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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사연 라디오] 길치 쭈꾸미의 험난한 귀향일기

5인격홍보대사
2018-06-26 04:47:09 471 0 1

고등학생 땐 라디오 많이 들었던 것 같긴한데 뭔가 이렇게 사연을 써 보기는 또 처음이네요ㅋㅋㅋ

한번 쯤 써보고 싶었긴 한데 마땅히 뭘 써야하나 고민만 하다가 얼마 전에 일어났던 따끈따끈한 사건을 한번 써볼까합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웃기고 새로운 경험이었는데 다른 분들한텐 어떨지는 모르겠네요.. 미숙한 필력으로나마 풀어보겠읍니당.


때는 바야흐로 22일 금요일 오후 3시, 저는 마지막으로 기숙사 퇴실을 했습니다.

사실 저는 아침 일곱시에 일어나 아홉시까지 준비를 마치고 세시간동안 다가올 29일을 위한 작업물을 완성시킬 원대한 계획을 가지고 있었으나, 전날 신명나게 빈속에 칵테일과 소맥을 들이부은 저는 오후 1시 반 까지 자빠져 잤습니다..

작업물 완성은 고사하고 짐 나르기도 급급했던지라 친구를 일꾼 삼아 세시 정각에 맞추어 겨우겨우 퇴실할 수 있었습니다. 학교에서 집으로 가는 막차는 오후 6시 반. 작업물을 세시간 반 안에 아무리 빨리 해도 완성시킬 수 없다고 확신한 저는 퇴실했으니 잘 곳도 없겠다, 그냥 학교 연습실에서 밤을 새고 아침 첫 차를 타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렇게 밤 새기 전 최후의 만찬으로 막국수를 먹고 디저트로 커피도 즐긴 후, 친구는 저를 버리고 애인과 함께 집으로 떠나버리고... 종강해서 아무도 없는 컴컴한 지하 연습실에서 저는 혼자 밤을 샙니다. 심지어 워낙 귀신 나오기로 유명한 연습실이라 새초롬님만큼 쫄보인 저는 온 복도의 불이란 불은 다 키고 작업을 시작했습니다.


근데 작업은 도저히 끝날 기미가 보이지 않고... 새벽 4시나 되어서야 1차 작업이 끝이 났습니다. 아직 8시반 첫차까지는 무려 네시간 반의 시간이 있어... 끝낼 수 있어... 라고 제 자신을 타이르며 다음 작업을 들어갔는데, 웬걸 오후 12시가 다 되어가도록 저는 작업물과 씨름중이었고 12시가 넘어가서는 거의 반 수면 상태였습니다ㅜㅜ 대체 초롬님은 몇시간씩 어떻게 한 자세로 의자 앞에 앉아계시죠...? 저는 몸뚱어리가 마치 웨하스 과자처럼 파삭파삭 부서지는 것 같았는데..


어쨌든 결론적으로 저는 작업물을 거의 12시간을 투자해 오후 6시 20분에 마무리지었습니다. 기억하세요? 저희집(수원) 가는 막차는 6시 30분이랍니다.

저는 부랴부랴 터질 것 같은 백팩과 케리어를 끌고 택시를 잡았지만 택시가 잡힌 시간은 무려 6시 30분이었습니다. 터미널까지 5분거리인데... 저는 눈물을 머금고 집가는 막차를 놓쳤고... 또 연습실에서 밤을 샜다가는 다음날 사늘한 시체가 될 것만 같아 멀더라도 돌아가는 쪽으로 버스 티켓을 구매했습니다. 결국 용인으로 가는 7시 30분 버스를 타고 저는 저녁 10시가 되어서야 버스에서 내리고...


이쯤에서 말씀드려야 할 것 같은데 저는 심각한 길치이며 이 길을 통해 홀로 집을 찾아가는게 처음이었습니다. 모든 문제는 거기서 시작했죠... 버스에서 내려 짐을 챙기던 저는 들고 있던 커피를 제 자신에게 쏟았습니다. 인형과 지갑, 손에 커피가 묻었고ㅜㅜ 심지어 푯말을 보고도 한참이 걸려서야 화장실을 찾았는데 제가 커피를 쏟은 자리의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었더군요.(부들부들...) 빙빙돌아 화장실을 겨우 찾았지만 이건 지옥의 시작에 불과했습니다...

집으로 가는 버스를 알아보기 위해 지도 앱을 키려 했는데 설상가상으로 배터리가... 나갔더라구요...? 하지만 침착하게 화장실 구석에서 콘센트를 꼽을 수 있는 곳을 발견했고 저는 화장실 구석 벽에 기대어 서서 지도를 검색하며 급하게 핸드폰을 충전시켰습니다.

건물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버스를 타면 집 근처 역 앞에 내릴 수 있다길래, 제 자신이 길치임을 너무도 잘 아는 저는 앱을 꼼꼼히 보며 점이 찍힌 바로 그 장소에 서서 꼼짝않고 25분을 기다린 끝에야 버스를 탈 수 있었습니다. 끙끙대며 케리어를 들고 오르는데 버스기사 아저씨가 들지도 못할 걸 왜 갖고다니냐며 겁나 눈치줘서 상처받았습니다...흑흑

내리려면 멀었기에 한참 쉬고 있었는데, 갑자기 사람이 우르르 내리는게 아니겠어요? 어리둥절해서 봤는데 저를 언짢게 보던 기사아저씨와 눈이 마주쳤고 네... 그렇습니다... 저는 거기가 종점임을 알게 되었습니다.... 내리니까 익숙한 풍경은 커녕 생판 모르는 미지의 세계에 홀로 남겨진 것 같았습니다. ㅇ<-<

 

다시 앱을 켜서 다른 버스정류장을 검색해 걷고 있는데, 갈수록 가로등도 없고, 비포장 길이고, 건물도 없고, 사람도 안 다니길래 너무 무서웠습니다. 진짜 누구 하나 잡혀가도 아무도 모를 것 같길래 벌벌떨면서 걷다가 선량해보이는 아저씨 한 분을 발견하고 길을 여쭤봅니다. "아조시... 요기가 오디에요...? 버스 탈 수 있는 곳 좀 가르쳐주새요...ㅜㅜ" 라고 최대한 가련하고 불상해보이는 얼굴로... 친절한 아조씨는 제게 수원으로 가는 버스는 진작에 끊겼다...;; 고 말해주며... 용인 터미널로 가서 버스를 타야한다고 하셨습니다.(내가 거기서 왔는데...?)

