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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의 시 응시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2019-10-18 23:22:16 196 0 0

모든 회색 가구들을 치우고 청소를 했을 때 전 보라색 먼지를 치웠습니다.

보라색 먼지들을 치울 때 한 친구가 "거기에 묻어 있는 행성은 뭐니?"라고 물었고 전 모르겠어서 행성들을 털어다가 우주로 돌려보냈습니다.

보라색 먼지들을 담은 쓰레기통에서 왜인지 파란빛이 은은하게 감돌고 있습니다. 여기에 넣었던 제 슬픔의 잔여물인 푸른 눈물 때문일까요.

친구의 말에 안구건조증 때문에 넣던 그 안약도 없이 쓰레기통 안을 오랫동안 응시했습니다. 먼지만 자욱하고 다른 음식물쓰레기 같은 구역질 나는 건 없으니까, 그리고 먼지들이긴 해도 색은 알록달록하니까

마치 모닥불 보는 것처럼 보는 것만큼은 정말 편안했어요. 하룻동안 지켜보아도 생겨나는 행성은 단 하나도 없었지만, 먼지들이 나풀거리는 모습 속에서 제 마음이 식어내리는 상태가 뜨거워질 때 아파지는 것은 물론 제 심장이 아니라 영혼이 아니라 얼굴이었습니다.

친구가 그런 저를 감싸안을 때 전 갑자기 얼굴에서 감정과 말이라는 걸 전부 잃어버리고 다만 친구의 어깨에 기대어 오랫동안 아무 말 없이 초록색의 옷만을 바라보았어요. 그때 아마 먼지 속에서 또다른 행성이 피어난 것일 거에요. 친구가 오늘의 작별인사를 건넨 후 쓰레기통을 닫으려고 할 때 행성이 먼지 속에서 피어나 있었으니까.

그 행성들은 내일 치워야지 생각하면서 오늘 넣지 않았던 안약을 잠시 끌어안아 보았어요. 어쩌면 안약에서도 행성이 피어오를 수 있는 거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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