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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전통소주담가먹기] 45도 조선킬주 만들기

대가리라지
2019-11-18 21:49:32 3043 24 1

똘삼의 쿠킹방송에 반주로 곁들여먹는 다양한 술들을 보며 입맛을 다시는 트수입니다.


우리의 똘삼이 수제맥주를 만들어 먹는다고 하여, 최근에 제가 시작한 전통소주 담그는 일지를 똘게더에 올립니다요.


모든 것의 시작은 아는 형의 술자리 훈수로부터 시작됩니다.
을지로에서 친구들과 꽤 잘 나가는 와인바 운영하면서, 언젠가 자기 브랜드로 술까지 내겠다는 당찬 포부를 가진 그 형.

술자리만 하면 항상 하는 말이 "초록병 쏘오오주는 진짜 소주가 아니다!!"라는 말이었는데요.
자기가 술잘알이라고 자랑하는 걸로만 생각하다가, 서울의 유일한 전통소주 삼해소주를 추천 받아서 체험코스를 가게 됐습니다.

1번 가는 데에 3만원,
약주(발효주)와 소주(증류주) 총 12가지를 맛보면서 무형문화재 명인 선생님의 강의까지 듣는 가성비 괜찮은 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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겁.나.맛.있.읍.니.다.


발효주 약주도 18~20도, 증류주 소주는 약한 것은 45도부터 50도,
그리고 시그니처인 한정판 증류주는 71.2도에 이르기까지 상당히 높은 도수인데도
목넘김이 부드럽고, 고소하고, 뭣보다 향이 아주 매우 좋더라구요.

그리고 물 대신에 포도즙, 국화차귤즙버섯우린물을 넣은 배리에이션
각각의 향과 맛이 달라서, 다들 매력있고 넘모넘모 맛있었읍니다.


그리고 술 먹으면서 들으는 명인 선생님의 강의.

아무래도 무형문화재 명인 어르신이다보니 전통소주에 굉장한 자부심을 가지고 계신데,
초록병 쏘주가 마치 우리나라 대표 술인 것처럼 불리는 게 아쉽다고 하셨습니다.


기본적으로 초록병 쏘주는 보드카의 사촌이라며...

고구마, 타피오카와 같은 재료로 알콜 도수 90% 이상의 '주정'을 만들고,
거기에 물과 단맛 나는 향신료를 타는 방식으로 만드는 희석주입니다.

대량생산이 가능하고 저렴해서 서민적인 술이기는 하지만 사실 맛은 그냥 그래서...


전통 방식의 소주는 쌀, 누룩, 물을 가지고 3번 발효시켜서 삼양주(三釀酒)이고,

쌀과 누룩도 엄청 많이 들어가고, 총 걸리는 기간이 한 항아리 담그는 데에 36일 x 3 = 총 108일 가량 걸려서
대량생산은 못 하고, 한 달에 400~500병 남짓 생산한대요.

그래서인지 공장 가동 중인 전통주, 안동소주나 문배술 같은 소주에 비해서는 꽤 비쌉니다.


요런 크기 500mL 한 병에 5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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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솔깃한 제안을 듣는데
직접 담그는 삼해소주 아카데미에 등록하면 삼해소주를 가장 싸게, 많이 먹을 수 있다는 것!!


3개월 코스에 50만원이라는 부담되는 금액이지만
그 결과로, 싯가 5만원 짜리 증류주 소주가 25병 넘게 나온다고 하니 경제적으로는 개이득

거기다 2회차부터는 30만원으로 디스카운트까지 돼서...
삼해소주 좋아하는 사람들은 매달 등록하는 사람도 있고 제가 만난 분은 7회차인 분도 계셨고...

본연의 아카데미 목적보다는 '맛있는 술을 싸게 먹기 위해 내가 직접 담그는' 그런 코스였습니다.


그리고 큰맘을 먹고 10월 아카데미에 등록합니다.


* 본격 전통소주 담그기

기본적으로 재료는 쌀, 누룩, 물만 가지고 담급니다.

독특한 향이 있어서 뭔가 향을 첨가하는가 했는데, 더 넣는 것 없이
'그냥 쌀하고 누룩을 많이 넣으면' 맛이 좋아진답니다.

