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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물 사랑은 비가 갠 뒤처럼을 보고 나서 나에게 찾아온 편의점 고딩

bangwoolee
2021-06-15 20:40:12 402 5 0

*본 작품에 등장하는 인물, 제품 및 단체는 실제와 무관한 것으로 허구임을 밝힙니다


-아, 오늘도 하루가 길다...


여름이 부쩍 다가왔지만 해는 아직도 오후 교대시간이 되면 어스름하게 퇴근할 준비를 한다. 매주 수요일은 점장님이 오후 교대를 하시는 날인데 매번 5-10분 늦는게 다반사고, 오늘은 무려 20분째 감감 무소식이다. 지하철에서 편의점까지 걸어서 5분도 안되는 거리를 왜 항상 늦으시는지 의문이지만 교대 끝나고 한캔 때릴 생각에 애써 기분을 내본다.


"점장님 오늘도 교대 늦게 오시면 어떡해요."


"아니 오늘은 말이야 오는데 동물원에서 코끼리가 탈출해서 도로가 막혔지 뭐야? 잠실대교랑 영동대교를 막아놔서 성수대교로 뺑 돌아서 와서 늦었어"


"점장님 지하철 타고 오시면서 무슨 한강 대교 핑계를 대세요?"


"오늘도 버드 와이저 두캔 카드결제해서 갈꺼지?"


-맨날 이렇게 말도 안되는 핑계로 무마하시고 불리한거 같으면 말을 돌리신단 말이지..


"네 제가 아까 결제해서 빼놨어요. 테이블에서 좀 마시고 퇴근할께요"


"그래 갈때 빈캔은 들고가라 우리 재활용 쓰레기통 없으니까"


"예~예"


점장님과 교대를 마치고 아까 결제해둔 맥주 두캔을 냉장고에서 꺼내서 나가려는 찰나 손님이 들어왔다.


*짤그랑


"어서오세요"


-어제도 이시간에 오더니 오늘도 이시간에 왔네 오늘은 무슨 과자를 사가려나?


"버스카드 만원 어치만 충전해주세요"


요즘 자주 보이는 고딩 남자애가 퇴근 하자마자 들어왔다. 평소에는 학원을 가는 모양인지 간단하게 요깃거리나 간식거리 몇가지를 사서 금방 나가는데 오늘은 버스카드 잔액이 다 떨어졌는지 충전을 하려는 모양이다. 얼른 테이블 가서 맥주나 때리고 집에가서 일찍 잠 좀 자야지 어제 아침까지 랜선 친구들과 굶지마를 하느라 피곤이 몰려온다.


"네~ 선결제 해주시면 충전 도와드리겠습니다. 현금으로 하실건가요 아니면 카드결제 하실껀가요?"


"잠시만요...어...? 내 지갑이 어디갔지? 아 C 큰일 났다 환승 시간 놓쳐서 새로 찍어야 되는데"


-지갑을 잃어버렸나? 그러고 보니 평소에 들고다니던 라이언 캐릭터 지갑이 없네. 


"아 망했다... 어떡하지 지금 안가면 늦을텐데.."


입구에서 한참을 뒤적거리더니 지갑을 어디 놓고왔는지 한숨을 푹푹 쉬면서 입구를 막고 요지부동이다. 지금 냉장고에서 꺼낸 내 황금같은 맥주들이 냉기를 잃고 있는데 지나가지도 못하게 길을 막고 참. 


"점장님 제가 대신 결제할께요 만원 충전시켜주세요"


"진짜? 왜 갑자기?"


"빨리 정리하고 퇴근하려구요"


"네? 정말요? 와 진짜 감사합니다! 제가 내일 와서 꼭 갚을께요!"


"네~네~ 조심히 가세요~"


"진짜 감사합니다!!!"


