희곡 평론/후기 이강백-황색여관, 매일 있을 더러운 유희

Global Moderator 유리는매일내일
2019-09-26 23:16:57 152 1 0

"오늘도 우린 행복한 하루였습니다." "그 사람은 아주 좋은 사람이야."

"오늘도 우린 하루를 살았습니다." "그 사람은... 왜 있잖아, 그런."

이 두 유형 문장의 차이는 분명 인지할 수 있습니다. 두 번째 유형의 문장의 하루에는 "긍정"이 없습니다. 하지만 저것도 분명 우리의 하루이고 우리가 만나는 사람입니다.

그만큼 우리는 무시하고 싶은 부분이 많은 것입니다. 아주 직접적으로 "오늘 하루는 너무 불행했습니다"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은 몇이나 될까요? "저 놈이 XX이지"라고 모르는 사람에게도 거리낌없이 말할 수 있는 건 몇이나 될까요?

<황색여관>의 군상극은 이런 더러운 우리들의 불편한 속성들을 극적으로 잘 소화해내고 있습니다. 그것을 위해선 그 비루한 사람들을 한 장소로 모아야 하겠죠.

사람들은 앞이 안 보일 정도로 자욱한 황사가 낀 바깥을 피해 여관을 들릅니다. 여관의 이름은 <황색여관>. 그런데 보통 여관이 아닙니다.

배선공:네, 우린 함께 잘 겁니다.

주인:둘이서 함께 잔다고? 당신들 동성애자요?

배관공:기가 막혀......! 기가 막혀......!

손님들 호객에만 열 올려도 돈 벌까 못 벌까 걱정할 주인이라는 사람이 손님에게 다짜고짜 모욕을 주고 있습니다. 하지만 바깥은 주인 스스로가 "좆같은 황사"라고 하며 호객도 할 정도이니 달리 피할 곳이 없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 여관을 벗어나지 못 하죠. 이런 괴팍한 주인 하는 걸 보고 나가버린 사람도 있지만 딱히 좋은 선택은 아닙니다.

주인:택시는 없고, 장의차는 있지. 그거라도 불러드릴까?

노모와 자매, 황급히 나간다.

주인:저 여자들, 오늘 밤 벌판을 헤매다니다가 죽겠군!

자욱한 황사, 허허벌판. 지도에 나온 것과도 다릅니다. 지도에서는 도시 한가운데에 있는 여관이라고 나오는데 현실은 이딴 곳입니다.

이런 여관은 보통 범상한 곳이 아니죠. 사실은 한 가지 내기가 걸려있습니다. 이 여관의 주방장과, 주방장과 결혼하게 될 사이인 주인의 처제가 게임을 플레이하는 주체인데, 내용은 "이 여관의 하루 숙박객을 한 명이라도 살려라."

그러니까 이 여관, 오는 손님들이 족족 다들 죽어버리는 곳이라는 말입니다. 그리고 그들이 다 죽어버리면, 주인과 아내는 그들의 품의 비싼 물건들을 챙겨 돈을 벌죠. 게다가 짠돌이라 이렇게 매일 죽어나가는 손님들 시체 치우는 무덤 파는 남자들(이하 무남들), 주방장 등에 주는 돈은 참 적습니다. 주방장이 이 여관에서 독립을 꿈꾸는 게 별일은 아니죠. 하지만 주인은 아무리 봐도 주방장 요리 솜씨론 주방장의 미래에 가망이 안 보입니다. 게다가 꿈이 다른 식당 종업원도 아니고 아주 식당 주인이 되겠답니다.

그토록 못미더운 주방장이 심지어 자기 처제를 데리고 나가겠다니 더더욱 어처구니가 없지만, 이런 허허벌판의 여관에 구인광고 내면 누가 오겠습니까? 달리 부려먹을 주방장을 못 찾을 게 뻔하니 주인은 저 게임을 내기로 제안한 겁니다. 저 게임에서 이기면, 아주 여관을 통째로 주겠다고.

