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리시안_ 0

햇살이 따사롭던 어느 날, 저는 두근거리는 가슴에 설렘을 담고 산책을 하러 나갔습니다.

한가로이 공원 벤치에 앉아 새들의 지저귐과 꽃들의 노래를 들으며 차분히 책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책을 읽던 도중, 한송이 꽃에 저의 눈에 들어왔습니다.

다른 꽃들처럼 노래를 부르지도, 새들과 수다를 떨지도 않고 그저 가만히 태양을 바라보던 꽃 한송이.

저는 그 한송이 꽃이 너무나도 신비로워 시간 가는 줄 모르고 가만히 바라보았습니다.

그렇게

해가 질 때까지

다음 날 아침에도

그 다음날 

그그 다음날도

태양을 바라보는 꽃처럼 그 자리에 앉아 계속 그 꽃을 지켜보았습니다.

어느덧 계절이 바뀌어갈 무렵이 되고, 그제서야 저는 깨달았습니다.

제가 그 꽃을 좋아하고 있다는 걸요.

그래서 저는 그 꽃에게 제 마음을 전하기로 했습니다.

저는, 제가 품을 수 있는 만큼의 태양을 한아름 끌어모아 그 꽃에게 다가가 말했습니다.

더 이상 저 태양 대신 나의 태양을 봐달라고요.

하지만 제 태양은 너무나도 볼품없었습니다.

찬란한 광채도, 따스한 온기도 없는 그저그런 태양이었습니다.

그렇기에 그 꽃이 저를 떠나보낸 걸까요?

이후로 저는 달이 되었습니다.

누구도 올려다보지 않는 밤하늘의 달이 되어

모두가 잠들고 그 꽃송이 또한 잠든 시간

저는 이렇게 아무도 모르게 그 꽃송이를 훔쳐보고 있습니다.

달을 바라보는 꽃은 없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