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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게시판 합랑 딸 처녀작(많은 피드백 부탁드립니다-딸이부탁함)

Broadcaster 합랑
2023-09-07 04:18:01 292 4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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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가 떠났다. 원래부터 사이가 나빴던 것은 아니었다. 아니, 나도 모르게 혼자서 언니와의 관계를 좋게 생각했는지도 모르겠다. 매구, 나의 언니는 나를 어떻게 생각했을까. 지금 생각해 봤자 그녀는 이미 떠나간 지 오래. 달라지는 것은 눈곱만큼도 없겠지만 다시 한번 머릿속에서 그녀와 나의 관계에 대해 되새겨 본다.




단기 3973 영종 25년 2월 29일은 해의 달력으로도 없는 날이고, 달의 달력으로도 없는 천년에 올까 말까 한 날이었다. 그날 우리는 태어났음과 동시에 버려졌다. 해와 달이 외면하는 날에 어출 쌍생이라니, 그 누구도 우리 자매가 버려지는 것을 반대하지 않았으며 불쌍하게 여기지 않았다. 우리가 버려지는 게 당연하다는 듯이 매몰차게. 


그렇게 자연스레 버려진 우리는 우도 방이라는 곳에 보내져 걸음마를 떼기 시작한 후 3년 뒤 검을 잡고 다른 사형제들과 함께 수련받았다. 그중 쌍둥이 동생인 우사는 힘든 수련을 어렵지 않게 따라갔다. 우사는 처음부터 기초 체력을 중심으로 다져서 그런지 검을 휘두르고, 내리치고, 찌르는 것을 산을 오르는 것보다 쉬워했고, 금방 사형제들을 거쳐 사숙들과도 맞붙을 수 있을 만한 힘을 가지게 되었다. 스승님의 칭찬은 날이 갈수록 늘면 늘었지 줄어들진 않았다. 그런데도 아직 자기 자신이 부족하다는 생각을 가진 우사는 오로지 수련에만 집중하여 다른 사람들을 제쳐나갔다. 언젠가 나를, 우리를 버린 그자들에게 복수를 하기 위해서라는 신념 하나만으로. 하지만 우사가 간과하지 못한 것은 그녀의 여리디여린 언니였다. 



넓은 수련장 한가운데서 공기가 갈라지는 파공음이 몇 차례 들리는가 했지만 금방 한 소녀의 가쁜 숨소리로 텅 빈 수련장을 채웠다.


"....."


그녀의 이름은 매구. 매구는 비범한 머리와는 달리 그다지 수련의 성과를 내지 못하는 자였다. 머리에서 상대방의 자세, 패턴 등을 분석하고 무슨 공격을 할지, 그리고 그 공격을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확실히 알고 있었지만, 몸이 대처하지 못하는 케이스였다. 그녀는 다른 사람들이 그녀를 위해서 제시해 준 기초 체력 훈련으로 약점을 보강하여 오랜 시간이 걸리더라도 꾸준히 수련해야 한다는 말을 듣는 둥 마는 둥 흘려듣고는 자신만의 방식에 집착하였다. 사람들의 조언 어린 충고가 그녀에게 가장 좋은 선택지 임에도 불구하고 그녀, 아니 매구는 그러지 않았다.


해가 저물어 가는 자시 초. 우사는 아직 방에 들어오지 않는 언니를 데리러 수련장으로 향했다. 수련장 앞 정문을 넘어 언니가 자주 수련하는 장소를 두리번거리다 우사의 눈에 그녀의 언니인, 매구가 보였다. 우사는 빠른 속도로 그녀에게 다가갔고 그들의 사이는 한순간에 좁혀졌다.


"...언니! 벌써 두시 진이나 흘렀어. 밥도 대충 먹고..."


 "..아.우사 왔구나. 넌 먼저 들어가서 쉬고 있어. 이 검법만 깨우치면 나도 들어가 잘 테니 걱정하지 말고 빨리 들어가서 자. 착하지?"


