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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무말대잔치 카라멜님 생일편지

zodlee92
2018-07-02 19:25:32 1183 2 5

카라멜님 생일이군요.

많은 시청자들이 축하할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인데, 그 전에 두 분께 감사드려야겠군요.

두 분이 있어서 카라멜님이 이 세상에서 방송할 수 있었지요.

참 훌륭한 따님을 두셨더군요.


따님이 방송에서 두어번 정도 힘들어 하신 적이 있었습니다.

처음 힘들어하실 때 이 편지를 쓸 생각이 났고

두 번째가 되니까 이걸 실행에 옮기기로 결심했습니다.

왜냐하면 결코 이어지지 못하는 평행선에 따님이 체념하시는 어조가

시청자에 입장에서는 너무나 쓸쓸해보였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주제넘음을 무릅쓰고 두 분께 따님이 어떤 분인지 이야기하렵니다.

사실 말이 안 되는 소리죠. 날 때부터 자라오는 과정을 오롯이 지켜보셨을 분들에게 따님이 어떤 분인지 이야기한다니.

우리 시청자들은 모를 원래 이름도 주셨겠고, 의식주 다 모자람없이 해주셨을테고, 대학도 보내주셨죠.

하지만 두 분께선 원래 이름으로 불러오신 따님은 누구보다도 아시겠지만,

카라멜이라는 방송인이 어떤 사람인지는 모르시더군요. 따님도 낯부끄러워서 어떤 방송을 해왔는지 잘 말하지 않았겠지요.

먼저 이것부터 말하죠.

700-800명이 넘어가는 사람들의 관점에서,

따님은 분명히 좋은 사람입니다. 다른 건 몰라도 이것만큼은 반드시 아셔야 합니다.


따님은 좀 느리고 게으른 면모가 있긴 합니다. 공부도 그리 좋아하시진 않죠.

게다가 게임을 꽤 좋아합니다. 게임은 근래 긍정적인 시선이 늘어나긴 했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그리 생산적인 취미는 아니죠. 그래서 부모님 세대의 부정적인 시선이 여전한 점은 이해합니다. 허나 그렇다고 해서 따님이 좋은 사람인건 변함없습니다.

인터넷 방송은 별난 사람들이 주로 모이고, 그래서인지 사건사고가 많이 발생합니다.

시청자나 방송인이나 비속어를 일상적으로 남용하고, 방송인은 특히 돈을 벌기 위해 사람으로서 못할 짓들을 벌일 때가 많습니다. 그 실태를 낱낱이 고발하려면 기사 몇 편을 써도 모자랄 겁니다.

타인에 대한 모욕이나 비방은 약과고, 악성팬, 신상정보 유출, 유언비어 유포, 죽은이에 대한 모독... 각종 반인륜적 범죄에 취약한 매체가 인터넷 방송입니다. 거기에 여성 같은 경우에는 수위높은 노출로 간접적인 성매매를 하는 경우도 발생하죠.

저로서는 두 분께서 들으셨을 인터넷 방송에 관한 정보는 죄다 이런 사항들이었으리라 예상합니다. 인터넷 방송이 정규 매체에 언급되는 경우는 대체로는 사건사고가 주원인이니까요. 인터넷 방송 시청자이지만 이런 문제점들을 부정하지 않겠습니다. 직접 목격한 게 많고, 솔직하게 말씀드리자면 저도 따님에게 간접적으로나 못할 짓을 한 적이 있습니다(따님에게는 언제나 미안한 마음뿐입니다, 갚을 길도 별달리 없군요).

그런데 인터넷 방송에서 이런 문제점들을 제하고 남는 본질은, 사람들이 여건상 누리지 못하는 즐거움입니다. 인터넷 방송 시청자들은 인터넷 방송인(요새는 스트리머라고 하죠)들이 화면으로 전달해주는 경험들을 공유하면서 즐거움을 누립니다. 그 경험이란 스트리머들과 채팅으로 소통하거나, 스트리머들이 자신들이 하지 못할 게임을 하는 모습을 관전하거나, 스트리머들의 만담을 듣고 웃거나, 노래를 듣는 등 가지각색의 양상으로 나타납니다.

그래서 스트리머들은 개그맨처럼 대체로 끼가 많고 괴짜인 사람들이 안착합니다. 그들의 최우선 사항은 즐거움이고요. 그만큼 삐걱거릴 일도 많지만, 대부분은 자신들의 즐거움에 책임을 지려 노력하고 그 일환으로 시청자들에게 최소한의 예의를 지킵니다. 하지만 대부분의 매체에서는 그렇지 않은 경우들만 ‘사회 문제’로 언급하더군요.

이 문제들은 결국 인터넷 방송인들과 시청자들의 책임으로 귀결되므로 원망하거나 항변할 생각은 없습니다. 허나 두 분 입장에서 정말 중요해야 하는 사항은, 따님이 인터넷 방송계에서 ‘어떻게’ 방송을 했느냐는 겁니다.

