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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스토리📖 데스티니 단편 소설 - 17. 마음 속의 검

즐라버슨이나드
2020-09-08 17:40:03 178 0 0

공허와도 같은 우주 공간 사이로 몰락자들의 소형선 몇 척들이 가로지르고 있었다그들은 엘렉스니의 여러 가문들 중 약한 축에 속해 있던 ‘돌의 가문’ 소속이었다이들의 돌의 가문이라 불리는 이유는 먼 옛날 아직 그들의 고향 행성이었던 리스가 건재했던 시절그들은 엘렉스니 가문들 중에서 뛰어난 석공 실력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이었다현재 몇몇 엘렉스니 가문들은 원래의 이름을 잊어버려 다른 종족들의 언어를 자신들의 가문의 이름으로 택한 걸 보면그들은 아직 자신들의 뿌리를 잊지 않았다.



소형선의 창문을 통해 새까만 우주 공간을 보며 반달인 나릭스는 생각에 빠졌다비록 자신이 그 때 살아있지도태어나지도 않았지만 늙은 엘렉스니들의 경험과 말을 통해 리스의 멸망에 대해 잘 알고 있었다평생을 번영의 길로 이끌어주겠다고 약속한 자신들의 신이었던 존재거대한 기계는 막상 자신의 적이 리스에 오자 엘렉스니를 헌신짝마냥 버리고 도망쳐버렸다엘렉스니는 숭배하고 믿어왔던 신에게서 배신을 당했고 그들은 예상치 못했던 재앙에 속수무책으로 당하고 말았다.



그리고 엘렉스니들은 여러 가문으로 분열되어 버렸다그들은 협동과 협력단일을 망각해버렸다사실은 아주 잊어버리지는 않았다그걸 기억해내고 옛날의 단합된 엘렉스니가 될 기회는 몇 번 있었지만 전부 실패로 끝나고 말았다그리고 전부 다 거대한 기계의 축복을 받게 된 종족인간들 때문이었다.



정확하게는 인간이 아니라 거대한 기계로부터 불사의 힘을 받게 된스스로를 ‘수호자’라 부르는 이들이였다그들은 자신들이 받지도 못한 불사의 힘을 통해 엘렉스니를 학살하고 모욕하고 조롱했다나릭스도 예전에 그 수호자들과 만나 전투를 벌인 적이 있었다나릭스는 증오에 눈이 먼 엘렉스니가 아니였기에 자신의 목숨을 지키기 위해확실하게 저들을 죽일 방법을 알아내기 위해 도망쳐 생존하는 길을 택했다.



그리고 이러한 선택은 결국 돌의 가문의 집정관인 키리틱의 분노를 삼고 말았다키리틱은 나릭스를 드렉으로 격하시키는 형벌을 적용했다하지만 나릭스는 이에 절망하지 않았고 여러 실적들을 올린 끝에 다시 반달이 될 수 있었다나릭스가 다시 원 위치로 돌아오자 키리틱은 내심 그를 불편하게 여겼지만 그의 성실함과 실력만큼은 인정했고 그를 자신의 비밀 요원으로 삼았다.



나릭스는 그런 자리를 거부하지는 않았다이 자리 또한 자신의 지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에그리고 자신을 드렉으로 만들었던 키릭틱이 자신을 인정한다는 증거가 되기 때문이었다생각이 거기까지 들자 나릭스는 자신이 생각을 너무 많이 했다고 판단했다그는 이 망상을 지우기 위해 자신의 파편 발사기를 조심스럽게 닦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그의 이러한 결정은 곧 자신에게 다가오는 드렉에 의해 멈춰지고 말았다드렉은 공손하게 나릭스에게 절을 올린 다음 그에게 다음과 같은 말을 전했다.



“나릭스님켈과 집정관께서 그대를 부릅니다그 분들의 부름에 응해야 할 것 같습니다.”



“그래… 알겠다준비를 할 터이니 넌 되돌아가서 그 분들께 내가 간다고 전해주거라.”



드렉이 돌아가는 걸 지켜보며 나릭스는 지난날 드렉으로서의 삶이 떠올랐다온갖 멸시와 조롱마치 소모품마냥 취급받았던 삶이 떠오르자 나릭스는 고개를 흔들며 얼른 자신의 머릿 속에서 재생되는 과거를 지웠다다시는 그런 삶을 살지는 않으리라그는 자신의 의복을 꺼내입기 시작했다.






보통의 켈들과 다르게 돌의 가문의 켈인 조각가 첼시스의 옥좌와 거처는 매우 소박했다옥좌는 그저 하얀 대리석을 통째로 깎아만든 평범한 의자였고 그 주위론 아무런 장식들도 없고 화려한 색깔들로 치장되지 않았다물론 그 자신도 그렇게 꾸미지는 않았다하지만 그의 옆에 서 있는 키리틱은 자신의 자리를 자랑이라도 하듯이 매우 화려하고 거추장스러울 정도로 온갖 장신구들로 치장되어 있었다다행이도 관대한 첼시스는 그런 키리틱을 나무라거나 안좋게 보지는 않았다.



