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넷 공간에 나를 드러내고 기록되는게 무서워서 네이버 지식인에 질문 올려본적도, 게시판에 댓글 달아본적도, 심지어 인터넷 쇼핑몰에서 받은 불량품에 대한 항의글이나 그 흔한 상품평도 한번 달아 본 없던 쫄보가 인터넷 방송을 시작한지 벌써 8개월이 되었습니다.
인터넷은 무법자들이 활개를 치면서 비난과 조롱을 일삼는 곳이라고 생각했는데 막상 들어와보니 고마운 사람들 투성이였어요. 나도 몰랐던 나의 장점들을 자꾸만 발견해주고, 내가 싫어하는 나의 모습들까지 사랑스러운 모습으로 다시 찾아봐주는 사람들 (빡치게 하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기억 안남)투성이라서 내가 유난히 운이 좋은건지, 아니면 그동안 선입견ㅋㅋ에 사로잡힌 꼰대였는지 자꾸만 돌아보게 되더라구요.
과정도 즐겁고 결과도 만족스러운 경험을 해본적이 있나요? 저는 아무리 떠올려봐도, 그런게 있을 수 있단 생각 조차 해본 적 없던 것 같아요. 언제나 아무리 힘들어도 버텨야지, 이겨내야지, 했던것 같아요. 그렇게 앞으로 달려나가고 목적지에 도착해도 마음이 늘 공허했어요. 그런데 정모전 덕분에, 님들 덕분에 그런 경험을 갖게 됐어요. 그래서 더 고마워요.
작품을 하나하나 만들어 나갈때에는 별 생각 없었어요. 내가 할 일은 그림 그리는것 밖에 없으니 그것을 해야겠다 라는 것 밖에는.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그림이 쌓이면서 고마운 사람들과 나눈 고마운 시간들을 하루하루 기록한다는 개인적인 의미 부여가 커져갔습니다. 그래서 그것들을 잘 모아 전시 하고 싶었고 전시를 통해 님들을 현실에서 만나보고 싶었어요.
4월인가 5월에 했던 기획전때 식물 그리기 싫다고 엄청 징징대고 투덜투덜 댔잖아요. 만약 그때 그 전시에 참여하지 않았고, 그래서 시청자들이 전시를 찾아와주는 반가운 경험을 못했다면 정모전 생각은 못 떠올렸을것 같아요. 그때 투정부리지 말고 닥치고 하라고 응원해줘서 고마워요.
인터넷 문화에 익숙하지 않고 무지해서(*늙어서 그런거 아니고 그냥 원래 동굴에 사는 원시인 같은 사람임) 해야할 것들과 하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잘 몰라요. 그래서 제가 선을 넘기도 하고, 님 들을 자꾸 선 안으로 끌어당기는 것 같기도 해요. 그러나 물리적 물질적 공간의 안과 밖에서, 혹은 그 둘과 상관없이도 시간을 공유하고, 감정을 나누는 것은 분명히 정말로 소중한 것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 제가 제일 중요하게 생각했던 부분은 가상의 인물을 현실로 끌어들여 서로의 사람이 되어가는 것 이였습니다.
예시> 창호야 미안해 본명을 아는 너가 제일 적절한 예시가 될 것 같아서... 6
1. 꽈당쿵 (방송 속 창호의 캐릭터) -> 2. 도감 속 꽈당쿵 (실제로 본 적 없는 꽈당쿵의 어투, 스토리, 시청 기간동안 함께 나눈 추억들을 토대로 상상해서 만들어낸 캐릭터) -> 3. 창호
시청자와 스트리머의 관계는 1단계에 머물잖아요. 그런데 정모전을 통해서 2단계, 3단계 까지 가보고 싶었어요. 그래서 작업실을 갤러리로 옮겨 재현해서 늘 화면 너머로만 보던 그림들과 소품들을 직접 만져보고 맡아보길 바랬어요. 그리고 전시장에 오지 못하는 친구들을 위해서 늘 닫혀있던 작업실 문을 열고, 너저분한 책장이 아닌 갤러리가 보여져서 마치 우리 모두 그대로 전시장으로 순간이동 한것 처럼 느끼길 바랬어요.
제가 바란건 딱 여기까지 였습니다. 지금의 저는 딱 제가 풀어낼수 있는 이야기들을 할 줄 아는 만큼 담아 냈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더 좋은 생각들을 더 멋진 방법으로 풀어내기 위해 앞으로도 꾸준히 좋은 사람이 되기 위해 노력하고, 성실하게 연구하며 고군분투 하겠습니다. 아, 이제는 고군분투 아니네 님들이 있으니까!!!!ㅋㅋㅋ(노래, 뮤직비디오, 게임 빨리 만들으라고 보채는거 아님)
제가 인간적으로 성장하는 만큼 작품도 함께 성장한다고 믿기때문에 더 많이 아프고 더 많이 행복하고 더 많이 슬프고 더 많이 웃겠습니다. 그리고 그러는 동안 언제나 함께 울고 웃고 성장해 나갈 님들(부담주는거 아님, 나가고 싶으면 나가~)이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멋진 작가, 좋은 친구가 될께요.
전시 기간 2주 동안 찾아와 준 친구들, 그리고 방송으로 함께 자리 지켜준 친구들 다 너무너무 고생 많았구 고마워요.
정모전 진짜 진짜 즐거웠다!!!!
ps> 정모전 못 온 친구들을 위한 vr 링크 드립니다. 작품은 잘 안보이지만 이런 공간이였구나 알 수 있을거예요.
방문했던 친구들에게는 추억할 수 있는 재미! 방문 못한 친구들은 이런데였구나 알아가는 재미!
http://www.chronotope.co.kr/exhibition/detail.jsp?e_seq=43&g_seq=3&year=2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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