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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개월간의 게임 스트리밍 후기

Broadcaster 슈퍼띨띨
2018-07-10 03:11:30 339 1 2

아무 생각 없이 시작한 게임 스트리밍이 여기까지 올 줄은 몰랐습니다.

매번 드리는 말씀이지만,
남들에 비해 역동적인 삶을 살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일을 하면서 느낀 게, 저는 꽤나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거였다는거...?
 

어쨌든 이 글을 쓰면서... 기분이 좋습니다 저는.
몇 번 씩이나 썼다 지웠던 이 글을... 드디어 마무리 할 수 있을 것 같으니까요.
그래도 나름 마침표는 찍게 된 것 같아서... 후련합니다.
 

대단한 글은 아니고... 그 동안 스트리밍에 대한 후기 겸... 반성문? 실패이유? 랄까...
뭐 그저 그런 꼰대의 푸념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스트리밍 응원해주셨던 분들 그리고 앞으로 스트리밍(= 1인 미디어) 하실 분들에게
읽을 만한 글이 되길 빌겠습니다.

 
1.     하고 싶은 일과 내가 버릴 수 있는 것

이건 1인 미디어를 하면서 제가 가장 충격을 느낀 일이었습니다.
그리고 아직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건지 모르시는 분들께 드리고 싶은 이야기입니다.

중,고등학교를 다니고, 대학을 졸업하고, 동아리를 열심히 하고, 회사를 다니면서도,
저는 제가 하고 싶은 일이 어떤 것인지 몰랐습니다.
누구나 그렇듯, 남들과는 다른 삶을 살고 싶으면서도,
결국은 남들과 비슷한 선택을 해온 보통 사람의 삶을 살았습니다.
그나마 제가 하고 싶었던 일에 가장 가까웠던 것은 열정적으로 활동했던 동아리 정도...?

그런 제게 1인 미디어에서의 경험은 충분히 강렬했죠.
꼰대 같은 부장님한테 결재 받을 것도 없고,
내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원하는 걸 만들 수 있고,
관심종자인 제게 궁극적으로 딱 맞고 어울리는 일...

그러나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의 설레임보다는,
그 뒤의 반전이 저에겐 충격이었습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기 위해서, 지인들은 커녕 친구들도 만나기 어려워지고,
연애, 결혼은 커녕, 여자와 약속 잡기 조차 어려워지고,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나니, 그 다음은 포기 할 일들 투성이었죠.
결국 그 좋아하던 운동마저 힘들어서 하지 못하는 수준에 다다르자,
제 삶은 회사/방송 이 두 가지만 남게 되더라구요.
(방송을 시작한 이후로 그렇게 좋아하던 게임은 방송 안 켜면 1초도 안했습니다 ㅋㅋㅋ)

그리고 회사는 그만둘 수 없잖아요. 어무니한테 맞아 죽을테니까요. ㅎㅎㅎ

책에서만 보았던, 그리고 꿈에서만 그리웠던, 하고 싶은 일을 찾는 것에 대한 현실적인 결론은,
바로 내가 가지고 있는 것들을 어디까지 버릴 수 있는지에 대한 강제입니다.

친구들도 만나지 못하고, 어디 놀러 가지도 못하고, 주변의 비웃음만 사며
성공이 장담되지 않는 어두운 터널을 계속 걸어간다는 거... 어렵습니다.
내가 진정으로 믿는 사람들조차, ‘그래 니가 원하는 거니까 일단 응원은 해줄게’ 라고 한다면...
열심히 할 수 있겠어요?

내가 진정으로 하고 싶은 일, 남들과는 다른, 내가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고 싶다는 생각은,
어쩌면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내가 누리고 있는 현재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된다고 볼 수도 있습니다.
남들 과는 크게 다른 선택 하지 않으면서, 큰 설레임을 느끼지 못하는 일들을 하면서도,
결국 우리는 자신이 하고 싶은 대로 살아왔고, 이미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있을 수도 있어요.
다만 그 소중함을 모를 뿐이죠.
별게 아닌 것 같지만, 그걸 진정으로 버려야 할 때 비로소 소중함을 느끼는 것처럼요.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1인 미디어가 아닐지라도,
혹시라도 저처럼 늦은 나이까지 내가 뭘 하고 싶은지 모르시는 분들 계시다면...
진짜로 하고 싶은 일을 찾았을 때, 벌어지는 잔인한 현실은
진심으로,
각오 해두시는 게 좋을 겁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고 싶은 일을 찾지 말라고 하진 않을게요. 기대한 만큼 짜릿하니까요.
 

2.     내가 잘하고 싶은 것과 덜 못하는 것.

가장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끝마쳤으니 두번째 이야기부터는 좀 쉽겠네요.