 ".....응, 알았어.그 대신 빨리 와... 기다리고 있을 거니까."


 비슷한 패턴이었다. 매구에게 매번 엇비슷한 말을 하는 우사는 단 한 번도 이 약속을 지킨 적이 없었고, 그런 매구는 항상 기껏 마중 나온 동생에게 먼저 가라는 말을 무심하게 내뱉는. 그런 뫼비우스의 띠 같은 상황이 근 1년간 반복되어 가고 있었다. 우사가 비장한 얼굴로 항상 하는 말은 매번 지켜지지 않았다. 수련을 끝내고 올 때면 침대 구석에서 곯아떨어져 있는 우사의 모습만을 볼 수 있었지 단 한 번도 그녀는 수련이 끝난 후의 매구를 반겨준 적은 없었다. 말을 듣다 보니 문득 우사의 자는 모습이 떠오른 매구의 얼굴에 잔잔한 희소가 피어올랐다. 우사는 갑작스레 웃는 매구를 보며 왜 웃느냐는 의문이 섞인 눈길을 보냈지만, 결국엔 자신도 천천히 입가를 올려 자신의 언니와 마주 웃었다.


수련을 마친 뒤 매구는 빠른 걸음을 하며 자신과 우사의 처소로 들어갔다. 은근 우사가 깨어있기를 기대하며 조금 가벼운 발걸음으로 몸을 옮겼다. 하지만 역시나. 이번에도 우사는 약속을 지키지 못했다. 이번엔 우사가 깨어있을까 자신도 모르게 조금 일찍 수련을 끝내고 들어오자, 문을 열고 처음으로 보인 것은 자는 우사 뒤쪽의 활짝 열린 창문이었다. 그 창문 뒤론 커다란 보름달이 떠 있었는데 그 빛은 우리가 있는 방안을 은은한 달빛으로 감싸주었다. 그에 의해서인지 빛에 비친 우사의 얼굴이 훤히 보였다. 우사의 얼굴은 사람 취향을 타지 않고 누구나 호감을 느낄 만큼 어여쁜 외모였으며, 아직 젖살이 빠지지 않은 볼살만이 그녀의 나이를 가늠할 수 있는 유일한 표시였다. 자신의 여동생은 어린 나이에 너무 성숙해졌기에. 우사는 매구와 같은 검은 머리 가졌음에도 매구의 검은 어둠을 담아 새까맣기만 한 머리와는 다르게 달빛에 비친 우사의 머리는 마치 밤하늘의 우주를 담은 것 같았다. 꿈나라에 간 자기 동생의 불 거스름 한 뺨에 붙은 머리카락 몇 가닥을 조심스레 옆으로 슬어주며 비어있는 구석 끝 쪽에 매구는 살포시 앉았다.


"부럽다."


움찔 매구는 방금 자신이 무슨 막말을 한 것인지 생각하며 입 밖으로 나온 말을 지금이라도 다시 주워 담고 싶었다. 감히 내가 이런 말을 입에 담다니. 요즘 들어 수련의 강도를 높였더니 정신이 오락가락 한가 보다. .... 하지만 마음속 언저리에 있던 단어가 입 밖으로 나온 순간 나는 감정을 주체할 수 없었다. 감정이 작아지기는커녕 점점 더 커지는 것을 갈무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


"... 언니?"


"....음, 깼어? 좀 더 자, 아직 더 잘 수 있어."


"아냐.. 나 잠 다 깼어..~!"


