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TO.이프리나♥ [괴담]학급 모의재판

인터초이
2019-08-22 05:22:00 226 1 1

교장 : 그럼 마지막으로 한마디만 더 하고, 마무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입니다. 그래요, 다시 한번 입학을 진심으로 축하합니다.


-종소리-


교장선생님께서 입학식때 마지막으로 하셨던 말씀이 머리 속을 맴돈다. 난 요즘 이 말의 뜻을 뼈저리게 느끼고 있다. 


학교는 우리가 흔히 말하는 사회와 무서울정도로 닮아있다. 권력과 돈으로 보이지 않는 계급을 나누고, 강자는 약자를 지배한다.


학교에서도 똑같이 계급이 나뉘어진다. 부모님의 재력, 성적, 그리고 힘으로 분류된다.


이 세가지 중 하나 이상을 가진 최고 지배계급. 그들에게 지배당하는 노예계급. 그리고, 다수의 소시민 계급.


소시민 계급들은 대부분 지배계급에 동조한다. 그 중에 극소수만이 반항하거나, 그저 조용히 살아간다.


나는 노예계급에 가까운 소시민 계급이다. 왕따에 가깝지만, 다른 아이들이 나를 괴롭히거나 하지 않고 그저 투명인간 취급이다.


지금 나에게 있어 학교는 빨리 벗어나고 싶은 감옥 같은 장소다. 


평소와 같던 어느날. '법과 정치' 시간에 담임선생님이 말을 꺼냈다.


담임 : 오늘 너희 재판의 진행과정 배웠지? 이따가 7교시 자습시간에 모의재판을 한번 해볼까 해. 

        변호사랑 검사는 반장 부반장으로 정했고, 어제 미리 자료 줬으니까 그렇게 알고. 아, 수행평가니까 열심히 해야 된다.

        그리고 7교시 시작하기 전에 책상은 재판장처럼 배치해 놓고.


아이들의 얼굴엔 귀찮다는 기색이 역력했다. 하지만 난 지루했던 자습시간을 좀 더 재밌게 보낼수 있을것 같아 살짝 들떠있었다.


김창수 선생님은 '법과 정치'담당이자, 우리반 담임선생님이다. 


올해 처음 부임했던 선생님인데, 늘 상냥한 눈을 하고 있지만 그 눈은 왠지 슬픔과 원망이 느껴졌다.


그렇게 7교시 수업종이 울리고, 선생님이 들어오셨다.


담임 : 아까도 말했지만 형사공판 절차대로 진행할건데, 시간이 별로 없으니까 간단하게 진행할거야. 

        난 재판장 역할을 맡을거지만, 재판의 판결은 나머지 사람들의 투표로 정해질거야.

        난 공정하게 진행만 할거고. 어... 부반장이 검사. 반장이 변호사. 그리고... 피고인은.... 


선생님은 잠시 주위를 둘러보는척 하더니, 한곳에 시선을 멈추었다.


담임 : 장우형. 니가 해.


나는 속으로 '장우형? 진짜 잘어울리네. 나중에 실제로 잡혀갈수도 있으니까, 미리 연습해보는것도 뭐 나쁘진 않겠네. 큭큭큭' 하고 키득거리고 있었다.


장우형은 힘으로 지배계급이 된 놈으로, 포악하기 짝이 없는 성격 때문에 모두가 꺼려하는 인물이지만 괴롭힘을 받을까봐 아무도 반항하지 못한다.


늘 돈을 뺏고, 아이들을 때리고 다녔고, 온갓 악행은 다하고 다닌다.


배심원들까지 모두 착석을 완료하자 재판이 시작되었다. 다들 귀찮아 했고, 몇몇은 몰래 핸드폰을 만지고 있었다.


담임 : 자. 다들 준비됐지? 그래. 그럼, 재판을 시작하겠습니다. 


선생님이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담임 : 최초 진술은.. 그럼 내가 할께. 어.. 피고 장우형을 1년전 같은반 친구 김영훈을 살해한 살인죄로 고소합니다.


딴짓을 하고 있던 아이들의 표정이 굳어졌다. 나도 식은땀이 나기 시작했다. 그때 그 일을 다시 기억해낸 것이다.


