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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라는 점(응원,1대1 편지) 공허님이 볼지 못볼지 모르지만 쓰는 글

곽선비1111
2018-04-11 17:37:19 430 1 1

사람들은 저마다 소쩍새 우는사연 다 하나씩은 갖고 살기 마련이라고, 

공허님에 대해 잘 알지 못하기 때문에 그냥 잘 아는 사람 누군가의 이야기를 하나 씁니다.


한 소년이 있었어요.

몸이 약해 병원신세를 지느라 유치원이며 학교며 잘 다닌 적이 없었고, 

집안문제와 개인문제까지 뒤섞여 그 아이는 소위 요즘 말로 왕따였어요.

그러던 어느 날,

학교에서 수학여행을 가게 되었어요.

난생처음 가는 수학여행에 들떠있던 소년은 먼훗날 누군가와 말할 수 있는 추억 하나, 

혹은 그런 추억이 떠오를 계기가 되어줄 사진 한 장 남길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감에 몇날 며칠 밤잠을 설쳤어요.

 

수학여행의 목적지는 어느 산 안에 있는 역사적으로 이름이 나있는 절이었어요.

그 절에 들어가려면 산을 제법 올라야 했습니다.

소년은 산을 오르는 데에 얼마나 힘들지 전혀 고민하지 않았어요.

모두와 함께 하고 있고,

목적지에 다다랐을 때 기념사진을 찍을 수 있고,

목적지의 모습을 자신의 눈으로 직접 목격할 수 있다는 행복한 상상에만 빠져 있었던 것이죠.


산 안에 있는 절을 목적지로 두고 소년은 산을 오르기 시작했어요.

신이 난 나머지 소년은 빨리 목적지에 다다르고 싶다는 조급한 마음에 

자신이 지금 갖고 있는 역량보다 무리를 해서 산을 올랐어요.

그게 독이 될 줄은 모르고 말이에요.


처음 등산을 시작했을 때 소년은 전혀 힘들지 않았고, 콧노래도 흥얼거릴 정도로 여유가 있었어요.

중요한 것은 소년의 시선은 목적지가 있는 위를 향해 고정되어 있었다는 것이죠. 

그런데 소년이 생각한 것보다 목적지에 다다르기까지는 멀고 험하고 힘들었어요.

콧노래는 사라지고 빈 자리를 차지한 것은 거칠어진 숨소리였고,

신이 나서 방방 뛰었던 가벼운 발걸음은 어느 새 천근만근 무겁기만 했죠.

지친 거에요.

그때가 되어서야 소년은 위로 향해있던 시선을 내려 주변을 둘러보게 되었어요.

다른 사람들은 어떨까,

나보다 힘든 사람이 있을까, 

뒤쳐지는 사람이 있나 하고 말이에요.

그런데 주변에는 아무도 없었어요.

바쁘게 막 혼자 앞장서서 뛰어왔으니 주변에 누가 있을리가 없었죠.


거기에서 멈추고 잠시 쉬면 되었는데 소년은 욕심이 났어요.

목적지에 다다르고 싶다, 

내가 먼저 가서 아이들을 기다려야지,

이런 생각에 소년은 지친 몸을 이끌고 억지로 또다시 산을 올라갔어요.

체력적으로 한계였던 소년은 무리를 하고 있었고, 고개를 떨군 채 땅만 바라보며 걷게 되었어요.

그런 상태 되니까 이상하게 목적이 무엇이었는지 기억이 안 나더라고요.

그냥 길이 있으니까 가는거고, 

여기가 어디인지는 모르겠고, 

그냥 쉬고 싶다는 생각만 들 뿐이었어요.


결국 소년은 발길을 멈추고 길가에 주저앉아 쉬었어요.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소년은 소년의 일행과 마주치게 되었어요.

소년이 지쳐서 쉬고 있는 그 시간 동안 뒤쳐져 있던 소년의 일행이 도착한 거에요.

일행은 지쳐서 움직일 수 없는 소년을 그냥 둔 채 지나쳐 목적지로 올라갔고,

홀로 남겨진 소년이 한참이 지나고 나서야 다시 목적지를 향해 움직일 수 있었어요.

그런데 소년이 목적지에 도착할 때 즈음에는 일행과 또다시 마주쳤어요.

일행은 그곳에서 행사를 다 마친 뒤 내려오고 있었던 거에요.  

소년은 결국 자신이 원했던 아무것도 얻지 못한 채 그냥 그렇게 자신이 기대했던 수학여행을 끝냈어요.


이십 년 가까운 세월이 지난 지금, 소년에서 청년이 된 그 아이는 문득 그 일이 생각날 때마다 후회를 해요.

서두르지 말걸, 

조급해하지 말걸,

힘이 들다 느꼈을 때 무리하지 말고 잠시 쉬면서 누군가를 기다릴 걸.


공허님.

지치고 힘이 들 때 혹은 모르겠다는 느낌이 들 때에는 멈추는게 맞아요.

멈추어 보면 보지 못한 것을 보게 되고, 알지 못한 것도 알게 되고, 자기 자신에 대해 깊이 관찰할 수도 있게 되거든요.


힘들면 쉬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지만,

한계를 넘어버리면 쉬어야겠다는 생각조차도 들지 않아요.

다 놓아 버리게 되고, 자기 자신을 잊은 채 물에 물탄 듯 술에 술탄 듯 그냥 그렇게 세월을 보내게 되요.

돌이켜보면 아무것도 남는게 없게 되죠.


많이 살진 않았지만 그래도 공허님보다 조금 더 산 사람으로 부탁을 드리자면,

여유를 갖고 천천히 자기 자신과 주변을 탐색하시라는 거에요.

공허님은 공허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더 대단한 사람이고,

공허님이 생각하는 것보다 환경이 좋고,

공허님에게는 있는 게 참 많아요.

무엇보다 제가 보았을 때 공허님은 목적을 정하고 줄기차게 달려나가야 할 때가 아니라 

마실 다니듯 가벼운 마음으로 구경해야 할 때라고 생각해요. 

무엇이든 해보고,

맛보고,

경험하고,

이곳저곳을 돌아다니면서 말이에요. 

그것이 방황이 될 수도 있고 어쩌면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게 아닐까 싶기도 하겠지만,

때로는 그런게 있어야 하지 않을까요?


라면을 끓이는 데에도 5분이라는 시간이 필요해요.

하물며 사람과 사람이 엮이고 함께하는 방송을 하셨고, 또 하는데 얼마나 많은 시간이 필요하겠어요. 

조급해하지 말고 여유를 갖길 바라요.

쉬는 동안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실컷 해보시고요.

힘들면 쉬고,

생각나면 이따금씩이라도 방송 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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