푸하하, 매구는 웃음을 참지 못하고 한바탕 웃음을 터트렸다. 누가 봐도 비몽사몽한 눈을 한 우사였다. 너무 뻔뻔스럽게 거짓말을 한 우사는 한순간 날렵하고 재빠르게 비어있는 매구의 옆구리에 자기 손을 넣어 폭삭 껴 안겼다. 아니 체구는 우사가 더 컸으니 껴안았다고 표현하는 게 맞을 것이다. 눈 깜짝할 세에 껴 안겨진 매구는 자신을 껴안은 존재가 너무 사랑스러워 미치겠다는 생각으로 자신도 마주 안아 주었다. 어찌 이리 어여쁜 동생을 잠깐이라도 질투했을까. 조금 전의 자신에게 무어라 하고 싶었지만, 지금은 동생과 함께 있는 이 시간을 즐기고 싶었다. 한동안 부둥켜 껴안고 있던 우사와 매구는 매구의 한 마디로 의해서 떨어지게 되었다.


"우사, 그만 떨어져…. 이제 자자."


"뭐어? 얼마나 지났다고 떨어져... 싫어!"


"나도 우사랑 계속 껴안고 싶지... 하지만 너무 졸린걸?"


매구는 난감하다는 듯이 우사를 달래주었다. 그러자 절대 떨어지기 싫었지만, 언니가 피곤하면 안 되니까... 라고 중얼거린 다음에 스스로 그녀의 품 안에서 나와 뒤로 벌러덩 누워 버렸다. 매구는 한순간 우사가 쓰러지는 줄 알고 식겁했지만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우사는 떨어지고 난 뒤에도 떨어지기 싫은 데라며 계속 웅얼거렸다. 매구는 한숨을 쉬고는 누워있는 우사에게 다가가 귓가에 대고 속삭였다.


"오늘 너무 늦게 잔 나머지 내일은 피곤할 거 같아. 몸이 좋지 않은 상태에서 수련하면 몸만 상할 거 같은데... 내일은 같이 뒷산에 나들이나 갈까?"


벌떡 몸을 일으켜 세운 뒤 우사는 매구를 쳐다보았다.


"정말!?"


"응, 정말."


야호!


우사의 밝은 목소리가 두 자매가 있는 방 안을 채웠다. 그렇게 잠에 들고 시간이 지나 아침이 되자 매구는 아직 피곤함에 찌든 몸을 일으켜 잠이 달아나도록 옆에 있던 물 한 잔을 원샷 했다. 그녀는 인제야 잠이 달아난 것을 느끼곤 곧바로 이따 나들이 갈 짐을 챙겨놓기 시작했다. 나중에 챙기면 잊어버릴 것들을 간간이 챙긴 뒤에서야 자신의 동생을 깨우는 매구였다.


"우사. 우사~이제 일어나야지."


"... 응.. 언니.. ㄱ.. 안."


"응? 뭐라고 했 - "


".. 헉!!"


"와.. 놀래라. ..무슨 꿈을 꾸었길래 이리 놀라면서 깨니?"


"언니, 언니가.....흐어엉.."


갑작스레 눈물샘을 터트린 우사는 울음이 섞인 목소리로 매구에게 자신이 꾸었던 꿈을 생각나는 대로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자 매구는 우사를 꼬옥 안아서 천천히 등을 쓸며 달래주었다. 그러자 우사는 더욱 목 놓아 울며 지쳐 쓰러진 후에야 겨우 울음을 멈추며 다시 잠에 들었다. 매구는 곤란했다. 원래의 목적은 우사를 깨우는 것이었지만 다시 깨우기에는 우사가 방금 막 지쳐 잠든 것이 눈에 걸렸다.


"뭐.. 나들이는 내일이라도 갈 수 있으니까 이대로 자게 내버려 둬야겠다."


매구는 우사를 편안한 자세로 눕혀 주고는 어제 서랍 위에 올려놓았던 목검을 들고는 수련장으로 향했다. 오늘 우사와의 나들이를 기대했던 자신의 마음을 고이 집어넣은 채로.