우리 학교는 친근감을 높인다는 명목으로 입학 때부터 반이 정해져, 3년동안 그 반이 계속 정해지고, 담임선생님만 바뀐다.


이 방식은 몇몇의 아이들에게 친분을 높일 수 있게 해주었지만, 몇몇의 아이들에겐 벗어날 수 없는 지옥과도 같았다.


그리고 그 중 한명이 그녀석이다. 영훈이는 왕따였다. 나 같이 투명인간 취급이 아니라, 매일같이 돈을 뺏기고, 심할 정도로 맞았다.


하지만 우리 모두는 눈치만 보며 묵인하거나, 같이 괴롭혔다. 그 주동자는 장우형이었다. 


그리고 어느날, 영훈이는 성적 비관으로 자살을 했다.


갑자기 그 일을 왜 다시 꺼내는 걸까? 당황한 우리들을 무시한채 선생님은 재판을 진행했다.


담임 : 자 그럼 이제 변호사측. 변론하세요.


변호사를 맡은 반장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고동현. 뛰어난 성적에 부모님의 재력, 그리고 잘생긴 외모까지. 


흔히 말하는 엄친아였던 그는 여자아이들에게 인기도 많았고, 모든 선생님의 편애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장우형과 어울리며 온갓 안좋은 짓은 다하고 다녔다. 따지고 보면, 장우형보다 더 악질이었다.


하지만 국회의원인 아버지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선생님들은 그의 악행을 늘 눈감아 주었다.


고동현 : 그 사건은 이미 성적비관으로 자살한걸로 완결된 일입니다. 그 일을 지금와서 다시 꺼낼 이유도 전 없다고보니다. 

           게다가ㅋ... 게다가, 살인이라는 증거도 없지 않습니까? 이상입니다.


그는 단호하고 여유있는 얼굴로 말했다. 판사는 심각한 얼굴로 재판을 진행시켰다.


담임 : 음.... 증인이나 증거가 있으면 제시하고, 신문하세요.


검사역할을 맡은 부반장, 김남준이 일어났다. 그는 머리가 좋아서 성적은 늘 전교에서 다섯손가락 안에 들었다. 


표현이 서툴러서 차가워보일순 있지만, 누구보다도 따뜻하고 상냥한 놈이었다.


김남준 : 전 우선, 이동진을 증인으로 요청합니다.


갑작스럽게 내 이름이 나오자. 머리 속이 복잡해졌다. 나는 판결의 주제가 발표되었을 때부터 냉정해지도록 노력했다. 


하지만 지금, 머리가 새하얗고, 몸은 덜덜 떨려왔다.


모든 시선이 나에게로 쏠렸다. 설마 나가겠냐는 웅성거림이 들려왔다. 난 천천히 앞으로 걸어 나갔다. 


'어차피 모의재판 아닌가? 놀이일 뿐이다.' 라는 생각과 함께 마음 한편에선 혹시나 하는 작은 희망이 생겼다.


이동진 : 선서. 저는 진실만을 말할 것을 선서합니다.


나는 진실의 선서를 했다. 검사는 내 앞에 서서 나를 심문했다.


김남준 : 사건이 있던 그날, 증인은 그 시간에 학교에 있었죠?


이동진 : 네. 저.. 저는 그때 학교에 있었습니다.


김남준 : 뭘 하고 있었나요?


그는 다 알고 있다는 표정으로 물었다. 


이동진 : 그러니까... 전 그날 참고서를 놓고와서 방과후에 다시 교실로 갔습니다.


김남준 : 아니요. 전 지금 증인에게 그 얘길 하는게 아닙니다. 당신은 목격했습니다. 전 다 알고 있어요. 사실대로 말씀해주시길 바랍니다.


순간 갈등했지만, 난 조심스럽게 말했다.


이동진 : 하... 맞습니다. 전 봤습니다. 교실로 왔는데, 영훈이 가방이 보였습니다. 그래서 같이 집에 갈까 해서 복도로 나왔는데... 

           옥상쪽에서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래서... 후... 그래서... 살짝 문틈 사이로 옥상을 봤는데... 맞고 있었습니다. 

           영훈이가.. 장우형과 고동현 패거리한테요.


다시 배심원들이 웅성거렸다.