반면에 키리틱은 자신의 지위인 집정관에 불만족스러워했다그녀는 항상 힘을정확히는 남을 다스리고 조종하는 그런 힘을 원했었다때문에 키릭틱은 자신이 할 수 있는 모든 권모술수들을 발휘했고 남들을 짓밟고 죽이는 끝에 현재의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모두들 귀족 출신이 아니던 키리틱이 그런 자리까지 올라간 것은 엘렉스니 역사상 유래없는 일이라 칭찬해주었지만 정작 그녀의 목표는 집정관이 아니었다그녀가 원하는 것은 한 가문의 절대적인 지배자켈이었다.



때문에 키리틱은 자신의 목표를 완수해줄 수족이 필요했다그 수족은 현명해야 하지만 반대로 너무 그래서는 안되었다적당히 똑똑하면서도 자신에게 반대를 일으킬 생각도 하지 않는 그런 자… 나릭스가 그런 자였다나릭스 생각이 나자마자 때마침 그가 켈의 방에 도착했다나빅스는 예를 갖추며 켈과 집정관에게 절을 올렸다첼시스는 진심이 아닌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왔느냐우리의 집정관이 자네의 의견을 듣는 것이 좋을 거라 말하였기에 너를 내 방으로 오게 한 것이다너를 재판한다든지 강등시킨다든지 그런 일은 없을 테니 걱정하지 말거라.”



“알겠습니다켈이시여.”



하지만 나릭스는 켈의 말을 믿지 않았다확실히 조각가는 다른 가문들의 켈들에 비해선 비교적 관대하고 유한 성격의 엘렉스니지만어디까지나 다른 켈들에 비해서였다그도 자신의 성미를 건들였다는 이유로 다른 이들을 죽일 가능성이 있었다그렇기에 나릭스는 얌전히 있기로 결정했다첼시스는 잠시 에테르를 마신 후 다시 입을 열었다.



“지금 현재 우리들은 유로파라 알려진 위성에서 그 가증스러운 인간들의 폐허를 발견했다는 첩보를 입수했다악마의 가문에 잠입한 우리 가문 쪽 드렉에 따르면 일명 인류의… 황금기하여튼 최전성기 때의 기술들과 유물들이 잠재되어 있을 가능성이 크더군그래서 키리틱과 나는 악마의 가문이 먼저 차지하기 전에 선점하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문제점은… 문제점은 지금 우리가 가는 이 항로 중에 정체불명의 함선들이 포착했다는 것이다틀라 남매들의 말에 따르면 이 함선들의 정체가 군체의 것이라고 한다그런데 우리가 알기론 군체는 이미 이 곳 태양계를 침공하기 위해 대규모의 병력들을 보냈다는 것인데 왜 지금 굳이 더 보내는 것이냐는 거다그래서 내가 생각하기엔 이 군체 함대라는 것은 거짓이 아닐까란 생각이 든다.”



“거짓이라고요무슨 근거로 거짓이라 생각하시는 겁니까집정관이시여?”



“군체의 함선들은 보통 공간을 찢으며 등장하지 않느냐그렇다는 의미는 놈들은 적어도 우리 엘렉스니기갑단놈들보다 더 뛰어난 공간 이동 항해 기술을 갖고 있다는 뜻이다하지만 이 함대는 다르다이 함대는 그런 공간 이동 항해를 행하지 않고 있다느리지만 위협적으로 가고 있다마치 사냥꾼이 사냥감을 상대로 전력을 다하지 않고 장난감을 가지고 노는 것처럼 말이다.

 

“그래우리의 총애하는 집정관은 그렇게 생각하지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는 것이다나빅스켈인 내가 보기엔 이 함대는 군체의 것이 맞다틀라 남매의 눈은 언제나 정확하고 확실하다그들의 정보는 항상 옳았지그리고 악마의 가문에 잠입한 우리의 켈리샤스는 평범한 첩자가 아니다그녀는 우리 돌의 가문을 위해 여러 번 희생해 준 헌신적인 엘렉스니다이제 와서 우리에게 거짓된 정보를 주어 자신을 먹칠할 행위를 할 이가 아니란 말이다.”



“그렇기에 나 키리틱과 켈께선 이 문제를 두고 크게 의견… 다툼하는 중이다우리 둘끼리는 끝내지 못할 터이니내가 신뢰하는 부하인 너를 여기로 불러들인 것이다이제 너의 생각을 우리에게 전해줘라너의 의견에 따라 결정을 내릴테니.”



집정관의 마지막 말은 켈과 같이 그녀와 잘 아는 사이가 아니라면은 충분히 시간을 들인 후에 자신의 의견을 말하라는 뜻일 테였다하지만 나릭스를 비롯한 그녀의 부하들에게는 그런 의미가 아니였다사실상 대답은 결정되어 있었다그렇기에 나릭스는 고민하는 척 시간을 끌었고 이미 정해진 대답을 입 밖으로 꺼내었다.



“만약 이 군체 함대가 진짜라 하더라도우리는 그 함대가 주둔 혹은 지나가고 있다는 그 항로를 지나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우리에게는 군체가 소유하고 있지 않는 은신 기술이 있습니다우리의 함대 전부 은신 할 수 있으니이걸 활성화한 후 기민하게 움직인다면 놈들에게 들키지 않고 유로파에 도착할 수 있을 겁니다.”