1인 미디어를 경험하면서 느꼈던 한계는 바로 저의 애드립 능력이었습니다.
기껏해야 술자리에서 친구들과 농담 따먹기나 하던 수준에서는,
방송을 켜고 혼잣말을 하며 애드립을 치고 방송을 재미있게 하는 것을 사실상 불가능 했습니다.
아니 그냥 시청자들 채팅창 보는 것도 힘들어요 ㅋㅋㅋ
물론 계속 하면 됩니다 채팅창 보려고 노력하면 볼 수 있어요.
그리고 애드립도 노력하면 언젠가는 그럭저럭 쓸만한 수준에 도달하겠죠.

그런데 거기까지 도달하는데 시간이 얼마나 걸릴까요?
무엇보다도,
제 정규 방송일정이 매일 저녁 8시 ~ 새벽 1시였는데,
하루에 5시간을 방송하면서 제가 봐도 재미없어 보이는 방송을 유지한다는 것은,
정말 참기 힘든 일이었습니다.

어려워도 꾹 참고 끝까지 해보겠지만,
누가 봐도 재미 없는 방송을 유지한다는 것은... 힘들었어요. ㅠㅠ
그래서 굳이 라이브 방송을 고집 해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이 들었습니다.
제가 하고 싶은 일은 컨텐츠를 만드는 일인데, 너무 라이브 방송이라는 좁은 틀에만 놓고,
선택을 하는게 아닐까? 하는 의문이 들었습니다.

어찌됐든 회사는 다녀야 되고, 시간적인 제약은 분명히 존재합니다.
그런데 라이브 방송은 최소 주4회이상 하루에 최소 4~5시간은 해줘야 해요.
그리고 4~5시간 알찬 방송하려면 하루에 최소 3시간 이상은
방송을 준비하는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게 금수저가 아닌 일반 사람에게... 가능할까요?

방송 켜놓고 자신이 지금 가진 재주만으로도
충분히 재미있는 라이브 방송 할 수 있는 사람들 있습니다.
그런데 그런 능력은 하늘에서 뚝 떨어지는 게 아니에요. 부단한 노력의 산물이겠죠.
그리고 저는 정말 그걸 못했습니다. 애드립이, 말주변이 정말 부족했어요.
저는 정말 라이브 스트리밍을 잘 하고 싶어써요. 그런데 부족했죠.
제 방송 와서 봐주시는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 할 정도로... 저는 부족했어요.

그런데 컨텐츠 준비하고, 멘트를 다듬어서, 어버버 거리는 순간을 잘라내는 편집방송이
그나마 제가 덜 못하는 일이었습니다.
임기응변은 부족하지만, 멘트를 준비해서 적재적소에 써먹는건 그나마 할만해요.
내가 어떤걸 잘하는 지 찾는 것은 과분해요.
그냥 뭐 항상 뭐든 부족합니다.
그럼 내가 선택해야하는 것은 내가 잘하고 싶은게 아닌,
내가 덜 못하는 걸 선택해야 합니다.

출중한 능력이나 하늘이 내린 재능의 소유자가 아니라면,
지금 1인미디어를 시작하시는 분께 추천 드리는 것은 바로 편집 방송입니다.

뭐 그럼에도 불구하고 라이브를 하고 싶다면 하셔도 됩니다 ㅎㅎㅎ
한 1년 하다보면 성공할 수도 있고, 아니면 뭐가 답인지 깨달았을테니까요.
그때 찾은 답에 매진하여도 늦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3.     사람

이 이야기는 제 개인적인 경험인 동아리 활동과도 맞물려 있는 이야기인데요.

잠시 동아리 이야기를 하자면...

제가 활동했던 동아리는 역사가 깊고 굉장히 규모가 큰 동아리였습니다.
그런데 뭐랄까... 체계가 없었죠.
그 동아리에서 체계를 만들고 더욱 좋은 곳으로 만들어보겠다고,
제가 대학생 시절에 노력했던 적이 있습니다.
일개 회원에서 동아리 회장까지 오르며 있었던 그 길고 긴 이야기의 결론은,
제 자신에게 좋은 경험이 되었죠.
그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간단합니다.

"사람에게 기대지 말고, 동아리의 체계와 틀을 만들어보자"라고 이야기를 하며,
5년을 부단히 노력한 제게 남은 것은,
제가 가는 길이 옳다고 믿고 따라주는 ‘사람’들이었습니다.
동아리를 유지시킬 영속적인 시스템을 만들고 싶었지만, 제게 남은 것은 소중한 사람들이었죠.

방송도 비슷했습니다.