고동현 : 야발새끼가... 판사님! 증인은 지금 거짓 증언을 하고 있습니다.


고동현이 말을 끊었다.


담임 : 기각합니다. 증언 계속하세요.


판사는 쳐다보지도 않고 말했다.


이동진 : 근데... 영훈이가.. 일어나질 않았습니다. 그들은 당황해서 잠시 자릴 비웠고, 잠시 후에 다시 돌아왔습니다. 

           그리고 동현이가 무슨 말을 하더니, 옥상 철창 넘어로 영훈이를 던졌습니다. 하지만...흑... 그때 영훈이는 살아있었습니다...

           제가.. 패거리들이 자릴 비웠을때 확인했는데... 분명히... 분명히 숨을 쉬고 있었습니다.


김남준 : 그래요. 증언에 거짓은 없겠죠?


내가 고개를 끄덕이는걸 보고, 검사가 자리에 앉았다. 곧이어 변호사가 황급히 일어났다.


고동현 : 당신의 말이 사실이라고 칩시다. 근데, 당신은 목격을 했는데 신고를 안했습니다. 이건 방조죄에 해당됩니다. 양심은 있습니까?


김남준 : 판사님! 변호사는 지금 증인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검사가 말을 끊었다.


담임 : 인정합니다. 변호인, 언변 조심하세요.


변호사는 목소리를 가다듬고 다시 말을 시작했다.


고동현 : 후... 알겠습니다. 비겁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이동진 : 전.... 전.... 전 말했습니다. 살아있는걸 확인하자마자 교무실로 달려갔는데... 아무도 없었습니다. 

           영훈이가 던져지는 장면 보고 충격에 휩싸였지만... 다음날 바로 그때 당시 담임선생님께 말했습니다.

           이효근 선생님 한테요. 근데... 돌아온 대답이... '함구하라' 였습니다. 사건 이후에 종례시간에 우리들에게 말했죠.

           성적비관으로 자살한거니까, 따돌림이니 뭐니 헛소문 퍼트리지 말라고... 가산점.... 가산점 준다고, 우릴 꼬셨습니다.


반 아이들 모두 나를 배신자라고 말하며 째려봤다. 변호사가 뭔가 생각난듯 다시 말했다.


고동현 : 증인. 방금 전에 피해자가 폭행 후에 살아있었다고 말했죠? 피고인은 그가 살아있는줄 몰랐고 죽은줄 알고 던진겁니다. 

           재판장님. 그렇단 말은, 장우형은 살인죄가 아니라 과실치사에 해당됩니다.


변호사가 자리에 돌아가 앉으려고 했다.


이동진 : 아니요... 아.아닙니다... 재판장님. 던져질때 영훈이가... 필사적으로 몸부림 치면서 말했어요... 사..살려달라고... 

            근데.. 근데 너네가... 너네가 그거.. 무시했잖아!


배심원들 모두가 조용해졌다. 재판장은 무표정으로 다시 진행했다.


담임 : 자 이제 피고인 심문 시작하세요.


그리고 그때 짜증나 죽겠다는듯, 장우형이 소리쳤다.


장우형 : 아! 야발 진짜.. 그래! 내가 죽였다! 그깟 쓰레기새끼 죽은게 뭐 대단하고 유난을 떨고 있어! 야발.


교실이 조용하다 못해 적막해졌다. 한동안 말을 못하던 재판장이 입을 땠다.


담임 : 자. 마지막으로 최종 변론과 최종 진술 하세요.


검사가 일어나 배심원들에게로 다가갔다.


김남준 : 학교는 따돌림을 무시한 것도 모자라서, 제 소중한 친구의 죽음도 은폐했습니다. 

           저는 제 자신을 비롯한 이 학교의 모든 학생과 선생님들을 고소하고 싶습니다.

           배심원 여러분. 피고는 죄를 인정했습니다. 부디 유죄를 선고해주시기 바랍니다.


뒤이어 변호사가 일어났다.


고동현 : 뭐 전 딱히 최종 변론 같은건 안하겠습니다. 이상입니다.


그는 여유있는 표정으로 웃으며 말했다.