키리틱은 자신이 원하는 대답이 나오자 흡족한 표정을 지었다둘의 정확한 관계를 모르는 첼시스는 순진하게도 나릭스의 조언을 진지하게 깊게 고민했다잠시 후 켈은 고개를 끄덕이며 말을 했다.



“너의 말도 옳은 것 같다나릭스그래 우리에겐 은신 기술이 있지지금 고장나 있지 않다면은… 우리는 쉽고도 안전하게 놈들의 옆을 지나갈 순 있겠어좋아너의 말대로 하겠다키리틱전군에게 우리의 대화의 결과를 알려라.”



“명령대로 하겠습니다켈이시여.”



키리틱과 나릭스는 켈에게 절을 올린 후 같이 방에서 나왔다둘은 보는 눈들을 전부 피하며 집정관의 방으로 들어왔다자신이 이제 이 방에서 제일 높은 이라는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키리틱은 권력자들이 갖는 특유의 오만한 태도로 나릭스에게 물었다.



“참으로 영리하게 답을 내었구나나릭스덕분에 저 멍청한 켈은 우리 둘이 사실 같은 편이라는 사실도 모르고 우리의 말대로 해주고 있어그나저나… 너의 진짜 의견을 들어보도록 하지저 군체 함대는 진짜일까진짜라 하면은 왜 지금 이… 우주에 나타난 이유가 뭐지?”



“아무래도 그 수호자들이 한 일 때문에 그런 것 같습니다.”



“수호자들이 한 일아… 그 달인가 하는 위성에서 벌어진 크로타 시해 사건 말하는 건가?”



“그렇습니다크로타는 군체들을 다스리는 왕인 오릭스의 아들이라는 또 다른 이름이 있습니다만약 그 이름처럼 그가 오릭스의 아들이였다면아비인 오릭스는 아들을 죽인 수호자들에게 분노할 것이고 그들을 복수하기 위해 이 우주에 온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점을 잘만 활용한다면… 놈은 수호자들을 없애는 데 온 정신을 집중할 것이고 우리들이 지나갈 것에 관심 없을 수도 있겠다는 거군우리가 생각한대로 그대로 행해진다면 아주 좋겠어.”



“저는 그렇다면 만약의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미리 준비해놓겠습니다먼저 물러가보겠습니다집정관이시여.”






돌의 가문의 함대는 마침내 군체 함대가 있는 항로에 도착했다그 수는 생각보다 어마어마하게 많았다이 정도의 숫자라면은 이 은하계의 그 어떤 세력들을 전부 다 격파할 수 있을 것이다그렇기에 첼시스는 자신의 모든 함대에게 은신 기술을 사용하라고 명령했고 그들은 조용하고 은밀하게 군체 함대 옆을 지나가려 했다.



하지만 그들의 계획과 행동은 이미 함대의 주인에게 간파당하고 있었다굴복자 왕은 감히 자신의 눈 앞에서 눈속임이나 하면서 어설프게 지나가려는 가련한 이들을 비웃었다그는 자신의 검을 꽂으며 자신의 기함인 드레드노트의 힘을 방출했다그 힘에 의해 돌의 가문의 함대는 휩쓸렸고 함대는 여기저기 흩어지고 말았다.



그 중 첼시스의 기함은 가장 크게 충격파를 받아 근처에 있던 한 군체 함선에 박히고 말았다사상자가 엄청 많이 발생한 가운데 함선의 주인인 군체들은 갑자기 나타난 침입자들을 제거하기 위해 맹렬하게 공격했다결국 첼시스는 살아남은 극소수의 생존자들과 함께 생존을 위한 처절한 탈출을 감행했다다행이도 그들은 그 함선에 적재되어 있던 군체의 구명정을 발견했고 이를 타고 한 이름 모를 위성에 불시착하는데 성공했다.



탈출에 성공했지만 거의 모든 돌의 가문의 일원들을 잃은 첼시스는 낙담했었다키리틱은 그런 켈을 대신하여 살아남은 엘렉스니들을 재정비하는걸 나릭스에게 맡기고 자신은 다른 이들과 함께 정찰하러 나갔다그가 열심히 일하는 동안 첼시스는 여전히 절망에 빠진 표정을 지은 채 낙담하고 있었다나릭스는 그런 켈의 모습을 보며 침묵을 유지하고 있었다하지만 첼시스 스스로가 그런 침묵을 깼다.



“어떻게 된 것이냐나릭스놈들이 어떻게 우리의 은신을 알아챈 것이냐너의 말에 따르면 우리는 군체 놈들에게서 들키지 않고 안전하게 지나갈 수 있지 않았느냐그런데 왜 군체 녀석들은 우리의 은신을 알아냈단 말이냐?”



“켈이시여저는 기민하게 갈 수 있다고 말했지군체가 은신을 확인할 수 있는 기술을 갖고 있지 않다는 말은 안했습니다즉 놈들이 우릴 충분히 발견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입니다단지 켈께선 그런 가능성을 생각하지 않고 바로 제 말을 그대로 따랐을 뿐입니다.”



그의 말에 첼시스는 격분했고 나릭스의 목을 조르며 크게 소리쳤다.



“그래서 어쨌다는 것이냐나릭스?! 너의 말을 곧이 곧대로 믿었고 실행한 내가 잘못한 거라는 것이냐하지만 너라면 만약 내가 너희들의 말을 안 듣는다 하면은 오히려 충신들의 충언을 안 듣는 폭군이라고 날 모독할 것이 아니냐?”



