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엽편 소설)제목:꽃

jinyl3701
2022-07-03 02:21:22 177 0 0

친구는 자연밖에 없었다.

울의 성긴 새로 보이는 풍경은 심상한 것뿐이었다. 무관심의 중 방치되는 나날은 예사였고, 흩뿌려지는 끼니들은 과연 요기나 할 수 있을는지 의심될 정도의 양이었다.

동녘이 채 밝기도 전인 꼭두새벽부터는 집 밖으로 내쫓겨 캄캄한 어둠 속에서 몸을 떨어야 했다. 그래도 사람으로써 선심은 있는지, 땅거미 내릴 제 집 안으로 들여 보내주었다.

하지만 그 뿐이다. 베란다와 방을 가르는 문틀을 넘는 것은 허락치 않았다. 그럼에도 싫은 소리는 못하였고, 헐수할수없이 베란다에서 차디찬 어둠에 몸을 박고 밤을 보냈다.

그야, 찬밥 더운밥 가릴 수는 없는 노릇이거니와 베란다에서 맞는 밤이, 분명 바깥에서 맞이하는 밤보다 다스할 것이 틀림없을 터이므로, 베란다라도 무척이나 기꺼웠다.

널찍한 창문 너머 하늘이 남빛으로 물들었다. 날이 밝을 무렵이 가까워 왔는지, 참새들이 슬슬 날아 전선에 늘어서 자기네들끼리 떠들어댄다. 저렁저렁한 짖음이 아뜩하던 정신을 번쩍 들게 하였다.

베란다 문이 소리 없이 열리고, 다시 바깥으로 쫓겨났다. 새벽인지라, 전날 밤의 냉기가 남아 있었다. 하늘마저도 을씨년스럽게 흐릿하여 곧 비도 내릴 성싶었다.

사늘한 공기에 몸을 으슬으슬 떨었다. 그러다 드물게 못박힌 말뚝들 틈새 건너로, 얼핏 시선이 탁 꽂혔다. 누른 국화가 있었다. 아무런 말도 없이 올곧게 서있었다.

어느덧 물이 가득찬 먹구름이 비를 쏟아 내었다. 바람이 비를 이리저리 휘갈긴다. 빗줄기는 줏대 없이 꺼둘리며 국화의 꽃잎을, 줄기를, 이파리를, 들입다 두드렸다.

나에게로 날아드는 빗물에, 몸은 함빡 젖었다.

빗맛이 좋았다.

















"어휴, 갑자기 쏟아지네...... 오늘은 물 안 줘도 되겠지?"

후원댓글 0
댓글 0개  
이전 댓글 더 보기
이 글에 댓글을 달 권한이 없습니다. 로그인해 보세요.
▲윗글 [고민상담] 수위 kimgonwo
▼아랫글 젠장할... 히힣하핳하
0
08-10
0
웹툰 잘빠졌다
히힣하핳하
08-04
0
07-26
0
07-11
»
07-03
0
젠장할... [1]
히힣하핳하
06-30
0
06-29
0
06-21
0
시이바아아아!! [1]
히힣하핳하
06-08
0
06-08
2
나비 혀어어어엉!!!!!!! [2]
혼난다짜식아
06-04
1
시조
jinyl3701
05-07
4
04-24
0
이 때가 좋았지 [1]
말랑드래곤
04-05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