모의 재판이 끝나고, 배심원 투표가 시작됐다. 투표가 모두 끝나고 자리를 모두 원위치 시키자, 선생님은 교단 앞에서 말했다.


담임 : 다들 수고했어. 그래. 음... 그럼 이제 최종 결과를 발표할께. 피고 장우형에게 무죄를 선고한다.


기대는 절망이 되었다. 머리 좋은 고동현이 미리 재판 주제를 알았는데, 아무것도 준비하지 않았을리가 없었다.


배심원들은 재판이 시작됐을 때부터 그의 편이었다. 힘과 권력의 편이었다. 


선생님이 말을 이었다.


담임 : 그래 얘들아. 고생 많았다. 수고했고, 어... 사실 오늘 재판의 피해자였던 영훈이는... 선생님 아들이었어. 

        난... 좋은 선생님이 되려고 노력했지만, 좋은 아버진 아니었던것 같아. 학생들한테만큼... 아들에게 관심을 주지 못했던 거겠지?

        이 사건이 있었을때, 선생님은 뭔갈 알 수 있었어. 이 학교가 뭔갈 숨기고 있다는걸. 

        그래서.... 그래서 스스로 조사하기 위해서, 이 학교로 부임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리고... 그리고... 오늘 너희 덕분에 이렇게 사실을 알게 되서 선생님은 참 기쁘다. 그래.... 고맙다.

        오늘 수업은... 여기까지 하자....


선생님은 그대로 교실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 그날 저녁. 선생님은 학교 옥상에서 몸을 던지셨다.


그리고 나. 나는 재판 이후에 심한 괴롭힘을 받아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가야 했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학교는 사회와 무섭도록 닮아 있다. 난 잠시 반역을 꿈꿨지만, 현실은.... 변하지 않았다.


-종소리-

후원댓글 1
댓글 1개  
이전 댓글 더 보기
TWIP 잔액: 확인중
▲윗글 화,목 방송시간 변경! 이프리나
♥공지♥♥일상♥♥팬아트♥♥TO.이프리나♥♥게임추천♥♥아트자랑♥♥사연라디오♥♥잎튜브♥♥릴레이소설♥♥운동팸♥
2
♥일상♥
버림을 받았습니다. [1]
루나한
08-25
2
08-24
2
08-24
2
♥일상♥
감사합니다(_ _) [2]
반갑다반가워
08-23
2
♥사연라디오♥
흑역사 [1]
인터AI냥의포우
08-23
1
♥사연라디오♥
후회...후회라...후회란 말이지
인생의방랑자
08-23
1
♥사연라디오♥
노래부르다가 망신당한썰
익명
08-22
»
♥TO.이프리나♥
[괴담]학급 모의재판 [1]
인터초이
08-22
1
08-21
1
♥일상♥
드!디!어 500포인트!!!! [3]
종말의고태양
08-21
1
♥일상♥
학교폰 뻇는거 싫어요.. [2]
종말의고태양
08-21
1
♥일상♥
이제글세개만쓰면 500포인트! [1]
종말의고태양
08-21
1
♥일상♥
학교몰폰 긴장되네요 [1]
종말의고태양
08-21
1
08-21
1
♥일상♥
트스타그램 [1]
루나한
08-21
1
♥공지♥
★8월 4째주 사연모집★ [8]
Broadcaster 이프리나
08-21
2
♥일상♥
이프리나님밥드세용 [2]
종말의고태양
08-20
1
♥일상♥
어제 방송에서 추첨당첨됬었용! [2]
종말의고태양
08-20
1
♥일상♥
하... [2]
마이크헐
08-20
1
♥TO.이프리나♥
버스
에디터킴때려줘패티쉬있
08-20
1
♥TO.이프리나♥
잉어엿
인터초이
08-20
1
♥TO.이프리나♥
404호
인터초이
08-20
1
♥TO.이프리나♥
세상에서 가장 복잡한 살인사건
인터초이
08-20
1
♥TO.이프리나♥
굶어 죽어가는 개를 전시한 예술가
인터초이
08-20
1
♥일상♥
꼬기..이프리나님꺼 남겼어야됬는데.. [2]
종말의고태양
08-19
1
♥일상♥
남은이틀 동안은 일기를 써야겠어요... [2]
종말의고태양
08-19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