“오해이십니다켈이시여저는 진실만을 읊었을 뿐이었습니다저는 결코 당신을 욕하거나 모욕할 의도는 전혀 없었습니다...”



“거짓말마라키리틱에게 들은 바에 따르면 너는 과거 우리의 신을 강탈한 자들과의 전투에서 도망쳤다지너는 동료들의 희생을 몰라보는 비겁한 엘렉스니다그리고 넌 드렉으로 격하되었지하지만 무엇 때문에 다시 반달로 돌아온 거지무엇 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노력했던 것이냐?”



“전 단지… 단지 제 본래의 자리를 되찾고 싶었을 뿐이었습니다저의 그러한 마음이 큰 죄가 되는 건 아니지 않습니까?”



“그래보통은 그렇지하지만 그런 마음을 품은 자가 누가 하느냐가 중요하지키리틱이 나에게 말하길 너가 다른 이들에게 많은 지지를 받고 있다고 들었다지도자가 아닌 다른 이가 부하들의 존경과 지지를 받는다면 그건 나같은 지도자에게 큰 위기를 뜻하지그리고 그것들을 받는 이에겐… 기회를 얻는 거지.”



“… 저는 그런 기회가 온다 하더라도 받지 않을 것입니다저는 오로직 당신에게 충성을 맹세합니다역모의 뜻을 품지 않습니다!”



“그럴지도하지만 단지 말만 그렇지 너의 그 맘 속엔 어떠한 생각을 하는지 너만이 알겠지널 지켜보겠다나릭스나에게 눈에 띌 짓거리 하나라도 한다면그 땐 어떻게 될 건지 너도 잘 알 것이다.”



첼시스는 나릭스의 목을 놓아주었다나릭스는 오랫동안 목을 잡힌 까닭에 연신 켁켁 거리며 숨을 정상적으로 쉴려고 노력했다바로 그 순간 키리틱 일행은 첼시스에게 돌아왔다그녀는 나릭스가 왜 그러고 있는지에 대해 궁금해하지 않은 채 바로 켈의 앞에 무릎을 꿇으며 말했다.



“켈이시여저 앞을 먼저 가 살펴본 결과군체의 것으로 추정되는 유적지를 발견했습니다비록 군체의 것들이라서 거부감이 확실히 들 것이며 안에는 아직 살아있는 군체들이 있겠지만지금 현재로선 저 우주에 떠 있는 군체들로부터 확실하게 몸을 숨길 수 있을 것입니다게다가 안에는 군체 건축물들의 특유의 미로 형태가 있을 터이니 안전할 것이기도 합니다.”



“그래… 현재로서는 그 방법이 최선인 거 같군일어나라 나릭스지금 당장 출발할 수 있겠나?”



켈의 부름에 나릭스는 겨우 마음을 부여잡으며 자리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예… 예 그렇습니다켈이시여.”



“그래 좋아당장 출발한다.”






첼시스는 나릭스를 선두로 두고 후방을 피투스 남매에게 맡긴 채 군체의 유적지 안으로 들어섰다예상대로 그 안은 심연과도 같은 어둠으로 가득 차 있었지만 자신들이 지니고 있던 휴대용 발광장치를 통해 나아갈 수는 있었다키리틱의 인도를 통해 그들은 수월하게 유적지를 통과할 수 있었다.



일행이 제대로 따라오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나릭스는 뒤를 바라보았다그는 키리틱이 갑자기 머뭇거리는 것을 확인했다그녀의 얼굴엔 당혹감과 의아함으로 가득차 있었으나 나릭스는 자신을 노려보는 첼시스의 시선 때문에 집정관한테 물어보지 못한 채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밖에 없었다



계속해서 나아가던 그들은 이윽고 광장으로 보이는 공동에 도착했다그러나 이 곳은 뭔가 달랐다벽과 바닥 곳곳엔 공허 그 자체인 우주 공간과도 같은 군열들이 나 있었다이를 기이하게 생각한 첼시스는 나릭스에게 물었다.



“나릭스이것들은 무엇이냐우주로 통하는 균열 차원문인 거냐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왜 이 장소에 저런 것들이 나 있는 것이지?”



“켈이시여… 사실 저도 여기까진 오지 못했습니다사실 이 광장으로 통하는 통로는 이곳으로 이어져 있지 않았습니다아까 제가 가다가 망설였던 것은 사실 우리가 지나간 그 곳은… 그곳은 투명한 장막에 막혀져 있었습니다그리고… “



키리틱이 나릭스 대신 대답했다집정관의 말에 다들 당황했지만 나릭스는 갑자기 팔을 높이 들어올렸다그 신호는 근처에 어딘가에 적이 있다는 신호였다첼시스는 눈짓으로 부하들에게 명령을 내렸고 그들은 서로의 등을 서로에게 맡긴 채 원형으로 뭉쳤다나릭스는 적의 정체를 알기 위해 눈을 똑바로 뜨며 주위를 응시했고 후각을 열어 주위의 냄새를 맡았다잠시 후 그는 뭔가 이상한 듯이 고개를 갸우뚱거렸고 그를 지켜보던 키리틱은 그에게 물었다.



