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청곡: 영혼의 오르골 (재생하면서 읽어주세요.)
엄마 안녕 그래 나야 막내 아들
생각해보면 난 막내 아들이라고 늦둥이라고 편애받은 기억은 없는 거 같아
생각해보면 그래 형이 공부를 엄청 잘했잖아 말도 엄청 잘 들었고
하지만 원망하지는 않아 엄마는 나 때문에 울기도 많이 울었잖아
항상 형을 보면서 나라도 잘해야겠다는 생각만 했는데
어느새 나도 형과 같아지는 것을 느끼는게 두려워졌어
나와 형을 보면서 엄마는 얼마나 속이 상했을까 얼마나 속이 까매졌을까
엄마가 나에게 털어놓던 고민은 왜 나는 무겁게 받아들이지 않았을까
밤마다 후회해도 돌아오는 답장은 무응답 뿐이었어
엄마가 내게 말했지 어떻게 나는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식 키우는 것이 힘들까
그 말을 들은 나는 왜 이리 가슴이 찢어졌을까 이젠 그 의미를 조금이라도 느껴보려고 해
슬픔에 흘린 눈물도 더 이상 무의미한 소금물이 아니길 만들어주려고 했지만
내게 쏟아부은 사랑에 부합하지 않은 내가 미워서
내 내면 속 세계를 엄마에게 억지로 주입하려고 했어
엄마는 그런 못난 나를 이해해주고 알아줬고 내 가치를 인정해줬어
그리고 빙하가 녹은 낭떠러지 앞에 서있는 내게 진짜 손을 내밀어줬어
그래도 난 내 가치를 몰라 별빛조차 없는 어두운 길을 혼자 걷는다고 생각해
아직은 내 가치가 빛난다고 생각하지 않아 아직 나는 너무 작고 부족해
엄마에게 자랑스러운 아들이 되기 위해선 이 정도로는 부끄러워
하지만 엄마 이젠 나도 알아 최고의 탈출구가 더 이상 자살은 아니라는 것을
내 팔에 그어진 10개의 줄이 내 생사를 갈랐던 결정이었다는 것도
내 팔에 그어진 10개의 줄이 내 삶을 다시 바꾸었다는 것도 전부 깨달았거든
그러니 엄마 조금만 참고 날 바라봐줘 추운 겨울이 와 눈이 온 세상을 덮어도
곧 꽃이 피고 나무가 생기로워지는 봄이 다가온다는 것을 나도 아니까
한눈 팔지 않고 봄을 위해 달릴께 설령 이 길이 내 생각보다 더 길어져도
나 포기하지 않고 달릴 수 있으니까 막내 아들이 빛나는 순간을 함께 해줘
세상 어떤 아들보다 더 빛날 테니까 날 지켜봐줘
엄마가 믿는 만큼 난 더 광이 나게 될 거야
그게 내가 엄마에게 베풀 수 있는 최고의 사랑이니까
아름다운 사람들과 내가 이 세상 어떤 여성보다 가장 사랑하는 어머니에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