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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스포일러 없음) 형편없는 리뷰 : 조커 - 주류 사이에 묻혀진 비주류의 이야기

레드브릭
2019-10-07 15:01:50 535 2 1

들어가기에 앞서

* 본 리뷰는 영화의 배경 설명을 위해 극초반부 배경 설명을 내포합니다. 그조차 원하지 않으신다면 열람에 주의해 주세요.

* 언제나 리뷰는 글쓴이의 주관적인 내용입니다. 누가 옳다 그르다 하는 생각은 접어두시고 참고용으로만 읽어주세요.



영화 '조커'(2019)는 여느 DC 코믹스를 원작으로 한 영화들과 같은 배경입니다. 배트맨의 팬 분들이라면 익숙하실 고담 시티가 그 배경이지요. 시간적으로는 1980년대를 배경으로 한 이 이야기는 구식 텔레비전과 질 낮은 전철들이 화면을 감쌉니다. 이런 세상 속에서 하루하루 길거리 홍보 등으로 먹고 사는 주인공 아서 플렉(호아킨 피닉스 분)이 있지요. 애석하게도, 그는 질환을 앓고 있습니다. 바로 감정을 관리하는 뇌 부분이 문제가 있어 웃음을 조절하지 못하는  '병리적 웃음 유발(pathological laughter)' 이 바로 그것이지요. 소위 말하는 빈곤층으로써 살아가는 그는 수많은 멸시와 조롱 속에서 같이 사는 어머니 페니 플랙(프랜시스 콘로이 분)을 떠올리며 버텨 나갑니다. 그의 꿈인 코미디언이 되고 유명 토크쇼인 '머레이 프랭클린과 함께하는 라이브!'(Live! with Murray Franklin)에 나가 호스트인 머레이 프랭클린(로버트 드 니로 분)과 함께하는 것 또한 아서의 또다른 지지대입니다.

우리가 아서의 이야기의 첫 장을 펼치자마자 들려오는 이야기는 쓰레기가 넘치는 고담입니다. 쓰레기에 쥐 때까지 넘치고, 토크쇼 호스트인 머레이는 슈퍼 쥐가 나타났으면 슈퍼 고양이를 준비시켜야 겠다며 농담을 하며, 성공한 기업가인 토머스 웨인(브렛 컬런 분)이 시장에 출마하여 이 문제를 해결해 나가겠다는 이야기들이 텔레비전을 통해 흘러나옵니다. 아서의 이야기는 전체적으로 혼란한 도시와, 아무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자신의 병을 숨기며 살아가는 그 자신에 관한 내용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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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담 시티. 겉으로는 그저 평범한 일상적 도시이지만 과연 그 내면 또한 일반적일까?)


이 영화는 개봉한 이후 굉장한 센세이션을 불러 일으킵니다. 특히 가장 인터넷에서 많이 보이는 평가는 '호불호가 크게 갈린다' 이지요. 일반적인 현상입니다. 흥행을 대박 친 '어벤져스 : 엔드게임'(2019) 또한 좋아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싫어하는 사람도 있었으니까요. 사람마다 살아온 과정이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의견이 다르기 때문이지요. 그것 때문에 싸우는 사람들도 있지만 현명한 사람들은 그럴 때 서로의 의견을 교환하며 다른 견해에 대한 지식을 늘립니다. 조커의 광기, 그리고 그 광기가 형성되는 과정을 묘사한 이 영화는 아서 플랙의 일대기와 조커의 탄생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이 영화에 호평하는 이들은 한 사람이 무너지는 과정과 그 광기가 훌륭하게 묘사되었다고 하고 비판하는 사람들은 난해하며 비현실적이라는 등의 이유를 내세웁니다. 

개인적으로는 이 영화는 잘 만들어진 영화입니다. 이는 필자에게 액션도, 스릴러도, 공포도 아닌 다큐멘터리 영화입니다. 우리는 한 인물과 그를 둘러싼 주변의 묘사 또한 주의깊게 봐야 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사람들은 보고 싶은 것만 보는 오류를 언제나 범합니다. 조커의 스트레스와 압박만을 바라보기도 하고, 자신의 고정적인 생각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수박 겉핥기 식으로 훑어보고 결론내리기도 하죠. 마치 잘 차려진 밥상에서 맛있다고 한 가지 반찬만 먹고 골고루 먹었다고 떼를 쓰는 아이같은 것이죠. 그런 식생활을 계속하는 아이는 건강해 질까요? 아니면 영양 불균형이 일어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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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영화로써 감상하지 못할 때 이미 그것은 영화로써의 기능을 잃어버린 것이다. 이는 인생의 많은 부분도 마찬가지다.)


