아이템 루팅과 불 켜고 끄기, 대화하기, 회피, 달리기, 말타기, 이 모든 조작을 Xbox One 패드 기준으로 A 버튼 하나에 대응시키다 보니 가끔 의도와 다른 행동이 나갈 때가 많습니다. 상자 열려다가 불을 붙였던 경험은 저만 겪은 일은 아닐 겁니다.


 그런데 이처럼 어설픈 조작감마저도 전작인 더 위쳐 2 : 왕의 암살자에 비하면 극도로 발전된 것이라는 사실이 아이러니합니다. 개발사인 시디 프로젝트 레드가 콘솔용 게임을 주력으로 만들던 회사가 아니었기에 나타난 문제점일 테지만, 이대로 방치하기보다는 앞으로 지속적인 패치와 인핸스드 에디션 개발을 통해 개선되었으면 하는 바람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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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임이라 거침없는 게럴트 씨.

발에 브레이크 좀 달아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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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팅 가능 범위가 지나치게 좁은 것도 문제.

 


 게임의 전체적인 밸런스 또한 좋은 평가를 내리기 어렵습니다. 일단 초반과 후반의 난이도 밸런스가 맞지 않습니다. 레벨이 올라가고 아이템이 갖춰지는 후반부로 갈수록 쉬워지는 것은 RPG라면 당연한 일이지만,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는 난이도 하락의 폭이 너무나도 큽니다. 주인공은 연금술과 표식, 검술 등을 강화할 때마다 큰 폭으로 강해지는데, 정작 몬스터들은 레벨이 올라가도 일정한 비율로 체력이 늘어나고 공격력이 강화되는 선에서 그칩니다. 중반이 넘어가면 제조 가능한 몇몇 탕약의 경우 사기적인 옵션을 지니고 있어서 좀비같이 죽지 않는 캐릭터를 만드는 것도 가능합니다. 극후반에 만나는 보스급 캐릭터들보다도 극초반 위쳐 임무에서 상대해야 하는 몬스터들이 더 강하게 느껴질 정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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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반에 등장하는 몬스터가 더 무섭다.

후반부는 최고 난이도로 플레이해도 쉽다.

 


 초반과 후반의 아이템 획득 밸런스 또한 맞지 않습니다. 초반에는 쓸 만한 무기나 방어구를 구하는 것이 어렵게 느껴지지만, 특정 레벨대를 넘어서고 각 위쳐 교단별로 특화된 무기와 방어구를 얻게 되면 사실상 아이템 파밍은 종료되었다고 봐도 무방합니다. 위쳐 장비들은 동렙의 유물 장비들에 비해 월등한 능력치를 자랑하며, 지속적으로 업그레이드가 가능하기 때문에 사실상 다른 장비를 얻을 이유가 없어집니다. 설계도는 각 마을의 대장장이가 파는 보물 지도를 통해 손쉽게 구할 수 있고, 재료도 그다지 많이 들지 않으며, 모자란 재료는 대장장이에게서 구입할 수 있습니다. 이 때문에 중반만 넘어가면 RPG의 가장 큰 콘텐츠 중 하나인 아이템 파밍의 재미를 사실상 느낄 수 없게 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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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쳐 교단 장비를 얻는 순간, 난이도가 큰 폭으로 하락한다.

 


 유저에게 혼란만 주는 복잡한 재료 아이템도 문제입니다.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에는 정말 무수히 많은 재료 아이템이 등장하지만, 그러면서도 딱히 중요도가 높은 재료는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몇몇 재료는 특정 몬스터를 잡아야만 구할 수 있지만 사실상 게임을 하다 보면 자연스레 얻게 되는 것들이고, 대다수의 재료는 상인이 판매합니다. 그런데 게임을 처음 접하는 유저의 입장에서는 그러한 사실을 알 길이 없습니다.


