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리시안_ 0

무언가 오묘한 느낌의 꿈이었죠. 무언가 소름이 돋고 끔찍한 일의 전조를 알리는 느낌의 꿈이요.

한 학교의 교실 구석에서 리시안, 묭, 남자1, 여자1이 수다를 떨고 있었어요.

교실 뒤에 책걸상을 가져다 두고 서로를 마주보며 수다를 떨었어요.

그냥 일상적이고 평범한 얘기였죠.

그런데 뭔가 이상한 겁니다.

분명 네 명이서 대화 중인데 아주 가까이 그것도 바로 옆에서 누군가 희미한 목소리로

남자1의 물음에 맞춰서 대답을 하고 있는 것이었어요.

얇은 남성의 목소리로 말이죠.

"응, 네, 맞아, 응? ,그래"

남자1은 존재하지 않는 누군가의 목소리에 소름이 돋았지만 애써 모른 체하며 그냥 친구들과 대화를 이어나갔어요.

제발 목소리가 사라지기를 바라면서요.

하지만 그때 리시안님이 말을 하죠.

"지금 대답하는 남자 목소리가 있잖아"

남자1은 제발 그 목소리를 언급하지 않기를 바라며 모른 체했어요.

"어? 나 아무말도 안 했는데?"

하지만 리시안님은 앞에 있는 묭과 여자1을 조용히 시키며 말했죠. 아주 진지한 태도로요.

"아니, 너 말고 다른 목소리."

그 말에 4명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어요. 그저 서로를 바라볼 뿐이었죠.

남자1은 괜히 식은땀이 흐르는 걸 감추려 해질녘의 창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땀을 훑어냈어요.

그리고 다시 고개를 돌리는데...

나머지 3명이 없는 겁니다.

3초 전까지만 해도 서로의 얼굴을 응시하던 3명이

이제는 덩그러니 남겨진 책걸상만 남긴 채 말 그대로 증발해버렸어요.

남자1은 깜짝 놀라 교실 밖으로 나왔어요.

그리고 교실 문패를 보는데 여기서 또 이상한 걸 발견하죠.

보통 학교에서는 3학년 1반을 3-1 이런 식으로 표기하죠.

그런데 그 교실만 71-36, AB-82 - 67-N43 92-56

이런 식으로 쓰여있는 겁니다. 하나의 문 패에 저 글자가 모두 적혀 있었어요.

꿈이라서 표기된 내용이 정확히 기억나지는 않는데 형식은 저랬습니다.

남자1은 이상하게 생각했지만 공포심에 질려 곧바로 그 자리에서 도망쳐 나왔어요.

그리고 예전에 잘 알고 지낸 남선생님을 찾아서 같이 이야기하며 걷기 시작했죠.

선생님의 말에는 적당히 대답하고 주위를 두리번 두리번 거리면서 걷는데

여기서 본 학교의 풍경이 뭔가 이상한 겁니다.

걸으면 걸을수록 이전에는 존재하지 않았던 장소로 이동하고 있었고

구조상 무언가가 존재할 수 없는 곳까지 복도가 끝없이, 그리고 이상한 각도로 뒤틀려서 이어졌죠.

복도와 교실, 층계참마다 문이 달리고 복도는 30도, 75도, 90도, 60 등등 수시로 꺾여서

지금 있는 곳이 어디인지조차 알 수가 없게 되었죠.

지나가는 학우들은 얼굴이 보이지 않고 저들끼리 무언가 얘기를 하지만 알아들을 수는 없었습니다.

그렇게 걷다 보니 어느새인가 자신이 도망쳐 나왔던 교실 앞으로 오게 됩니다.

같이 얘기하며 걷던  선생님도 어디론가 사라져 있었죠.

등뒤에 뻗은 기나 긴 복도에는 사람 한 명 없었고

등이 켜져 있었지만 해질녘의 골목길처럼 어두워서 복도 끝의 새빨간 소화전불만이 희미하게 보일 뿐이었습니다.

교실 안에 들어가니 책걸상들이 정리되어 있었습니다.

분명 교실을 나갈 때만 해도 30개나 되는 책걸상들이 온통 어지럽혀 있었는데

누군가 자로 잰 듯이 소름돋을 정도로 완벽하게 교실과 대칭을 이루며 줄이 맞춰져 있었습니다.

단 하나 본인의 의자만을 제외하고요.

남자1은 교탁 앞에 있는 본인의 의자를 정리하고 자리에 앉았습니다.

그러고 나니 평소 알던 남학우가 교실 안에 들어와 있었죠.

방금까지 조용하던 복도는 왠지 모르게 소란스럽고요.

남자1은 물었죠.

"혹시 다른 애들 못 봤어?"

남학우는 대답했죠.

"어떤 다른 애들?"

"아까 나랑 교실에 남아서 얘기하던 애들 말이야."

그리고 다음 남학우의 대답에 남자1은 얼이 나가버렸습니다.

"너 오늘 다른 애들이랑 남아서 누구랑 얘기한 적 없어."

저 친구가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습니다.

그렇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