따님은 참 느긋하고 맹한 분입니다. 냉정하게 말하자면 끼나 순발력도 그렇게 뛰어나시진 않죠. 예기치 못한 상황에는 많이 당황해하죠. 정리하자면 다른 방송인들에 비해선 매우 평범합니다. 평범하게 게임을 하고, 평범하게 대화를 할 뿐인 방송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따님은 진심으로 즐거워서 방송을 하셨습니다. 그리고 시청자가 적다해도 절대 무리하지 않으셨지요(시청자 수는 공중파의 시청률과 비슷한 척도입니다. 방송 수익과 직결되죠). 3년 전 첫 방송을 시작하시고서 방송 비중에 변화를 두었고, 방송사도 옮기셨지만 평범한 분위기는 한결같이 유지하신 것으로 보입니다. 시청자 수를 늘리기 위해서 무언가를 억지로 하지 않으셨고, 그런대로 게임을 하셨고, 시청자들과 그냥 대화하셨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따님은 방송하는 순간 자체를 행복해하시기에 가능한 태도입니다. 상식적으로라면 인기가 없어 수십 명 정도가 모여도 기적인 방송이죠, 그런데 듣기론 작년 초부터 시청자들이 차츰 모이더니, 오늘날에는 7-800명이 이 평범한 방송을 들으러 인터넷을 킵니다.

따님 혼자서 해낸 일은 아니었습니다. 다른 방송인들의 도움도 분명 상당했지요. 하지만 인터넷 방송은 단순히 도움을 받는 것만으로 안착할 수 있는 일이 아닙니다. 방송인 본인의 재능과 노력이 가장 결정적인 요인이죠. 따님은 다른 방송인들에 비해 게임 실력도 평범하고, 언변도 뛰어나시진 않으신 평범한 사람이지만, 역설적이게도 이 ‘평범함’이 바로 따님의 재능이었습니다. 시청자들의 채팅을 보면서 대화하는 상황에서 강점이 가장 뚜렷하게 나타나는데, 따님은 대화를 언변으로 주도하기보다는 시청자들의 말을 경청하셨습니다. 그리고 담담하지만 따뜻한 마음을 담은 말로 응답해주셨죠. 따님이 그런 모습에 많은 사람들이 편안함과 매력을 느끼고, 자주 찾아오게 되었습니다.

사실 청자들 중엔 별의별 사람들이 다 있어서, 특이한 애교를 곧잘 요청하거나, 장난삼아 억지스러운 논리를 늘어놓거나, 시답잖은 농담을 남발하기도 합니다. 대화가 참 중구난방이죠. 최악의 경우에는 익명성을 방패삼아 따님에게 무례한 언행을 저지르는 경우도 종종 발생합니다. 따님은 이런 시청자들에게 때론 휘둘리고, 때론 당황해하시고, 때론 징징거리시지만, 결국 그 어느 상황에도 흔들리지 않는 의연한 모습을 보이셨습니다. 성격이 매우 온화하셔서 문제가 될 여지를 일절 내지 않으셨고, 가끔 시청자들이 무례한 모습을 보이면 화를 내시기보다는 차분하게 최대한 타이르셨죠.

따님은 자신을 대단치 않은 사람으로 여기십니다. 실제로도 그렇겠지요. 그러나 시청자들에게 언제나 예의와 따뜻함, 웃음으로 마주하셨습니다. 시청자들은 따님의 그런 면모에 항상 공감하고, 즐거워했으며, 가슴 깊이 감사하고 있습니다. 두 분은 정말, 정말로 훌륭한 따님을 두셨습니다. 이렇게 성장하실 수 있게 길러주심 점, 이 지면을 빌어서 감사드립니다.

사실 이 장황한 글을 두 분께서 읽으리라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굳이 그걸 바라지도 않고요. 다만 따님이 방송에 관해서 두 분에게서 지나친 비난을 받지 않기를 기원하면서 글을 적었습니다. 생활기반이 참 불안한 일이긴 하나, 7-800명이 넘는 시청자들에게 예의를 다하면서 즐거움을 주는 것이 과연 비난받을 일인지 두 분께 반문하고 싶습니다. 앞으로 따님이 어찌될지, 방송이 어찌될지, 시청자가 어찌될지는 알 수 없으나, 시청자 입장에서 따님은 지금껏 좋은 일만 해오셨습니다. 이 일이 따님의 천직인지 아닌지를 떠나서, 사람들의 진심까지 움직이게 한 일은 절대로 부정될 수 없는 대단한 일입니다. 부디 따님이 좋은 사람이라는 것을 믿어주셨으면 합니다.

두 분께는 아마 닿지 못할 이 편지를 2018년 7월 2일에 끝맺습니다. 저희는 이제 카라멜님의 생일을 진심으로 축하드리겠지요. 모두 평안하시길.


ps)

생일 축하해요 멜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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