오늘은 수련장에 자신만 있는 것이 아닌 다른 사형제들도 드문드문 수련을 하고 있었다. 원래 이 시간대라면 자신이 독차지했어야 할 수련장에 방해꾼이 있는 것이 썩 기분이 좋진 않았지만 그래도 어찌하랴. 이곳이 자신의 것도 아닌데. 매구의 선택지는 참고 수련을 하느냐 자신이 가느냐 밖에 없어 전자를 선택한 후였고 그것이 잘못된 선택이라는 것을 반시 진도 되지 않아서 깨닫게 될 줄은 앞날을 모르는 매구에겐 알 수 없는 일이었다.


수련이란 무엇인가. 자신의 힘을 갈고닦아서 단련하는 것을 세간에서 수련이라고 하는 것을, 그 누가 보든 이렇게 남을 괴롭히는 것을 그 누구도 수련이라고 표현하지 않을 것이다.


"야 꽉 잡아라. 저것이 도망가지 못하게."


"잘 잡고 있을 테니 걱정하지 마."


"살려줘! 내가 뭘 잘못했길래 이러는 건데!!"


"네가 수련을 방해했잖아~"


"내가 언…. 커 헉!"


그들은 자신의 사형제 중 악명이 자자하기로 소문난 무리었다. 자신의 사제인 비종과 사묵은 우사와 같은 시기에 들어온 동기들이었지만 한 놈은 빽으로 다른 한 놈은 그나마 실력을 인정받아 우도 방에 들어왔다. 그러나 동기인 우사가 다른 동기들과 차원이 다른 실력으로 사람들의 관심을 아사 가니 심술이 난 나머지 마침 제 동기들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줄 겸 본보기로 모두의 앞에서 우사에게 대련을 신청했지만, 두 합도 겨누지 못한 채로 처 발렸다.


말 그 마디로.' 처' 발렸다.


그 이후로 우사가 있을 때는 쉬쉬하고 있지만 은근히 사형제들 사이에서 자신에게 깝치지 못하도록 찍어 누르고 있는 자가 바로 저기서 자신의 사제를 수련용 허수아비처럼 나무에 묶어 신명 나게 패고 있었다.


"그…. 그만....크헉, 악!"


"어쭈. 꽤 수련을 열심히 했나 봐? 이것도 버티네."


"그러면 봐주지 말고 더 열심히 '수련' 해도 되겠다~"


"히..히익..!!살려, 줘!!"


"하하, 아무도 없는데 무슨."


분명 매구의 위치는 저쪽에서 안 보이는 자리가 아니면서도 그들은 매구를 없는 사람 취급했다. 매구도 저기서 맞고 있는 자와 별반 다를 바 없는 신세였기 때문에. 


아니 그보다 더하면 더했다. 이유가 무어냐고? 매구는 저자를 이긴 우사의 언니였으며 그들보다 한참 낮은 무위를 가진 약자이기 때문이었다. 딱 사냥당하기 좋은 것만 골고루 가지고 있는 매구였다. 하지만 매구도 사람인지라 조금의 자존심은 가지고 있었고 자신을 무시하고 제 사제를 괴롭히고 있는 자에게 그만하라고 나설 용기조차도 가지고 있었다. 


말릴 수 있는 실력은 모르겠지만 말이다. 용기를 낸 매구는 수련이라 말하고 괴롭힘을 하고있는 자신의 사제에게 한마디를 하려 발을 움직여 그들을 향해 입을 열었다.


"거기 그만하 -"


"여기서 뭐해?"


 뒤이어 들려오는 소리 때문에 자신의 말은 그들에게 닿지 못했지만.





2




뒤에서 들린 목소리의 정체는 우사였다. 분명 곤히 자고 있을 우사가 어째서 여기에 있는 걸까라는 생각을 뒤로 분명 목소리는 저만치 멀리서 들렸건만 그녀의 손은 언제부터인지 매구의 등허리를 감싸 안고 있었다. 얇고 어린아이 같지 않은 투박한 손과 자잘한 손등 위의 상처는 그녀가 얼마나 열심히 수련에 임했는지를 알려주는 것이었으나 뭔가, 뭔가 이상했다.