그렇게 은퇴자, 사업가, 변호사, 외판원, 배관공, 배선공, 대학생 7명이 드디어 투숙을 한 상황에서 한 명이라도 살리는 게임이 진행됩니다. 들어온 손님들은, 각자 직업명에서만 봐도 지갑사정이 훤합니다. 은퇴자, 사업가, 변호사는 좀 먹고 살 만한 분들이시고, 배관공, 배선공, 대학생은 돈이 없습니다. 외판원은 벌기는 벌지만 성수기랑 비수기가 확실하죠. 그리고 이들을 위해 온갖 게 비싼 것과 싼 것이 있죠. 방에서 목욕도 할 수 있고 용변도 볼 수 있는 화장실도 있는 위층 비싼 방, 뜨거운 물도 안 나오는 공중 목욕탕과 공중 화장실을 써야 하는 아래층 싼 방, 여러 맛있다는 메뉴들이 있는 비싼 음식, 대충 음식들 비벼놓은 비빔밥 하나인 싼 음식. 단 한 가지 예외는 술입니다. 술은 21년짜리 비싼 술만 있습니다. 그리고 들어갈 때부터 귀중품을 "안전하게" 챙겨주겠다며 중요 서류 같은 것도 맡아두겠다고 주인과 아내는 반 떼를 써가며까지 자청합니다.

은퇴자, 사업가, 변호사는 비싼 방에 묵고 비싼 밥을 먹으며 외판원, 배선공, 배관공, 대학생은 싼 방에 묵고 싼 밥을 먹습니다. 비싼 짓 하는 사람들은 술도 먹습니다. 그리고 식사는 모두 한 테이블에서 합니다.

그런데, 이런 상상을 해봅시다.

1 우리는 삼각김밥을 앞에 두고 생수 페트병 500ml를 국물마냥 먹는데 어디 레스토랑 누구는 봉골레 파스타에 좋은 와인까지 곁들이고 있다는 말을 들었습니다. 

2.한편으로 우리는 삼각김밥을 앞에 두고 생수 페트병 500ml를 국물마냥 먹는데 바로 앞에서는 봉골레 파스타에 좋은 와인까지 곁들이고 있습니다. 

1과 2의 차이는 단순히 "거리감" 뿐일까요?

어떤 문제를 "직접" 본다는 건 단순히 그런 게 있다는 것과 확실히 다릅니다. "난 이런데... 저 사람은..."

처제:걱정이 되서 그래요. 매일 저녁 식사 때마다 봤지만요, 오늘도 봤어요. 비빔밥 먹던 손님들 표정을요. 모두 굳은 표정이었죠. 사람이란 그렇거든요. 먹는 것을 차별당할 때, 기분 나쁘고, 속상하고, 화가 나죠. 그런데다 술까지...... 술은 마시는 사람 감정만 아니라 못 마시는 사람 감정도 부채질해요.

하지만 게임을 자청한 주방장이 이 지적에 태연합니다. 딱 한 명만 살리면 되니까, 딱 한 명만 살리면 된다고 쉬운 내기를 걸었는데.

주방장:너무 걱정할 것 없어. 손님들 반절이 죽어도 괜찮아.

처제:(침묵)

주방장:거의 다 죽어도 괜찮고.....

이걸 은유적으로 더 강조하는 장면이 있는데, 학생이 인간의 존재란 무엇인가를 서술한 책을 손님들한테 줄까 하는 장면입니다. 하지만 술 마신 사람은 술 마신 대로 안 마신 사람은 안 마신 대로 여관에서 할 일은 더 없으니 다들 자러 가고 학생은 이 때문에 "소용이 없다"라고 하죠.

이렇게 다들 자러가는 중에, 갑자기 무남들이 돈 못 받아서 손님들한테 공연을 해서 돈 좀 긁어보겠다고 한밤 중에 옵니다. 주인은 이 귀찮은 녀석들을 질책하면서도 손님들 깨워서라도 무남들에게 그래 돈 벌어볼 거면 벌어보라고 손님들에게 이걸 구경하게 합니다, 시덥잖은 공연을. 손 오므리기, 되도 않는 마술, 닭 소리. 그걸 달걀 꺼내기 마술이라고 하는데 주방장은 속임수임을 알아채지만 주인은 시치미를 땝니다.

학생만큼은 열렬히 구경하지만 이것 때문에 처제에 의해 은연 중에 묘사되었던 손님들의 불만은 표정으로 구체화됩니다. 잠 자러 가는데 시덥잖은 공연 보여주려고 깨우고 돈도 걷으려고 했다니. 주인은 서서히 손님들을 들볶고 있는 거죠.

그럼에도 여전히 주방장은 태연합니다. 한 명만 살리면 된다고 한 명. 처제는 또다시 주인의 계략임을 알아채지만 주방장이 무심하니 별 의미가 없습니다.

다시 깨어나며 부정적인 감정을 가진 손님들은 이걸 잊기 위한 방법을 생각해내죠. 비싼 돈 버는 양반들은 술, 하지만 그게 안 되는 양반들은 다시 구경꾼 처지입니다.

이래선 감정들이 폭발할 겁니다. 처제는 말려보지만, "법률적"으로는 안 될 게 없습니다. 변호사님 말씀.