 혹여나 나중에 필요할지 몰라 모든 아이템을 쟁여두었다가 인벤토리의 압박과 수리비 부족에 허덕였던 유저들도 분명 존재할 것입니다. 차라리 재료의 가짓수를 크게 줄이고 어려운 위쳐 임무 보상으로 고급 재료 아이템을 주도록 만들었다면, 앞서 언급한 아이템 밸런스 문제와 쓸데없이 복잡한 재료 문제를 동시에 해결할 수 있었을 것입니다. 더불어 위쳐 사냥의 재미와 성취감 또한 크게 늘릴 수 있었을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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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수히 많은 재료 중 쓰이는 건 몇 개 없다.

 


 연금술로 넘어가면 정반대의 문제가 유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몇몇 연금술 레시피의 경우 획득하는데 다소 무작위적인 확률이 작용하다 보니 선행 레시피를 얻지 못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저 역시 엔딩을 볼 때까지 업그레이드 레시피는 구했는데 선행 레시피를 얻지 못해서 제작하지 못한 물약과 폭탄이 꽤 많았습니다. 게다가 몇몇 탕약은 만들려면 특정 몬스터를 사냥해야 나오는 돌연변이 인자가 필요한데, 그 재료가 나올 확률이 랜덤인 데다가 몇몇 몬스터는 잡을 기회 자체가 많지 않습니다. 물론 연금술 자체가 필수적인 요소는 아니기 때문에 게임 진행에 지장을 빚을 만한 문제점은 아니지만, 달성률 100%를 노리고 플레이하는 유저들에게는 분명 단점으로 느껴질 만한 요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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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하지 못한 물약이 꽤 많다.

서큐버스 돌연변이 인자는 끝내 구하지 못했다.

 


 무수하게 많은 버그 문제도 있습니다. 세이브 파일이 사라지거나 로딩이 끝나지 않는 치명적인 버그부터 시작해서 모션이 이상하게 꼬이거나 퀘스트가 제대로 진행되지 않는 소소한 문제에 이르기까지 갖가지 버그들이 유저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그나마 PC 버전은 다소 빠른 페이스로 패치가 진행되고 있지만, 플랫폼 홀더의 검수를 거쳐야 하는 콘솔 버전은 패치 속도가 느린 감이 있습니다. 비슷한 오픈 월드 RPG 장르인 엘더 스크롤 시리즈 역시 대대로 버그가 많았다는 사실을 떠올려보면, 어쩌면 버그 문제는 장르의 숙명과도 같은 게 아닐까 싶기도 합니다. 그러나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의 경우 발매일을 상당히 미룬 뒤에야 출시된 게임이기에 부실한 마감 문제가 더욱 크게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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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란티어가 미동도 하지 않는 버그.

덕분에 손쉽게 썰었다.

 


 ■ 강인한 아버지의 이야기,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


 방대한 스케일의 오픈 월드 RPG를 만들고 싶다던 폴란드의 작은 개발사, 시디 프로젝트 레드의 바람은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야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를 통해 결실을 맺었습니다. 상업성보다는 게임성을 더욱 중시하고 유저들과의 소통에 힘썼던 개발사의 노력은 조그마했던 스튜디오를 대규모 개발사로 탈바꿈시켰으며, 이는 곧 대규모 자본과 뛰어난 기술력이 필요한 대작의 완성으로 귀결되었습니다.


 발매 전 수많은 구설수와 논란이 있었지만,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는 오랫동안 기다려온 유저들의 기대치에 부응한 게임임에 분명합니다. 이번 작품이 더 위쳐 시리즈의 마지막 작품이라는 사실이 너무도 아쉽긴 하지만, 앞으로도 지속적인 대인배적 행보와 유저 친화적인 노력을 통해 다시 한 번 시디 프로젝트 레드라는 이름을 긍정적으로 각인시킬만한 또 다른 대작이 탄생하길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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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인한 아버지의 이야기, '더 위쳐 3 : 와일드 헌트'.

시리가 주인공인 후속작이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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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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