관리하지도 못하는 인맥을 만드는 것보다는, 방송 컨텐츠를 재미있게 만드는 것에 주력했는데,
결론적으로 지금 남은 것은 재미난 관계가 형성된 다른 스트리머들과 시청자들이었습니다.
이상한 사람 많아요. 그런데 그만큼 재미난 사람도 많습니다.
학연이다, 지연이다, 저도 그런걸 굉장히 혐오하지만,
스트리밍 하면서 어떤 것이 남았는지 반문해본다면... 역시 사람이네요.


4.     공평과 공정

스트리밍을 하면서 가장 많이 들었던 생각은 어떻게 하면 뜰 수 있을까 였습니다.
그 중에서 저도 불만을 가졌던 부분은...
어떤 사람은 외모가 특출나서, 목소리가 좋아서,
또 어떤 사람은 인맥이 좋아서...
본인의 능력이 아닌 요인으로 방송이 뜨고 시청자가 많은 게 불만이었던 적이 있습니다.
저는 그게 공정하지 않다고 생각했습니다.

어쩌면 1인 미디어를 시작하시는 분들도 비슷한 생각을 하실꺼에요.

누구는 레드존만 맞아도 수천명과 함께 꺄르르 웃고 후원을 받는데,
누구는 더 재미있는 상황을 시청자 0명에서 아 이 웃긴걸 혼자 보네...
하면서 탄식하고 있을지 모릅니다.

그런데 사실 이건 공정한 게임이 맞습니다.

불만을 가진 현실은 바로, 이 게임이 공평하지 않다는 거죠.

공평은 산술적으로 고르게 분배되어 있다는 뜻이죠.
1인 미디어를 하는 사람들간에 성과물은 공평하지 않죠.
누구는 8시간 방송해서 100만원 버는 동안, 다른 누군가는 전기세 조차 내기도 어렵습니다.

그런데 이건 공정한 게임이 맞습니다.

방송이 뜨는 데는, 대중들이 선택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어요.
인맥이 좋든, 외모가 좋든, 실력이 좋든,
아니면 시기가 잘 맞아떨어졌든.
그 시기가 잘 맞아 떨어지는 것 조차,
천금과도 같은 기회가 왔을 때 그 타이밍에 대중들이 요구하는 재주를
1인 미디어가 보유하고 있어야 합니다.

그것은 공평하진 않지만, 분명히 공정합니다.
회사에서 남들보다 일을 잘해도 똑같은 월급을 받는 기계적으로는 공평하지만,
결론적으로 공정하지 않은 게임이죠.

하지만 비록 내가 지금 놓인 상황이 어렵더라도, 내가 나중에 빛을 보게 됐을 때,
누군가에게 그 이유를 분명히 말할 수 있는,
1인 미디어가 훨씬 더 공정한 게임이라고 생각합니다.
 
대중들의 선택은 절대 운으로 갈리지 않는다고 확신합니다.


5.     그 외

그외 잡설은... 뭐 1인 미디어를 하는 사람들이라면 하는 이야기죠.

- 주제는 가능하면 모두가 좋아하는 것으로
- 홍보는 필요하지만 절대적이진 않다. 결국 손님이 없는 맛집은 없다. 재밌는 방송이라면 결국 유명해진다.
- 채널의 컨셉이나 주제는 유지시켜라 등등의 이야기

이건 간단한거니까 모아서 말씀드렸습니다.


2017년 4월 3일에 방송을 시작하고, 1년이라는 기간이 지나면서,
느꼈던 바를 언젠가는 적어야지 했는데 이제야 후기를 작성해보네요.
스트리밍은 5월에 줄이는 것(주 1회)으로 결론내렸었는데,
어쩌다보니 샤프라는 스트리머분을 만나서 대회를 나가게 되고,
대회에서 또 좋은 성적을 거두고 재미난 경험을 한 게 많이 기억에 남습니다.
지난 몇개월간 배그 1인칭을 혼자 연습한게 그래도 도움이 조금은 됐었겠죠?

그렇게 스트리밍을 줄이나 싶었는데, 또 대회가 생기게 되고, 거기에 출전 준비를 하고...
마지막은 대회 게스트 해설자로 참여를 하게 됐고...

결혼 할 때나 받아볼 줄 알았던 메이크업을 받아보고 재미난 경험 많이 했네요.

대회 해설로 부족한 부분이 많았지만, 좋은 분들과 함께 재미난 추억 많이 만들었습니다.
해설 할때 준비한게 많았는데...
그래도 준비 한 것의 반정도는 이야기 한것 같아서
나름 마침표는 여기에 찍을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아니 쉼표를 찍는 걸로 바꿀게요.

저는 1인 미디어는 계속 유지할테니까요.

그동안 부족한 방송 시청해주시고,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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