“무슨 일이지나릭스뭔가가 이상한가?”



“네집정관이시여이 동굴 안으로 들어오면서 못 느꼈던 바람과냄새가 나고 있습니다누군가 혹은 누군가’들’이 금새 들어온 거 같습니다게다가… “



“게다가뭐가 더 있다는 거냐?”



“… 익숙한 냄새입니다희미하고 뭔가에 더럽혀져 있지만… 에테르 냄새가 납니다.”



나릭스의 말에 모두가 어리둥절해졌다남매들 중 맏형인 피틀라는 그의 말이 진실인지 확인하기 위해 고개를 이리저리 흔들며 공기 중에 베어 있을 에테르 냄새를 맡아보았다여동생은 그런 오라버니를 한심하게 바라보았다바로 그때 어둠 속에서 갑자기 나타난 검은색의 형체가 그녀의 복부를 찔렀다순식간에 벌어진 기습에 다들 크게 당황했다피틀라는 자신의 여동생을 뒤늦게나마 구하기 위해 달려들었지만 검은색의 무언가는 그녀를 데리고 어디론가 사라져버렸다.



갑자기 시작되고 끝나버린 기습에 다들 아연실색해졌다피틀라는 자신의 누이의 이름을 연신 부르며 울부짖었다하지만 나릭스는 그 행동이 어리석은 짓이란 걸 알았기에 곧바로 그를 저지하느라 피틀라와 크게 다투었다그들을 바라보며 집정관 키리틱은 멍하니 서 있는 켈에게 따졌다.



“뭐하시는 겁니까첼시스님명령을 내려 주십쇼여기서 계속 지체하다간 아까의 그 괴물에게 또 당하고 말 것입니다.”



“… 나는 보았다.”



“뭘 보셨다는 겁니까?”



“그 검은색의 괴물 말이다놈의 형태와 얼굴은… 동족이었다우리와 같은 엘렉스니였단 말이다.”



“그게 어쨌다는 것입니까어차피 우리 엘렉스니들은 서로를 공격하고 죽이지 않았습니까당연한 일을 가지고 왜 그걸 강조하시는 겁니까?”



“놈이 달고 있던 장식… 비록 그 이상한 검은색에 덮혀 씌워져 있지만… 확실했어그 장식은 분명히 악마의 가문에 잠입해 있던 드렉하릭스의 것이었단 말이다.”



“… 그 말은 지금 하릭스가 우릴 배신했고 무슨 수단을 통해 이 군체 함대가 머무르고 있는 이 곳까지 왔으며 자신의 정체를 들키지 않기 위해 그 이상한 검은색의 무언가를 뒤집어 쓴 채 우리 일행원을 납치했다는 것입니까당치도 않군요당신은 그저 겁에 질려서 그런 망상을 하신 겁니다.”



키리틱의 단언에 첼시스는 그녀를 째려보았다하지만 집정관은 담담하게 자신의 켈의 시선을 받아들였다

잠시 동안 이어진 신경전은 나릭스와 피틀라가 함께 오는 것으로 일단락했다나릭스는 켈에게 무릎을 꿇으며 말을 했다.



“켈이시여일단 이곳은 안전하지 않습니다게다가 피틀라의 여동생도 갑작스럽게 사라진 상태입니다그렇기에 우선 이 장소를 벗어나면서 사라진 그녀를 찾아야 할 것 같습니다그래서 피틀라가 혼자서라도 그녈 찾으러 가고 싶다고 했습니다저는 그와 함께 가서 그녀를 찾고 싶습니다저희의 부탁을 들어주시겠습니까?”



하지만 켈은 대답하지 않았다아니 정확하게는 검은색 생명체의 정체에 대해 생각하고 망상하느라 말하지 못했다키리틱은 무능한 켈을 대신해서 답하기로 결정했고 나릭스를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나릭스는 피틀라와 함께 그녀가 사라진 방향에 있는자신들이 오기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어둠 속으로 들어갔다.






피틀라와 나릭스는 서로를 의지하며 어둠 속을 나아갔다어둠 속을 아무리 헤쳐봐도 보이는 것은 회색빛 암석으로 된 동굴 벽과 바닥천장이고 가끔씩 보이는 군체의 건축물로 보이는 벽들과 조형물들군체 서식지에서 볼 수 있는 촉수들과 각질들 그리고 거미줄이었다피틀라는 점점 더 불안하다는 듯이 거친 숨소리를 내쉬었다나릭스는 불필요한 소리를 내는 피틀라에게 경고했다.



“피틀라너의 불안감을 나도 알 수 있다너의 소중한 친족을 찾아낼 수 없다는 불안감 말이다하지만 그녀를 무사히 되찾고 이곳에서 안전하게 빠져나가고 싶다면너의 불안감을 나타내는 소리를 내지 말아야 한다.”



