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지금도 우리의 첫 만남을 기억한다.
휴학생인 나는 일자리가 필요했고, 너는 그 사무실의 직원이었지.
아무렇지 않은 척 자연스럽게 만난 그 자리에서,
나는 네 웃음이 한동안 떠나지 않아, 계속 생각했었고,
면접이 통과했다는 통화를 지나, 사무실에 출근해 다시 만났던 너의 모습을 아직 기억한다.
짧다면 짧은 길다면 긴 시간 동안 같이 일하며 데면데면한 사이를 지나,
일을 관두고 학교로 돌아가는 내게 너는 어쩐지 먼저 연락처를 내밀었다.
그제서야 나는, 얼마 없던 회식 때에 옆에 있던 네가,
별거 아닌 일을 해도 나를 보며 야무지다며, 말을 한번 더 걸고 칭찬하던 너를 떠올렸다.
내가 너를 언제부터 좋아했느냐고 물으면,
아마 처음 봤을 때 부터라고, 다시 말할 수 있을 것만 같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위해 몇 번을 지우고 고민하고,
쓰지 말자 생각 했는지 모르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시 쓰는 것은 나의 미련인지, 지금 또 다시 오른 취기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여행이라는 단어를 생각하면 나는 어쩔 수 없이 네가 떠오른다.
삶에 대한 미련이 심해, 여행도 떠나지 못했던 나는
회사를 다닐 때는 넘보지도 못한 너를,
그 자리를 관두고 서 시간이 흘러 다시 보게 되고,
우리가 연인이 되었을 때 여수로 처음 여행을 떠나고
비로소 너를 좀 더 마주할 수 있었다.
여행을 떠날 때, 너는 일회용 카메라를 하나 사자고 했었다.
사진을 찍는 걸 싫어하는 너와 나는,
연인임에도 불구하고 사진을 찍어 여기저기 올리며 티 내는 것을
부끄러워 했었다.
그렇게 우리의 주변 사람도 아는 둥 마는 둥 하며 지낸 연애에서,
여수로 떠난 우리의 여행길은 일회용 카메라 한 대가 함께 했었지.
그러나 왜 인지 너와 나는 오래 함께할 수 없었다.
여행을 갔다온 뒤 한달을 넘어 두달을 채우지 못한 채 너는 내게 이별을 고했다.]
아마 우리가 1회용 카메라를 들고 갔기 때문일까,
우습게도 이별을 하는 그때까지 우리는 일회용 카메라의 사진을 현상하지 못한 채 였지.
나를 떠나고자 하는 너를 잡지 못하고, 그대로 보낸 것은
나보다 나이가 많던 너의 상황을 나도 모르게 이해한 것 일까,
혹은 너의 곁에 설만한 남자가 되지 못했다는 나 스스로의 자격지심 때문일까.
이 글을 쓰고 싶다고 생각하면서도, 몇 번을 지우고 포기하고 했던 것은
널 향한 내 감정의 갈무리가 마무리 되지 않아서 인지 모르겠다.
그래서 인지 그 카메라는 아직도 그래도 내 책장에 박혀있다.
더 이상 찍을 수 있는 사진이 없어 카메라의 숫자는 넘어가 질 않는데,
나는 그 사진을 현상해서 다시 마주할 자신이 없다.
자신이 없는 와중에 그 필름의 결과물이 궁금한 것은,
나를 떠나간 네가 궁금해서 일까. 너를 떠나 보내고 내가 얼마나 성장한 지 궁금해서 일까.
이 글을 썼다 지웠다, 몇 번을 한 이유는 내 감정이 아직은 갈무리 되지 않아서가 분명하다.
나는 지금도 너와의 마지막 통화에서 너가 했던 말이 기억에 남는다.
지금 너무 힘들다며 헤어지자는 너의 말에,
나는 선뜻 잡을 용기가 나지 않아 그대로 보내버렸고.
우습게도 시간이 얼마 흐른 후에 나는 취한 채 너한테 연락해버렸다.
다시 만나는 것은 안된다는 너의 말에, 나는 마지막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물어볼 수 밖에 없었다.
너의 인생에서 의미있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은 그것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에.
"그래도 내가 의지가 되는 사람이었지?"
"아니, 의지가 되지 않았어."
신청곡
Mokyo - tog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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