*짤그랑


충전이된 버스카드를 집어들고 바람처럼 빠져나가는걸 보니 학원에 늦기라도 했나 남걱정은 그만하고 얼른 션한 맥주나 때리고 집에나 가야지. 편의점 조끼는 창고에 벗어두고 편의점 문 옆 파라솔 아래 테이블에 앉아 하루의 피곤함을 씻어내는 신성한 행위를 한다.


칙-! 딸깍 


꼴꼴꼴꼴..꼻.. 꼴꼴꼴.. 꼻.. 꼴꼴꼴꼴.. 꼻


키----하!! 살 맛 난다!!


밤샘으로 피곤에 쪄들고 기승을 부리는 미세먼지로 칼칼한 목구멍에 코쟁이들의 하이테크놀로지 시스템으로 제조된 황금색 탄산 음료를 쏟아 넣으니 꽉 막힌 터널에 발파작업을 하듯 속이 뻥 뚫리며 청량감이 온몸을 휘감아 초여름 살짝 더운 날씨에도 온몸에 소름이 쫙 돋으면서 약간 으슬으슬한게 정말 최고의 느낌이다. 이래서 퇴근할때면 버드와이저를 꼭 1-2캔 정도 목구멍에 때려넣어줘야 하루를 마무리하는 기분이 든다 이말이지. 


한캔을 금방 마무리하고 문득 고딩녀석을 도와준일이 떠올라 기분이 좋아진다. 오랜만에 착한일 한 기분에 왠지 텐션도 더 업되고 술도 더 잘들어가는 느낌? 오늘은 두캔으로 안될거 같다 이럴거면 아까 4캔이상 할인코드 찍어두고 결제해둘껄 괜히 두개만 사서 한캔 손해봤네.


-아니지 지금 4캔사면 어짜피 또 할인 받아서 살 수 있잖아?


*짤그랑


"더쥐야 너 아직도 안가고 왜 다시 왔어?"


"오느른 기분이 조와서 조금만 더 마시고 가려구요"


"너 술취해서 진상 부리면 나 경찰 부른다 알지?"


"아이~~참~~ 점장님도~~~ 농담도 잘하셔~"


"농담 아닌데, 버드와이저 4캔 만원 받았습니다 손님"


"핳핳핳핳핳 점장님 너무 웃겨 고마워요~"


"안녕히 가십시오 손님"


*짤그랑


*딸그락... 딸그락 드륵.. 땡그르륵..


-저기요..? 괜찮으세요...? 저기요? 걸으실 수 있겠어요?


누구지...? 오늘은 기분이 좋아서 평소보다 몇 캔 더 마시긴 했는데 피곤해서 그런지 좀 취하는거 같네... 옆에서 누가 자꾸 말거는거야 집에 들어가서 이제 자야겠다.


"아...예.... 갠차나요...네...네...."


-정말 괜찮으세요...? 지금 늦었으니까 일단 아파트 동 입구까지는 제가 같이 가드릴께요


"아... 아니예요... 갠차나요... 안녕히가세요 손님..."


-괜찮아요 제가 바래다 드릴께요


"어허! 손님 제가 안녕히 가시라고 해짜나요...안녕히 가세요..."


-진짜 괜찮으신거죠..? 알겠습니다..


어렴풋이 보이는 실루엣이 뭔가 익숙한데 지금 그런데 신경쓸 겨를이 없다. 오늘 교대도 늦게하고, 어제 밤도 새고, 약주도 몇잔해서 지금 피곤함이 말로 형용할 수가 없는 상황이라 일단 최대한 빨리 침대에 내 몸을 날릴 준비를 하고 휘적휘적 집으로 걸어간다. 점장님이 다마신 캔 챙겨가라고 했지만 뭐 점장님도 구라치고 늦게 왔으니 나도 쌤쌤이라 치라고 해야겠다. 지금 실루엣의 남자든 마시고 남은 빈 깡통캔이든 내 관심이 아니야 어서 빨리 침대에 몸을 날려 꿈나라로 가고싶은 생각 밖에 없다.


"아... 화장실도 급한데..."



-다음 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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