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두고 왔던, 한 줄기가 문득 생각 났어요.
더 이상 자라지도 못할 그 녀석의 향기를 기록해두고는
땅에 묻어다가 자라라고 한 뒤에 여기에 와서 어른이 되었네요.
좀 우스운 추억인데, 열차 소리가 다가올수록
그 추억이 점점 더 옛날 이야기가 되는 것 같아요.
아예 제가 할 수도 없었던 옛날 세대의 이야기 같이, 심지어는
어느 부족 시대의 나신으로 남긴 나신들의 벽화 위의 일 같이.
그런 망상을 하다가 그 기록을 되짚어보면 아, 내가 했구나
그런 선명한 확신을 다시 가지게 되요.
"4월 17일, 가지에서 나는 냄새는 오히려 신호음 같다.
뭔가 꿈결에 뒤척이다가 뒤척임을 멈추는 냄새인 것만 같다.
더 크게 자라났을 때도 난 가지의 방식을 이해할까?"
열차를 타고 이제 돌아가야 하네요.
창밖에서 제 망상들을 종종 할퀴는
그 햇살들을 저의 원점으로
안고가게 되겠네요.
오늘 가서는 제대로 씨앗 하나를 묻어올까 싶습니다.
한편으로는 이번에도 가지의 생태학을 공부하고 싶기도 합니다.
무엇이 되든 오늘은 좀 뒤척이면서 침대 위에 눕고 싶습니다.
그 묻어버린 자리 위를 스쳐다니는 벌레소리의 환상을 헤엄치면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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