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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픽] 곰탕 먹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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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11-24 23:22:52 155 1 2

  눈이 도시 전체에 쌓이기 시작하고 걸을 때마다 부스슥 눈 결정이 부서지는 소리가 세상을 채워졌을 때였다. 검은 색 롱패딩에 목도리까지 두르고 큰 길을 걸어나갔다. 거대한 빌딩들이 눈 앞에서 꿈쩍도 하지 않았다. 이것이 현실임을 지각했다. 무슨 판타지 영화처럼 건물이 움직이거나 킹콩이 놀라가겠는가. 하지만 지금이 그런 상황하고는 별반 다르지 않다고 생각했다.


  현실의 경계가 모호해질 때, 그리고 거대한 빌딩 건물들이 슬슬 사라질 때 목적지에 도착헀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 곳은 북적거리는 시장이었다. 눈이 왔음에도 시장에 활기가 넘치게 소리가 넘치는 건 시장이 실내에 있기 때문이라. 숨을 한 번 쉬었다. 차가운 공기가 온 몸을 소름돋게 만들었다. 그러나 그 냉랭한 공기가 기분이 좋았다.


  의외로 안은 따뜻했다. 아마 상인들이 가게 내에서 난로를 틀어서 점점 시장 전제도 따뜻해지게 됐다고 생각했다. 신발 소리가 툭툭 소리를 내면서, 가끔 지나가는 사람들을 위해 길을 비켜주고 핸드폰으로 위치를 확인했다. 시장 중앙은 십자가 모양을 띄고 있었고 동서남북으로 뻗어있었다. 덕분에 이 곳은 시장 내에서 가장 활기찬 장소가 되었다. 


  아무리 소리가 들려와도 다시 힘없이 빠져나갔다. 한국어가 와국어처럼 들렸다. 머리가 이상해진 걸까. 아니면 세상이 이상해진 걸까.


  난 남쪽으로 들어와 다시 서쪽으로 갔다. 그 곳은 식당가로 여러가지 음식과 식당들이 즐비한 곳이었다. 수많은 식당 중 내가 갈 곳은 단 한 곳이었다. 서쪽으로 들어와 조금 걷고 왼쪽으로 고개를 돌리면 한 곰탕집이있다.


  전형적인 한국 시장식 식당으로 앞에는 가마솥으로 옥수수를 찌고 있었지만 그건 부수적인 것이었다. 안쪽으로 들어갔다. 주인 할머니가 반기시고 난 자리에 앉았다. 


  쪄찐 옥수수 냄새와 함께 할머니는 밑반찬들을 주셨다. 그리고 난, 한 치의 망설임 없이 곰탕을 주문했다. 


  시간을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1인용 뚝배기에 가득 담긴 곰탕. 하얀 국물에 듬성듬성 고기가 보였다. 


  곰탕. 이름이 왜 곰탕인걸까. 조상들은 늙은 소고기를 먹을 때 질겨서 마치 곰고기를 먹는 것 같다고 해서 곰탕일까. 기약없는 생각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아니 종이 스티커마냥 내 뇌를 붙이고 붙이고 또 붙여지고 있었다.


  가장 안 쪽에는 내의 마음 속. 가장 둥근 생각. 아니 정확하게는 현실을 받아들이고 있는 내 뇌의 한 부분. 


  국곰은 죽었다. 나를 위해.


  짧은 순간이었다. 트럭이 나를 치려고 한 순간 밀치는 느낌이 들었다. 트럭이 아닌 국곰이 나를 민 것이었다. 그대로 국곰은 죽었다. 즉사였다.


  이후에 기억은 없다. 빠르게 장례식은 진행됐고 서서히 기억에서 국곰은 잊혀져 갔다.


  아니다. 잊혀질 리가 있는가. 나에게 국곰을 잊을 이유도 능력도, 국곰을 잊을 만한 아무 것도 없었다. 국곰은 나에게 모든 것이었기 때문이었다.


   만약 국곰이 내 앞에 지금 있다면 한 대 때렸을 것이다. 그리고


  어째서 그랬어라고 물으면


  그럼 국곰은 그 특유의 바보 같은 표정을 지으면서


  너가 죽는 게 싫어서


  라고 말할 것이었다. 그런 모습도 사랑한 내 자신은 정상일까. 


  자신이 곰이라고 소개하면서 정작 밥 먹으로 갈 때에는 곰탕을 먹자고 한 대조적인 모습, 아니 멍청한 모습이 좋았다. 가끔 가다 진지해지는 모습이 좋았다. 아침에 전화를 걸어 잘 잤냐고 묻고 있지만 정자 자기도 이제 막 일어난 모습도 좋았다.


  하지만 국곰은 죽었다. 그것은 사실이고 현실이다. 


  그러나 난 아직도 국곰을 사랑하고 있다. 그것 또한 사실이고 현실이다.


  곰탕에서 연기가 피어올라 공기 중에 융화되어 사라졌다. 하지만 공기가 없는 것은 아니다. 단순히 보이지 않는 것이다. 공기는 어디에나 있고 어디에나 없다.


  어린 왕자 속에서 여우는 어린 왕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은 보이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 말을 어린 왕자가 들었어도, 수많은 시간을 쓸데 없는 장미에게 받쳤다. 진리를 파악하지 못한 무지는 결국 파멸로 이어졌다.


  나 또한 파멸에 이를까. 어쩌면 어린 왕자도 여우가 말한 진리를 알고 있었을 지도 모른다. 마치 나처럼. 그저 눈에 보이는 것만을 따라가는, 아아. 이래서 어린 왕자가 명작이구나라고 생각했다.


  곰국을 한 입 떠먹었다. 따뜻했다. 몸 속으로 온기가 퍼졌다. 패딩과 다르게 속부터 따뜻해졌다. 원래대로라면 온기가 식어 다시 몸이 차가워지곘지만 그러하지 않았다.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다. 그저 난 곰탕을 먹으면서 국곰이 이제는 내 마음 속 안으로 들어 왔다고 생각했다. 


  곰이 곰을 먹네!


  순진한 곰의 모습을 보면서 가게를 나갔다. 추위는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은 충분하게 채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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