"언니. 여기서 뭐 하냐고 내가 물어봤잖아."


"어? 아, 그게.."


기분 탓인가. 한순간 우사가 다른 누군가와 겹쳐 보였던 거 같았다. 그러나 매구는 궁금증을 해소하기도 전에 우사의 다소 강압적인 물음에 곧장 대답해야만 했다.


"수련 하는 도중 구타 소리랑 아픈 신음이 들리길래 와봤는데 비종 사제와 사묵 사제가 저기 있는 다른 사제를 괴 -"


매구의 말을 끈은 뒤 다소 과장된 말투로 비종이 말을 잇고 잇따라 사묵 또한 말을 더했다.


"아이고 - 매구 사매. 우리가 뭘 어쩌고 저 쨌다고?"


"하하. 우리 우사 사매가 오해하시겠어요! 저희는 그저 수련을..."


잘만 입을 털고 있던 사묵은 점점 자신의 살 같을 뜯어 버릴 것 같은 살기에 단번에 입을 다물었다. 옆에 있던 비종마저 살기를 버티지 못하고 바닥에 풀썩 주저앉아 벌벌 떨기만 하고 있으니 말 다 했다. 사묵은 비종보단 비교적 잘 버티고 있는 것이었지만 그도 식은땀을 줄줄 흘리며 안색이 창백해져 있었다. 매구는 그것이 기꺼워 우사에게 눈짓을 주어 그만하라는 무언의 메시지를 보냈다.


"허억..!"


"하아.."


우사가 살기를 풀자마자 그들은 단숨에 부족한 숨을 몰아쉬었다. 거친 숨소리가 가시자,우사는 천천히 운을 땠다.


"내가. 너희에게 말을 해도 좋다고 말한 적이 있었던가?"


".. 으허억!"


"히익...!"


다시 한번 그들에게 살기가 닿자, 그들은 이제 거의 발작 하듯 몸을 사시나무처럼 떨었다. 매구는 한숨을 쉬었다. 그녀는 처음으로 그들이 불상하다고 생각했다. 점점 살기는 짖어져 갔지만 매구에게 오는 살기는 없었다. 이것으로 우사가 아직은 제정신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이었다. 매구는 우사를 제제하기 위해 자신의 허리춤에 엉켜있는 팔을 치우고 살며시 우사의 손에 자신의 손을 포겠다.


"우사. 그만."


"흥."


우사는 그들에게 흥미가 떨어질 대로 떨어졌는지 아예 그들을 없는 사람 취급하며 우사는 매구에게 나 잘했지? 칭찬해 줘! 라는 아우라를 뽐냈다. 매구는 어이가 없어 헛웃음을 흘렸다. 도무지 아까 전 자신의 사제들에게 살기를 보낸 사람과 동일 인물로 보이지 않았기에.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는 와중에도 자신의 손은 착실하게 우사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어서 어이는 배가 되어 이 상황은 우리에게 단순 해프닝이 되었다.


그렇게 한참을 웃은 매구는 잠시 뻘쭘했지만 이내 웃음을 탈탈 털어내며 우사에게 분명 자고 있었는데 언제 수련장에 왔었냐며 혼잣말같이 투털 거렸다. 그에 우사는 눈을 살며시 접고 매구에게 팔짱을 끼며 애교를 부리듯이 말을 했다.


"언니가 사라져서 얼마나 놀랐는지 몰라. 우리가 약속한 것, 정말 잊은 거야?"


그에 매구는 아차 싶은 얼굴을 하며 미안함이 듬뿍담긴 말투로 우사에게 말했다.


"미안해.. 네가 악몽을 꾼 거 같아서 억지로 다시 깨울 수는 없었어. 나들이는 언제든지 갈 수 있으니 너무 속상해하지 마."


"나들이?"


"어? 약속했잖아 오늘 나들이 가기로."


"아..~맞아, 나들이. 그렇지. 언니 그냥 지금 나들이 가자."