“나도 알아… 하지만… 하지만 너도 알지 않나자신의 친족을 눈 앞에서 잃어버렸을 때의 기분 말이야최대한 너처럼 냉정해지려 노력하고 있… “



피틀라의 말은 갑자기 멈춰졌지만 나릭스는 그가 왜 멈췄는지에 대해 묻지도궁금하지도 않았다그도 느낀 것이다오염된 에테르 냄새둘은 사방을 경계하며 제자리 걸음했다하지만 그 냄새를 내뿜는 적은 당당하게도 그들의 앞으로텅 빈 공간을 찢으며 나타났다그 존재도 역시 검은색의 무언가로 뒤덮힌 엘렉스니였지만 묘하게 그 생김새와 들고 있는 무기는 익숙했다피틀라는 그 존재가 누구인지 깨달았다그는 자신도 모르게 무기를 떨어뜨리며 충격에 휩싸인 채 말했다.



“오… 내 여동생아… 어떻게 된 것이니?”



“피틀라쟨 너의 여동생이었다이제 더 이상은 아니야어쩌면 너의 여동생의 모습으로 변해서 널 꾀어내려는 거야!”



“아니야… 아니야… 어쩌면 나릭스 너의 말은 맞을지도 모르겠지만… 아직 모른다내 여동생을 구할 수 있을꺼야!”



“맞아피틀라나의 하나뿐인 혈족이자오라버니.”



나타나고선 가만히 있던 검은색의 형체가 예상치 못하게 입을 열어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그리고 놀랍게도 그 목소리는 비록 울려 퍼지는 목소리였지만 분명히 피틀라의 여동생의 목소리였다그 존재의 말에 피틀라는 격렬하게 당황했다반신반의에 빠진 자신의 혈족을 바라보며 검은색의 형체는 측은하듯이 말을 했다.



“오라버니대체 왜 그러는 거야나야오라버니의 누이지금 내 모습 때문에 날 못 믿겠다는 거야내 모습이 비록 전과 많이 다르고 불길해보이겠지만나는 나일 뿐이야이 안의 난 오라버니가 알고 있는 나야그러니까 내 손을 잡아줘오라버니가 이 안의 있는 날 꺼내줘난 지금 날 납치한 이로부터 겨우 벗어난 상태야이렇게 오랫동안 못 있어날 구할려면 지금이 유일한 기회야.”



“그래… 나의 누이야너의 손을 잡아줄께...”



그 순간 나릭스는 피틀라의 손을 잡으며 필사적으로 그가 검은색 형체와 가까이 가는 걸 막았다나릭스는 피틀라의 얼굴을 똑바로 쳐다보며 큰 소리로 외쳤다.



“정신 차려피틀라잊었어너의 누이는 납치 당하기 전에 관통상을 입혔다그녀가 입은 상처는 죽음으로 이어질 수 있는 치명상이란 말이다솔직히 지금 말하지만 그녀가 살아있을 확률은 없어지금 저 앞에 있는 너의 누이라 주장하는 저 형체는 우리를 공격하려는 괴물일 뿐이야.”



“어떻게그렇게 쉽게 단정 지을 수 있는 거지너는 어떻게 확신할 수 있는 거지그리고 넌 과거 동료들이 죽음에 내몰렸을 때 도망친 불명예를 저지른 녀석이 아니냐너에겐 신뢰가 없어너는 자신의 안위를 위해서 뭐든지 할 녀석이지!”



“그건 과거의 나였다지금은 달라지금의 난 나의 동료들을 지킨다숱한 어려움과 고통이 가득찬 길을 걸어야 할 수도 있지만 난 멈추지 않고 걸을 것이다그렇기에 난 너가 저 형체에게 속아 너를 잃고 싶지 않아!”



나릭스의 호소력이 가득한 설득에 피틀라는 잠시 분을 삼켰다그는 피틀라를 바라보며 이성을 최대한 지켜 현실적으로 생각해볼려 해봤다하지만 검은 형체는 피틀라의 흔들리는 모습을 보았는지 다시 말을 했다.



“오라버니오라버니는 저 자의 말을 믿을꺼야아니면 오라버니의 유일한 혈족인 나를 믿을꺼야?”



“나는… 나는… 나는… “



피틀라는 결국 나릭스를 등에 돌린 채 자신의 누이라 주장하는 검은 형체를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나의 누이야어서 이 오라버니의 손을 잡으렴어서 돌아가자꾸나.”



“안돼저 녀석의 손을 잡지 마!”



하지만 피틀라는 이미 나릭스의 말이 들리지도자신의 누이라 칭하는 존재의 모습이 점점 더 달라지는 것을 깨닫질 못했다그것의 몸을 뒤덮인 검은색의 무언가는 점차 온 몸으로 뻗어가기 시작했고 엘렉스니 특유의 네 개의 눈들은 사라지고 기이한 하얀빛으로 빛나는 커다란 눈 하나가 생겨났다그리고 그것은 몸 주위로 검은색의 차원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나릭스는 결국 피틀라가 자신의 말을 듣지 않을 것임을 깨달았다그는 검은색 형체를 죽일 수 있을지 확실하지 못했지만 일단은 피틀라를 구해야 한다는 것만은 확실했다나릭스는 품 안에서 충격 단검을 꺼내었고 재빠르게 피틀라 뒤로 뛰어갔다거리가 좁혀지자 나릭스는 단검을 검은색 형체에게 던졌다하지만 검은색 형체는 자신에게 날아오는 단검을 보자마자 반구체의 이상한 방어막을 활성화시켰다방어막과 부딪힌 단검은 힘없이 바닥으로 떨어졌다.