수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이 조커와 같다고 이야기합니다. 물론 어떠한 질병이나 증상으로 인해 고통받는 분들은 감정 이입이 더욱 잘 되실 것입니다. 그러나 그렇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인생은 조커라고 이야기합니다. 당연히 저는 힘들어하시는 분들을 비난하려는 것이 아닙니다. 제가 이야기하는 부류의 사람들은 자신들의 인생이 조커인, 정확히 말하자면 자신들의 문제를 '조커화' 시키는 것에 있습니다. 시도하지도 않고 이루어지지 않은 꿈을 조커같은 사회의 탓으로 돌리며, 자신에게도 분명이 있을 단점들은 고려하지도 않은 채 상대를 욕하며 조커같은 주변인들 때문에 스트레스 받는 자신은 조커와 같은 피해자라고 여기는 등의 일들이 일어나고 있습니다. 

반대의 경우도 발생합니다. 의지를 가지고 노력하면 충분히 극복할 수 있는데 그러지 않은 나약한 아서를 이해하지 못하는 사람들, 혼란을 일으키며 혼돈을 부추기는 아서를 그저 한명의 정신병자일 뿐 아무 내용도 내포하지 않은 영화라며 비판하는 사람들 등이 그 예입니다. 아서의 고통과 힘든 인생을 이해하지 못하고, 이해하려 하지 않는 자세는 마치 영화에 등장하는 상류층/고위층 사람들처럼 자신의 의견만이 절대적으로 옳으며 자신과 다른 것들은 모두 불균형적이라는 생각이 은연중에 내포해 있어 일어나는 일일지도 모릅니다. 물론 아서와 같은 경험이 없어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수도 있고 단순히 난해하고 혼란스러운 이야기 속에서 흐름을 잡지 못해서 일수도 있습니다. 언제나, 이유는 다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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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들은 '이야기'를 한다. 자신의 눈을 가리고, 귀를 막고, 상대의 입을 막은 채.)


이 영화는 아서 플렉이라는 사람의 붕괴와 조커라는 인물의 탄생을 그리고 있습니다. 우리가 그저 광기와 폭력이라는 색안경을 끼고 보아왔던 조커라는 인물 역시 누구나처럼 살아가며 지내는 인물이었다는 것을 알려주지요. 그러나 이러한 본질은 이미 사람들 사이에서 잊혀진 지 오래입니다. '숨겨진 진실' '감추어진 내용' '몰랐던 상징들' 을 인기와 더불어 우후죽순처럼 이야기하는 사람들, 자신이 곧 조커였다며 자신을 정당화하는 수단으로 영화를 다루는 사람들, 그저 미치광이의 일대기이며 어느 부분도 성공적인 영화답지 않다며 이해하지 않으려는 사람들 속에 말이죠. 어쩌면 '영화 속' 조커는 '현실'에서 자신도 의도치 않게 혼돈과 분열을 일으키는데 성공한 것일지도 모릅니다. '영화 속' 자신이 한 일처럼 말이죠.

가만히 생각해 보면 고담 시의 넘치는 쓰레기는 바라보는 사람들에 따라 다르게 느껴질 것입니다. 빈곤층과 서민들에게는 자신들을 이해하려 하지 않고 도움조차 주지 않는 상류층의 유실물일 것이고, 상류층들에게는 노력조차 하지 않고 그들에게 이해조차 되지 않는 하층민들의 불순물인 것이죠. 결국 서민들에게는 쓰레기가 상징하는 것이 상류층이고, 부유층에게는 쓰레기가 상징하는 것이 하층민들이 되버립니다. 하지만 우리 모두 쓰레기라는 것은 빈부차이와 계급차이와 상관없이 '평등하게' 배출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있습니다. 이미 고담 시의 시민들에게는 쓰레기를 치워야 한다는 본질은 잊혀진 지 오래입니다. 영화의 주제를 망각하고 영화를 영화로 보지 못한 채 호불호 겨루기에 힘쓰는 우리의 모습 또한 별반 다르지 않은 건 아닐까요.

아이러니하게도, 영화에서 조커를 힘들게 하는 것은 어느 특정한 계층이 아닌, 전체적인 사회 그 자체입니다. 모두들 그저 그를 미치광이, 광대, 약자로 여기고 대하며 어느 누구도 그를 이해하거나 생각해주려 하지 않습니다. 어느 쪽이나 결국, 피장파장이라는 것이지요. 영화를 영화로써 감상하고 서로 의견을 교환하는 건강한 교류가 아닌, 단지 유행의 흐름에 따라, 군중 심리에 따라, 단면적인 시각으로 영화를 논쟁하는 현실과 크게 차이가 없습니다. 줏어들은 검색과 감정적 동요보다 냉철하게 판단을 할 때 비로소 더 좋은 방법을 찾는 것입니다. 어느 한 계층의 성공이 해결책이 아닙니다. 단순히 자신의 고통을 이해해주고, 자신이 말하고자 하는 것을 들어줄 사람이 있다는 것이 곧 치유법이였던 것입니다. 아서 플렉에게도, 조커에게도 말이죠. 결과적으로 어느 큰 흐름을 따라하는 것은 그에게 있어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것입니다. 오히려 자신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일이기에, 누군가들이 모여 큰 목소리를 내는 것이 어떤 쪽이던지 간에 자신이 이해받고 그의 진정한 이야기를 들으려는 사람은 여전히 없었던 것이기에 안타까움은 커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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