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념'이라는 제목으로 커다란 그림을 그린 아이에게 여백의 의미를 물었다.
그러자 아이는 여백의 의미 속으로 잠시 사라졌다가 나타났다.
내가 말을 거두기엔 여백의 의미는 이미 성난 소떼처럼 나와 소년을 덮치고 있었다.
난 허우적거리면서 소떼들이 달려나가는 방향의 끝의, 그 끝의, 그 끝의 끝에서, 빛이 사라지는 것을 보았고
끝 하나하나에서 소년의 모습이 반복되는 것을 보았다.
광기가 스쳐지나가는 평원에서 꽃 하나를 꺾어 소년 하나에게 주었다.
그러자 소년들은 모두 자신의 꽃을 가지고 여백을 소떼를 뚫고 나와 나에게 왔다.
그리고 그 꽃을 든 옆으로는 묵념의 주인공이 서 있었다.
그의 인사 한마디, 한마디에 여백들은 시작으로 울음을 내빼며 녹아내렸고,
마지막으로 주인공이 인사를 끝냈을 땐 꽃들과 소년들 대신에 소녀와 브로치가 하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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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카무라 코타로-광분하는 소]에서 영감을 받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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