주위의 색이 바뀌자 피틀라는 뒤늦게 무슨 상황이 벌어지는지 살펴보았지만 이미 때는 늦었다자신의 누이라 생각되었던 존재는 어느 새 엘렉스니의 형태를 한 무언가가 되어 있었고 그 존재는 끔찍한 비명 소리를 내며 자신을 감싸 안았다피틀라는 소리를 지르며 그 포옹에서 벗어나려 했지만 그의 울부짖는 소리는 둘이 차원 너머로 사라짐과 동시에 끊겨버렸다.






나릭스는 멍하니 어둠 한 가운데에 섰다또 한 명의 동료가 희생되었다게다가 자신이 설득했고 자신의 동료를 지키기 위해 노력했지만 말이었다모든 것들은 다 헛수고였던 거다나릭스는 바닥에 주저앉으며 생각에 빠지기 시작했다.



지금 이 상태로 돌아갔다간 켈은 이를 빌미로 자신을 다시 드렉으로 강등시키려 할 것이다실패의 대가라는 명분으로 말이었다그리고 영악한 키리틱은 가만히 두고 볼 것이고 다른 누군가를 자신의 비밀 요원으로 삼을 것이고 자신을 아무도 모르게 처리할 것이다하지만 지금 이렇게 가만히 있다면은 그 검은색의 정체불명의 적들에게 당할 것이다나릭스는 진퇴양난에 빠지고 말았다.



바로 그때 그의 눈 앞에서 새하얀 빛으로 타오르는 불꽃이 일렁이기 시작했다나릭스는 그 불꽃이 왠지 모르게 관심 가지기 시작했다그는 불꽃을 손에 잡으려 했지만 닿는 순간 불꽃은 저 멀리 가 버렸다나릭스는 그 불꽃을 잡기 위해 자리를 움직여 다시 잡으려 했다그러나 불꽃은 또 저 멀리 도망갔다불꽃은 가만히 일렁이며 타오르고 있었다.



나릭스는 조금씩 차오르는 화를 참으며 불꽃에게 다가갔다그것의 앞에 다가온 순간불꽃은 잔불에서 커다랗게 타오르기 시작했다그리고 불꽃은 나릭스를 둘러쌓으며 압박해오기 시작했다나릭스는 이것이 함정이라는 것을 뒤늦게 깨달았다그는 불로 된 포위망에서 빠져나가려 했지만 불꽃은 이미 검은색으로 변해가며 나릭스를 집어삼켰다반달은 눈을 감으며 울부짖었다.



그는 눈을 떳다자신이 있는 곳은 공허보다 더한 무의 공간인 듯 암흑 그 자체인 듯 했다그는 주위를 돌아보며 이곳에서 빠져 나갈 구멍이 있는지 확인하려 했다바로 그때 자신을 이곳으로 보낸 하얀 불꽃이 허공 아니면 바닥 어쩌면 천장 같은 위치에서 나타났다나릭스는 자신의 모든 팔들을 들어 경계 자세를 취했다.



다음 순간 등 뒤에서 무언가 빛나기 시작했다나릭스는 뒤돌아 그것의 정체를 확인했다그것은 불길해 보이는 하얀 빛으로 빛나는 반달의 모습이었다아니 그것은 자신의 모습이었다하얀 불꽃이 말하기 시작했다.



너는 반달이다넌 마치 도둑처럼 삶을 미끄러져 가며 살아가고 있다.



자신의 모습을 한 하얀 것은 모양이 일끄러지며 다른 모습을 취하고 있었다새로 취한 모습은 과거 나릭스가 드렉으로 강등한 시절로 변했다하얀색의 드렉은 주위에 모여든 다른 이들에게서 학대를 받고 있었다하얀 불꽃은 다시 말했다.



너는 드렉으로 또 다시 낮추어질까 두려워하며 너보다 강대한 모든 것들로부터 살아남으려 애쓰고 있지.



나릭스는 기억하기도 실은 과거를 환영으로서 다시 보자 괴로워했다그는 항상 끔찍했던 과거에서 벗어나려 애썼다하지만 그가 살아오면서 그 과거는 잊을만하면 항상 돌아와 그의 발목을 붙잡았고 그를 괴롭혔다나릭스는 괴로운 나머지 울부짖기 시작했다.



넌 굴복했다.



하얀 불꽃은 계속 말했다다음 순간 드렉으로서의 환영들은 전부 사라져버렸다그리고 저 멀리 한 줄기의 빛이 새어 들어오기 시작했다마치 희망의 등대희망의 등불과 같았다나릭스는 그 아름다운 빛의 한 줄기를 멍하니 바라보았다등 뒤의 하얀 불꽃은 계속 말했다.



빛 속으로 나와라너는 다신 강등당하지 않을 것이다누구도 너를 검으로써 책망하지 않을 것이다.



빛이 있는 장소에서 또 다른 환영들이 나타나기 시작했다이번 환영들은 검은색을 띄고 있었다대장으로 보이는 환영은 반달 혹은 나릭스를 나타내는 환영에게 명령을 내리고 있었다.



어떤 대장이 네게 명령을 내리지어떠한 순종심이 너의 심장에 불타 새겨졌지?



환영들은 다른 장면들을 보여졌다나릭스의 환영은 대장의 환영에게 공물들을 바쳤지만 대장은 받기만 할 뿐 나릭스의 환영에게 그 어떠한 호의와 친절을 베풀지 않은 채 떠나버렸다.



