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때 같은반 여자애가 있었습니다.
아직도 이름 생김새 학번 다 생각나네요. 꽤나 강렬한 기억인가 봅니다.
중3때 같은 반이었고 왕따를 당했었던 아이고 수련회나 수학여행때 담임선생님 옆자리에 앉던 아이였어요. 다른애한테 피해도 안주고 말도 진짜 없어서 따돌림 당할 이유가 없던 아이였습니다. 왜 따돌림 당하고 괴롭힘 당했는지 지금도 모르겠습니다. 악소문도 막 돌았고요.
90년대 중반에 태어나셨던 분들이라면 당시 학폭이나 왕따문제에 대해 막 떠오르던 시기였단걸 기억하실것 같네요.
막 떠오를 때여서 심각성도 잘 모르던 시기였을겁니다.
선생이 따돌림받는 아이이름을 말한다거나, 형식뿐인 사과만 시킨다거나, 모른체하거나 귀찮아하거나 그랬던거로 기억합니다. 지금도 그러나요?
얘기가 옆으로 샜는데, 그런 아이였습니다. 그것때문인지 말도 거의안하고 조용히 등교하고 조용히 교실에 있다가 조용히 집에 갔던 아이였습니다.
그 아이를 향한 괴롭힘이야 일상이었고 저는 그때 도와줬다간 같이 따돌림 당할까봐 봐도 모른체 했습니다. 지금생각하면 저도 참 나쁜놈이었네요.
무슨계기인지 기억나진 않습니다만, 문득 걔에 대해서 궁금해졌습니다. 호기심같은게 막 솟더라고요. 걔가 어떤앤지
저도 참 말없던 성격이어서 걔한테 말거는것도 참 오래걸렸을겁니다. 처음엔 저도 괴롭히려는줄 알고 경계하고 그랬는데 몇번 더 다가가니 경계를 풀더라고요. 그때 그애의 목소리를 같은반이 되고 처음 들었습니다.
학교끝나면 걔가 반에서 나가는 시간에 맞춰서 조용히 하교길에 같이 걸어가곤 했습니다. 마침 집방향도 같았고요.
집방향 갈라지면 서로 인사하고 하교 같이하고 하는 정도였는데 어느날 선생님이 따로 절 교무실로 부르시더라고요
그애가 너한테 많이 의지하는거같다고 좀 도와달라고 하셨습니다. 아마 걔가 부모님이나 선생님께 말을 했던것 같아요.
뭔가 알수없지만 뿌듯했습니다. 제가 다른사람에게 도움을 주었다는 거니까요.
5월부터 9월까지 여름방학 기간빼면 4달정도 그렇게 지냈습니다.
그런데 어느날 그 애가 폭발했습니다. 자기 괴롭히던 무리들과 싸웠어요. 그때 걔가 했던말이 기억나네요.
'학교다니기싫다, 차라리 죽거나 전학가버리고싶다' 라고 선생앞에서 큰소리로 말했습니다. 당연히 그애랑 괴롭히던 애들은 교무실로 불려갔는데 10분도 안되서 다시 돌아오더라고요. 선생들이 그냥 돌려보낸것 같았습니다.
괴롭히던 애들은 징계도 안받고 다시 학교를 다니기 시작했고, 그애는 며칠간 학교 안나오다가 전학갔다고 하더라고요.
그때야 아무생각없지만 지금다시 생각해보니 진짜 당시엔 학교폭력이나 왕따문제에 대해 무지했던것 같습니다...
전학간뒤로 저는 그애랑 같이 하교하고 인사했단 이유만으로 따돌림을 당했습니다. 물론 2학기 끝나고 고등학교 올라가고나서는 저를 따돌렸던 애들이랑은 다 흩어졌기에 잘 지낼수 있었습니다.
그 애는 연락이 끊기고 연락 할 방법조차 없네요. 그애는 어디서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저는 군대 전역하고 취준하면서 부모님이 주시는 밥이랑 옷 잘먹고 잘입고 잘살고있는데 걔는 그 트라우마로 사는걸 힘들어하지는 않을까 생각하니 죄책감도 느껴집니다.
그애에 대한 생각을 할때마다 찝찝하고 먹먹해집니다. 그애는 지금 뭘 하고있을까요? 잘 지낼까요? 저에대해 어떻게 기억하고 있을까요? 트라우마 때매 고생하진 않을까요? 그때 저는 왜 좀 더 도와주지 못했을까요.
글을 쓰다보니 너무 길어졌네요.. ㅎㅎ 레꼬단 여러분들 좋은 밤 되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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