우사는 잠시 뜸을 들이며 말을 돌렸다.


"어? 지금은 너무 늦지 않았어? 저녁 먹을 시간이잖아. 아쉽지만 내일 아침에 가자. 밤은 너무 위험해."


"괜찮아. 내가 다 준비 해뒀어!"


"어, 언제?"


비밀이라는 듯 알 수 없는 웃음을 지은 우사는 다짜고짜 매구의 손목을 잡고 산속으로 향했다. 매구는 처음엔 우사를 설득 하려 이것저것 핑계들을 다 대어 보았지만, 우사는 듣는 척도 하지 않고선 그저 묵묵히 산속으로 그녀를 인도했다.



우도 방 뒤쪽에 위치한 산은 채성(瘵星) 산으로 불리며, 나무들이 대체로 얇고 잎이 적게 자라 밤이 되었을 때 하늘을 올려다보면 밤하늘의 별이 가장 잘 보인다고 하여 붙여진 이름이었다. 채성 산은 다른 산들과 다르게 영록(靈彔) 산과 붙어 있어 길을 잃어버리기 쉬운 산이라 우도 방에 있는 1대 제자들과 함께 가는 것이 아니라면 금지된 숲이기도 했고, 특히 나이 어린 사제들이 호기심으로 들어가지 못하도록 철저히 감시하고 있는 곳이기도 하였다. 산에 들어가는 것을 금지하는 데엔 다 이유가 있다. 저번에 새로 들어온 어린 사제가 산에서 길을 잃어봤자 얼마나 위험하겠냐는 물음에 우도 방 장로님들은 이렇게 말씀해 주셨다.


"채성 산은 한밤중에 가면 이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별을 볼 수 있다고 한단다."


"와아~궁금하다! 근데 예쁜 별을 볼 수 있는데 왜 못 가게 하시는 거예요?"


"허허, 아조야. 말은 끝까지 들으렴. 너의 말대로 그저 아름다운 별을 보러 무턱대고 산으로 들어간다면, 운이 좋다면 목숨만은 건질 것이고 그렇지 않는다면 목숨을 잃을 것이란다..... 그 산은 령록산 이라는 산과 이어져 있고 령록산은 사파들의 수련 장소지. 그들은 호령을 섬기는 집단 사이비 종교란다."


마지막 말을 들은 대부분 아이가 흠칫 몸을 떨었다.


"얘야 너도 얼핏 들어서 알겠지만, 그들은 여우신을 믿는단다. 그리고 령록산에 그 여우신 이 산다고 믿고 그 산 주변에 집을 지어 살고 있으며 함부로 그 산에 들어가지 못하도록 진을 치고 있단다. 그들은 자신들의 신이 사는 공간에 이방인을 드려 보내는 것을 극도로 싫어하기 때문이지."




아직도 장로님들의 목소리가 귀에 울리는 것 같았다. 솔직히 매구는 장로님들의 말을 곧이곧대로 믿지 않았다. 매구도 그땐 무서워서 당분간 산을 쳐다보지도 않았지만 이젠 나이를 먹을 만큼 먹어 그 말이 그저 어린 우리를 겁 먹이려 하는 말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참고로 그녀는 장로님들 몰래 수련하러 종종 들어가곤 했다. 정말 아무도 들어오지 않기에 수련하기 딱 좋은 최적의 장소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녀도 밤에 산을 들어가 본 적은 처음이라 '사실 장로님들의 말씀이 사실이면 어떻하지? '하는 마음에 조금 움츠러들 수밖에 없었다. 


숲은 꽤 가파르고 하늘은 점점 어둑어둑해졌다. 하지만 우사가 발을 멈추는 일은 일어나지 않았다. 마치 이곳이 익숙한 듯이.


"우사. 길은 알고 있는 거야?"


"당연하지. 내가 여기서... 아니, 암튼 걱정하지 마. 내가 절대 잊지 못할 광경을 보여 줄 테니까."