변호사:난 변호사입니다. 법률적으로 열여덟 살 이상이면 시간의 제한 없이 술을 마셔도 됩니다.

아내:(처제에게) 법률적으로는 된다잖아!

어느 정도 그림이 그려지십니까? 매번 손님들이 죽는 이유가. 곧 터질 테니 조금만 이야기를 미룹니다만.

손님들 사이에서도 이야기가 점점 솟아오릅니다.

처제:(상략)그러고는 술 안 마신 사람에게 시비를 걸죠.

사업가:듣자하니 이상하네. 우리가 그런 몰상식한 짓을 할 것 같소?

외판원:충분히 그럴 염려가 있습니다.

사업가:뭐요......?

외판원:솔직하게 말씀드리죠. 술 마시는 분들이야 기분 좋겠지만, 못 마시는 분들은 기분 나쁘거든요.

(중략)

배선공:(사업가) 돈 많은 분 같은데 우리에게도 술 한 잔 사시죠.

사업가:(상략) 하지만 내가 아무리 돈을 잘 벌어도 당신들한테는 술을 사고 싶지 않아. 왜냐...... 왜냐하면...... (소리 내어 웃으며) 하하하, 21년짜리 위스키는 당신들이 먹기엔 아깝기 때문이요!

배선공:우리를 비웃고 있군!

배관공:기가 막혀......!

주인이 분위기 바꾸자고 계란 들고 와랬는데 주방장은 돌멩이를 들고 오며 분위기는 빙하기가 됩니다.

아내는 손님들을 '위로하기 위해' "몸 파는 여자들"까지 데려온답니다. 처제는 더 격렬히 말리지만 아내는 몸 파는 여자들에 대한 동정까지 보이며, 손님들에게 선택지를 건넵니다. 다들 식탁에 남아 그녀들을 기다리며 주방장을 보죠. 주방장은 삶은 계란을 혼자서 준비해서 먹으며 1막이 꺼집니다.


2막이 켜지면 몸 파는 여자들을 기다리며 초조해진 손님들의 모습이 보입니다. 이때 특이한 점이 생깁니다. 사업가, 은퇴자, 변호사의 손목시계들의 시간이 제각각인 거죠. 돈 없는 사람들의 시간은 피상적으로 체감으로만 흐르고.

몸 파는 여자라는 욕구를 해소하지 못 한 숙박객들이 방으로 돌아가려던 찰나, 드디어 그녀들이 멋지게 들어섭니다. 어린 여자, 젊은 여자, 늙은 여자의 3명. 어린 여자는 형제자매가 많고 어머니가 아프고, 젊은 여자는 부모가 죽고 형제자매가 많고, 늙은 여자는 대가족. 아내가 동정심을 표한대로 다들 딱합니다.

돈 있는 사람들은 이들을 "도울" 방법을 강구하겠다며 지루한 토론을 하고, 그 사이 배관공, 배선공은 감탄을 하고, 학생은 어수룩하기도 하고, 7명 중 가장 나중에 이들을 보지만 별로 흥미를 못 느낍니다. 외판원은 이런 학생의 비상금이라도 가져가려고 합니다. 아마 여자들을 위한 거겠죠.

토론의 결과, 늙은 여자만큼은 양보하고 나머지 둘은 도와주겠다는 결론이 났습니다.

변호사:우린 의논을 끝냈습니다. 세상이 각박할수록 더욱 힘껏 불쌍한 사람들을 돕자는데 의견을 일치했지요. 그래서 우리는 여자 둘을 돕기로 했습니다. 처음엔 여자 셋 모두를 우리가 맡아 돕는 것이 어떠냐, 그런 의견이 있었지만, 우리가 모두 독차지할 경우 다른 손님들 기분을 불쾌하게 만들 우려가 있기에, 저 늙은 여자는 양보하기로 했습니다.

학생을 제외한 돈 없는 사람들은 어처구니 없어하고, 처제는 이미 벌어진 이 상황을 수습하기 위해 사람들을 진정시켜보지만 쓸모가 없습니다. 그래도 자정까진 잘 지났습니다. 앞으로 새벽 6시까지 버티면 여관을 차지할 수 있겠군요.

이때 사업가의 중요한 서류가 든 가방이 사라집니다. 사업가는 체크인할 때도 안 맡겼으니 아래방 사람이 훔쳐간 게 분명하다고 분노하며 추적하기 시작합니다. 하지만 아내가 가져간 거였죠. 주인과 아내는 "보관할 뿐"이라 하면서.