자가용으로 저를 거기까지 데려다 준다는 친절한 말씀에 죄송하지만 괜히 민폐인 것 같고 무서워서 괜찮다고 정중히 거절한 후, 사람이 다니는 거리까지만 안내해달라 부탁드렸습니다. 다행히 가는 길이 같아 짐을 질질 끌며 열심히 그 분을 따라갔고... 사람이 다니는 거리라 해도 촌동네인건지 열려있는 가게도 별로 없고 컴컴했습니다ㅠㅠ


결국 아버지께 연락드려서 데리러와달라 부탁드렸는데 배터리가 또 1%로 사망 직전이길래;; 근처 커피숍에 앉아 아버지를 기다리며 충전하기로 마음먹었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땀을 배질배질 흘리며 돌아댕겨도 커피숍은 보이질 않고... 지쳐갈 때 즈음 편의점 앞 야외테이블에서 혼술 하고 계시는 한 남자분께 근처에 밤 늦게까지 하는 커피숍이 있는지 물어보았으나 여긴 촌동네라 없다고 하시고..ㅜㅜ 저는 또 다시 잠시 쉴만한 곳이 있는지 찾아헤맵니다 흑흑

한참을 거리를 헤매며 돌아다니는데 진짜 연 가게라고는 술집 한두개나 편의점 뿐이라... 게다가 주변에 돌아다니는 분들이 건장한 남성분들 뿐이고.. 키 쬐그만 애가 인형에 우산에 짐 바리바리 들고 돌아다니니 가출한거처럼 보여서 그런가 자꾸 힐끔거리며 쳐다보시더라구요... 너무 무서워서 좀 더 걷다가 나온 다른 편의점에 들어갔습니다.


어제 최후의 만찬을 늦은 점심으로 먹은 후 밤새며 아무것도 못 먹어서 배가 고팠던 지라 김밥을 사서 계산하는데 아까 편의점에서 혼자 노상하시던 분이 이번엔 여기 편의점 알바생이랑 대화중이더라구요. 그분이 절 보고 어! 하시길래 저도 어! 하면서 인사했습니다. 혹시 주변에 롯리나 맥날은 있나 물어보니 있긴한데 좀 걸어야한다구 아까 그분께서 저한테 친절하게 길안내를 해 주셨습니다 심지어 무거운 캐리어도 들어주심ㅜㅜ 아직 세상은 살만해요..

하지만 촌동네에 열두시 넘게 영업하는 롯리나 맥날이 있을리가... 당연 문 닫았더군요. 그랬더니 남자분이 아까 자기가 술 마시던 편의점 알바가 자기랑 아는 사이라면서 부탁해줄테니 거기서 폰을 충전하라길래 결국 맡기고 편의점 밖 테이블에 앉아서 아까 산 김밥을 까먹는 중이었습니다. 그 남자분은 계속 혼자 맥주를 드시고... 어색함 속에서 적당히 어색한 대화를 나누다가 저 도와주신다고 축구도 못 보시는 것 같아 죄송하고 도와주신 것도 감사한 마음에 편의점에 도로 들어가 맥주두캔이랑 안주를 여러개 샀습니다.


그리고 같이 맥주까고 노상했습니다ㅋㅋㅋㅋㅋ

그렇게 같이 맥주마시며 알게된 사실로 그 분은 초롬님과 동갑이며, 얼마전 여친과 헤어져서 혼자 청승맞게 편의점 앞에서 술을 드시고 계셨다고...ㅜㅜ 그렇게 그 분의 한탄과 이런저런 노가리를 나눈 후 아버지가 오셔서 차타고 귀가하니 6시 30분에 출발했는데 도착이 무려 새벽 두시...^^

알고보니 제가 수원과 정 반대편으로 가는 버스로 잘못 탔더군요. 그리고 종점까지 간...

그리하여 온갖 고생고생 생고생은 다 하며 생전 처음 간 장소에서 생전 처음보는 남자분과 노상을 하고 친해져서 번호교환도 했습니다 껄껄 길치라서 겪게된 아주 새롭고 퐌타스틱한 경험이었어요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정말 험난한 여정을 거쳐 집에 왔답니다 휴

마무리를 어떻게 지으면 좋을까요 여러분 주변의 길치 친구들을 잘 보살펴주세요 길치가 이렇게나 무시무시합니다!!


신청곡은 길잃은 길치인 저의 심정과 잘 어울리는, 그리고 제 상황과 비슷한 내용인 만쥬한봉지의 '골목길' 부탁드립니다~!! 

.........라고 하려했으나 유튜브에 찾아보니 음질이 별로인 라이브밖에 없네요 아쉽ㅜㅜ 그럼 대신 제가 좋아하는 노래인 밤고양이로 부탁드릴게요 :)

이런 사연 쓰는거 맞나요 쓰고보니 구구절절하네요...민ㅡ망ㅋㅋㅋ 죄송합니다.. 헤헤 긴 사연 읽어주셔서 감사해용<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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