"으응... 기대된다.."


"전혀 기대된다는 목소리가 아냐."


우사는 그렇게 말하고선 조그마한 목소리로 혼잣말인지 모를 말을 중얼거리더니 이내 다른 나무들보다 조금 더 두꺼운 나무 앞에서 멈춰 그 밑을 파기 시작했다.


"우사 뭐 하는,!?"


우사가 땅을 판 뒤 꺼낸 것은 다름 아닌 예쁘게 포장된 간식 꾸러미들이었다. 매구는 깜짝 놀라 우사와 간식 꾸러미를 차례대로 쳐다보고 다시 우사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대충 봐도 간식 꾸러미에 들어있는 간식들은 한눈에 보아도 나 비싸요. 하는 음식들 잔뜩 들어있었다. 이상한 점은 땅속에 있었다기보단 방금 막 사 온 간식처럼 깨끗해 보였다는 것이다. 매구는 혼란스러웠다. 


"자. 배고프지? 얼른 먹어 언니."


"으응, 고마워. 잘 먹을게."


도저히 음식의 출처를 물어 보가 겁이나 그냥 우사가 주는 간식을 받자마자 입안으로 쏙 넣고 맛을 음미했다.


"헉, 너, 너무...맛있잖아!!"


"그치! 그치이?"


"응응! 처음 먹어보는 맛이야~"


"아닐걸."


"움? 머라고?"


아무것도. 말을 흘린 우사는 배가 고팠는지 허겁지겁 간식을 먹고 있는 매구를 빤히 쳐다보았다. 잠시나마 표정이 굳은 우사는 입꼬리 주변을 매만지고 표정이 굳었다는 것을 알자마자 바로 표정을 바꾸며 곰곰이 생각했다. 아, 이대로 매구가 자신의 옆에서 간식만 먹으며 떨어지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말이다. 


'정말 가만히만 있어도 되는데 말이지..'


매구가 들으면 기겁할 소리를 아무렇지 않게 생각하는 우사였다.


간식을 다 먹은 뒤 매구는 배부른 배를 뒤로하고 아까부터 이상한 우사의 행동을 다시 회상해 보기로 했다. 우사는 예전부터 스킨십이 많아 자신을 자주 껴안곤 했다. 흠... 이건 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자신과 연관된 일에 쉽게 화를 내는 것은 전에 비해 양호해진 편이 있기에 매구는 머리가 다 아팠다. 그렇게 한차례 생각을 정리하는 도중 우사가 매구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렸다.


"언니. 위 봐봐."


"위?.............와아."


감탄. 매구는 그저 감탄밖에 나오지 않았다 밤하늘에 놓인 수백 개의 별들을 보면 누구나 똑같은 반응을 보일 것이라고 단언할 수 있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매구는 조금 전까지 무엇을 생각하고 있었는지도 까먹을 정도로 별에 집중하여 지금, 이 순간을 눈과 머릿속에 착실히 집어넣고 있었다. 그렇게 얼마나 지났을까. 슬슬 졸려오는 매구의 눈꺼풀이 서서히 잠겨갔다. 머릿속으론 자면 안 된다는 것을 알지만 몸이 말을 듣지 않았고 매구는 그만 숲속 한 가운데에서 잠들어 버렸다.


고요한 숲속에서는 매구의 가냘픈 숨소리 외엔 들리지 않는가 싶더니만 걸쭉한 성인 남성들의 목소리에 의해 매구의 숨소리는 거의 들리지 않을 지경까지 오게 되었다. 그 소리가 점차 가까워지자, 우사가 천천히 일어나 손가락을 가볍게 튕기고, 붉은 불꽃은 매구를 집어삼켰다.


"....하아, 벌써 보고 싶다."


그렇게 우사는 미련을 버리지 못한 채로 아까 들렸던 소리의 중심지로 발걸음을 옮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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