진짜로, 술 담그면서 대충 계산해보니까 소주 한 병에 쌀이 거의 1kg 이상 들어가더라구요.. 쥰내 많이 넣습니다.

누룩도 뭐 특별하게 만든 누룩이 아니라, 농협에서 사오는 밀로 만든 누룩...

그리고 물도 다른 물이 아니라 걍 수돗물 아리수...

오히려 재료에서 별다른 비법이 없는 게 뭔가 허탈했습니다.


전체 프로세스는

밑술 -> 첫술 -> 2차 덧술 -> 3차 덧술 -> 걸러내고 증류

이렇게 진행됩니다.


발효, 보존 기술의 발달 덕분에 각 회차 별로 36일까지는 필요 없고 3주(21일)씩, 총 2개월 정도가 걸립니다.


1. 밑술 담그기

삼해소주에서는 따로 효모균을 첨가하는 대신에, 쌀가루죽+누룩을 섞어서 효모균을 배양하는 '밑술'을 담급니다.


1) 쌀가루 체에 걸러서 곱게 만들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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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쌀가루를 물에 섞어서 죽 끓이기 (트수의 빻은 옆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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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쭉하고 허여멀건 쌀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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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쌀죽에 누룩을 넣고 손으로 조물조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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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밑술 완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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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첫술 담그기

밑술을 담그고 1주일 뒤에, 쌀과 누룩을 쏟아넣는 첫술을 담급니다.


1) 밑술을 체에 걸러내면서 항아리에 넣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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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멥쌀 8KG(!!!)을 물에 불려서, 밥을 짓고, 식혀주기.
펴고 식혀주면서 손으로 밥알이 뭉친 것들을 다 풀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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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식은 밥과 누룩 2KG을 조오오오오온나 섞어주기.
(누룩이나 밥이 뭉친 부분이 없게 골고루 섞어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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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밑술에 쌀과 누룩을 투입하면서 물 15L를 넣어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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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2차 덧술 담그기

첫술을 담그고 3주 동안 발효시킨 후, 2차 덧술을 담갔습니다.


1) 항아리 확인

3주 동안 발효된 술에서 어느덧 기포가 뽀글뽀글 올라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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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천 거름망에 걸러주면서, 쌀 누룩 건더기를 걸러줍니다(술 아까우니까 손으로 잘 짜내야 함)

남은 건더기인 술지게미는 장아찌 담그는 데에 아주 좋다고 합니다. 채소랑 소금 같이 넣으면 이틀 만에 잘 익는다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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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첫술이랑 똑같이, 밥 8KG과 누룩 2KG을 넣는데,
이번에는 멥쌀이 아닌 찹쌀로 밥을 지어서, 식혀서, 누룩과 섞어서, 넣어줍니다.

지금은 여기까지 진행했고, 3주 뒤에 3차 덧술,
그리고 또 3주 뒤에는 대망의 거르기+증류가 있습니다.


아카데미 참여한 다른 분들 진행하는걸 보니까, 증류가 꽤 복잡하더라구요.
물을 타지 않고, 증류되는 알콜 도수를 그때그때 측정해서 혼합 용액을 만들어서 최종 도수 45도를 맞추는 거라서

증류 넣는 양, 불 세기, 끊는 지점을 잘 맞추는 것이 관건이었습니다.


** 중간중간에 삼해소주 선생님의 영상편지

술을 담그면 중간중간에 항아리 안의 재료를 골고루 섞어주는게 중요한데,
돈만 내고 몇 주에 한번씩 쌀 누룩만 조물거리는 수강생들은 매일 저어줄 수 없으니

삼해소주 선생님이 매일 혹은 이틀에 한번씩 직접 손수 저어주는 영상을 카톡으로 보내주십니다.

번거롭고 귀찮을 수 있는데 진짜 매일매일 꼬박꼬박 보내주시는데수웅




아무튼 연말연초에 맛깔난 증류주가 잔뜩 나올 것을 생각하니 벌써부터 두근거리네요.

똘삼도 집에서 술 맛있게 잘 담그세요잉

3차 덧술하고 증류할 때 한번 더 오겠습니다 똘바 트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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