사업가는 어느새 돌아온 가방에 좀 어안이 벙벙하지만 사건 종료로 생각하지만 현실은 이미 흥분들이 구체화 되어, 배선공과 배관공이 사업가를 폭행합니다. 이렇게 사업가가 죽은 걸 변호사 발견하며 2막 끝.


3막이 오르면, 이제 지루한 살육입니다.

변호사와 은퇴자가 공포에 떱니다. 처제는 젊은 날을 떠올리며 흥분을 가라앉혀 보자고 하지만, 변호사와 은퇴자가 떠올린 젊은 나날은 "꼰대 정신"을 구체화시킵니다.

변호사:이 세상을 만든 건 우리입니다. 우리 인생을 바쳐 만든 거에요. 그런데 젊은 놈들은 세상을 위해 무엇을 했죠? 아무 것도 안 했어요!

은퇴자:그렇소. 아무것도 안한 놈들이 깨끗한 척, 순수한 척, 우리를 추악하다 비난하는 거요.

오히려 더 무서워진 그들은 지켜줄 주방장을 데려 달라고 하고 주방장은 그들에게 칼을 줍니다. 더 확실한, 그리고 더 날카로운.

이 사실이 알려지자 학생을 제외한 돈 없는 이들은 자기들도 칼을 달라고 합니다. 주방장은 "당신들이 숫자가 많으니까"라고 하지만, 흉기 있는 사람 2명이 흉기 없는 사람 4명에게 질까요? 균형을 맞추겠다고 해보는 일이 항상 좋은 일은 아니죠.

그러자 처제는 사업가를 죽인 일을 상기시키며 더 이상 하지 말라고 하는데, 오히려 그들은 자기가 안 죽였다고 뒤집어씌우기 바쁩니다. 이 때

배관공:기가 막혀...... (억울해서 가슴을 친다.) 기..... 가...... 막...... 혀......

배관공, 식탁 위에 있는 주전자의 물을 잔에 따라 마신다.

(중략)

배관공, 고통스럽게 목을 쥐어 잡더니 울컥 피를 토한다.

식탁을 가보니 주전자에 누가 독을 탔습니다. 이제 위층, 아래층 골고루 하나씩 죽었습니다.

학생은 무서워서 밖을 안 나오고, 처제는 협약이라도 맺어라고 합니다. 평화 협약. 평생 그래라 하긴 어려워 보이니, 그래, 내기 시간인 아침까지만이라도 유지해라고.

협약을 위해 위층 사람들을 불러오는데 독살 사건의 진위를 밝히고 보자고 하니, 은퇴자가 독을 탔다고 합니다. 아래층 사람들은 그런 변호사에게 독 탄 물을 먹여 죽게 하고, 이제 외판원은 근원인 은퇴자까지 죽여 퍼팩트 게임을 시도하지만 은퇴자에겐 식칼이 있죠. 외판원은 죽고 이제 남은 사람은 3명. 한 명만 살리면 된다고 했는데 절반이 넘게 죽어버렸습니다.

그리고 학생이 자살합니다. 무서워서 화장실에서 물 내리는 줄에 목 매달아서.

남은 건 1:1 승부군요. 배선공은 액션을 감행합니다. 유리창 깨부수고 은퇴자를 죽여버립니다. 이제 아래층의 완승입니다.

완승입니까? 은퇴자는 식칼에 독을 묻혔군요. 치명상을 입히진 못 했지만, 배선공마저 사망. 남은 건 0명, 게임 오버.


에필로그에서는 또 새로운 승부가 제안되며, 또다시 여관의 시체에서 돈을 챙기는 주인, 아내와 시체를 치우는 무남들이 나옵니다.


이들의 감정은 극단적으로 표현되어 있지만, 우리는 이런 비교와 질투의 삶을 매일 살고 있습니다. 이것은 신뢰의 문제입니다... 신뢰의 문제입니까?

이 희곡에서 보여진 주인과 아내의 계략은 생각보다도 단순합니다. 몇 개의 구체적인 상황들. 이것은 신뢰의 문제이기 이전에도 우리의 기저의 감정의 문제입니다.

"행복은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하지만

"증오는 나눌수록 커지잖아요."

그럼에도 이 여관엔 오늘도 사람들이 올 겁니다. 주인이 자주 내뱉는 형용사 "좆같은"으로 점철되었지만, 결국 매일 여러 사람들이 오게 되는 황색여관에 오늘도, 어서 오세요 여러분.

무남들의 노래로 끝을 내봅니다.

옹헤야! 옹헤야!

하루종일 쉬지않고

옹헤야! 옹헤야!

비지땀을 흘리면서

옹헤야! 옹헤야!

무덤판다 잘도판다

옹헤야! 옹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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