너는 대장의 명령대로 한다너는 네게 주어진 무기를 휘두르고드렉들을 가르친다너를 포함한 모든 이들은 약탈한 물품들을 내놓았지만 그 중엔 너의 것은 없었다네게는 너만을 위한 장소라 부를 곳도 없다.



나릭스는 환영들과 말들을 보고 들으며 그 모든 것들이 다 옳았다는 것임을 알았다자신의 인생은 지금까지 그래왔었다자신은 언제나 가문을 위해 헌신적으로 애썼지만 돌아온 것은 아무것도 없었고 심지어 협박과 견제들만 받았다자신에게 전혀 이로운 것들이 없는 삶들이었다.



너는 안전한 장소를 가질 자격이 있다혼자 있을 자격이 있다.



환영들은 다시 사라지고 그 빈 자리엔 새로운 환영이 채워졌다이번 환영은 어떠한 도구의 형태를 취했다그것은 검의 형태를 취했지만 엘렉스니의 것이 아니었다그것은 군체의 검이었다하얀 불꽃은 다시 말했다.



너를 위한 검이 여기에 있다이것는 마치 이 장소는 나의 것이다와 같다.



나릭스는 군체의 검을 바라보았다그것에게서 강한 유혹이 들려오기 시작했다이것을 붙잡기만 하면은 자신만의 것이 될 것이고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무엇보다도… 첼시스의 형벌로부터 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검을 받들어라네 동료를 만들어라너의 새로운 모습을 받아 들이거라.”



하얀 불꽃은 말을 마치며 사라졌다나릭스는 천천히 군체 검을 향해 나아갔다군체 검은 유유히 부유하며 자신이 엘렉스니로부터 잡히길 기다리고 있었다나릭스는 마침내 빛의 줄기 안으로 들어왔고 잠시 기다린 끝에 검을 붙잡았다붙잡은 순간 검에서 불길한 검은색 기운이 나릭스의 몸을 뒤덮히기 시작했다그 느낌은 심연보다도그 어떤 혹한의 추위를 자랑하는 행성들보다도 더 차가웠지만 묘하게 따뜻했다그는 자신에게 찾아올 운명을 기꺼이 맞이하기로 했다.



키리틱과 첼시스는 돌아오지 않는 두 명의 부하들을 하염없이 기다렸다키리틱은 잠시 생각한 끝에 켈에게 말을 올리기로 결정했다그녀는 무릎을 꿇으며 켈에게 물었다.



켈이시여한참이 지났지만 그들은 돌아오지 않고 있습니다그들은 이미 당한 거 같습니다이젠 저희 둘이라도 이 곳에서 탈출해야 할 것 같습니다이제 움직여야 합니다.”



“… 그래… 이젠 어쩔 수 없는 거겠지… 앞장 서거라키리틱.”



키리틱은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섰다하지만 다음 순간 갑자기 날라온 와이어 소총의 탄환이 그녀의 머리를 깨끗하게 관통해버렸다키리틱의 몸은 비틀거리며 힘없이 바닥에 쓰러졌다첼시스는 깜짝 놀라며 탄환이 날라온 방향으로 고개를 바라보았다그는 눈 앞에 보이는 광경에 무릎을 꿇고 말았다.



그것들은 엘렉스니들의 형태를 띈 검은색 형체들이었다하지만 중간중간에 자신의 부하들인 피틀라 자매하릭스나릭스의 모습들이 보였다그들은 모두 감정을 알 수 없는 무표정한 얼굴을 하며 하나밖에 없는 하얀 빛의 외눈을 타오르며 첼시스를 응시하고 있었다그리고 그들의 위로 세 개의 눈을 가진 악마와도 같은 존재가 날아오고 있었다첼시스는 나릭스를 바라보며 소리쳤다.



나릭스나릭스어떻게 된 것이냐정녕 네 놈이 날 배신하고 켈의 자리를 차지하려 하는 것이냐?!!”



하지만 나릭스는 켈의 말에 답하는 대신에 뭐라 중얼거리기 시작했다그와 함께 다른 이들도 중얼거리기 시작했다하지만 모두가 같은 단어를 말하고 있었다.



아이아트(Aiat) 오릭스아이아트 오릭스아이아트 오릭스아이아트 오릭스아이아트 오릭스아이아트… 



그와 함께 그들의 머리 위로 날아오던 세 개의 눈을 가진 악마는 씨익 웃더니 점차 형태를 갖추기 시작했다그것은 물리적 형상을 취하고 있었다그 어떤 강철보다 단단한 외갑피와 질긴 힘줄로 이루어진 육체그리고 어둠의 힘으로 뭉쳐진 군체의 모습을 한 존재가 나타났다첼시스는 그의 정체가 뭔지 알아냈다하지만 때는 이미 늦어버렸다.



굴복자 왕군체의 신최초 항해자크로타의 아버지인 오릭스는 왼손을 들어올렸다그의 손아귀에선 하얀빛의 불꽃이 타오르고 있었다왕은 입을 열었다.



희망을 버려라힘을 놓거라그리고… 너의 의지를 내게 바치거라.”



첼시스는 울부짖었다그리나 그 외침은 오래 가진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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