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퓨마 썰

ㅇㅇ73df2
2019-08-21 15:04:16 389 0 0

다시 말해두지만 이 일은 이 행성에서 일어난 일이 아니라는걸 밝혀두지.

그래. 그 때의 퓨마는 뭐랄까... 미쳤달까? (웃음)




















퓨마는 다시 한 번 모니터를 쳐다보았다. 믿을 수 없었다.

다시 한 번 눈을 비벼 모니터를 바라보아도 글은 사라지지 않고 있었다.

철권갤러리의 「개념글」

그리고 그 글 끝에 보이는 장발의 사내. 


영상에 비친 털보의 신랄한 비판이 퓨마의 머릿 속을 울리고 있었다.


'에휴 말 해서 뭐하냐. 퓨마 그딴식으로 할거면 유니폼 벗고 나가. 넌 자격이 없어.'


평소 훈계에 지쳐 그를 이긴 아슬란에게 고민을 털어놓고 싶었어도 영어를 못하기에 자신은 참았다.

아이뮤지션이 못해서 연대책임으로 자신이 까여도 속으로 욕 할지언정 내색하지 않았다.

하지만 이게 뭐란말인가?

댓글을 읽던 퓨마는 차오르는 분노에 정신이 아득해졌다.


"꽝"

락스의 국장, 참새락스는 문이 부숴지는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았다.

그 곳에는 한 마리의 퓨마, 아니, 퓨마 마스크를 쓴 거한이 서 있었다.

"퓨마 이게 무슨 짓이야?"

참새락스는 성을 내며 소리쳤다.

순둥이 같은 퓨마가 이런 짓을 하다니 믿을 수 없었다.

퓨마는 대답없이 그저 핸드폰을 올려들었다.


그러자 참새락스의 눈동자가 커졌다.

스크린에 비친건, 왼손을 올리고 오른손을 반대쪽 대각선으로 내리며 한쪽 발을 올린 묘한 포즈를 취하고 있는 사내의 사진이었다.


둘 사이에 정적이 이어졌다.

"너는..."


그 순간, 파문이 일었다.

"퓨마. 이리와라."

경상도 억양.

하양에서 무일푼으로 상경해 대림역 니퍼에게 이빨을 뽑힐 위기를 견뎌낸 입지전적의 사나이.


머리 끝까지 분노로 뒤덮인 상태에서도 퓨마는 그의 목소리를 거부할 수 없었다.

그 사내 앞에 놓인 아케이드, 그리고 녹색의 레버. 아니,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과거의 사내를 옭아매던 녹색의 레버는 이미 없어졌을 터인데...

퓨마는 문득 사내가 두려워지기 시작했다.


"앉아라."

사내는 퓨마가 앉을걸 미리 알고 있는 마냥 반대쪽 의자에 앉았다.

퓨마는 어쩔 수 없이 의자에 앉고 말았다.

의자에 앉은 퓨마의 눈에 보인 캐릭터. 순간, 세상이 어지러워지기 시작했다.

마스크의 답답함도, 자신의 분노도, 눈가에 어린 눈물도 잊은채, 둘은 데스를 하기 시작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정신을 차려보니 화면에 보이는건 189 WINS. 상대편에 적혀있던 글귀이다.

퓨마의 손이 떨렸다. 하지만 그 순간 분노했다. 오랬동안 잊었던 자신에 대한 분노.

그렇다. 장발 털보에 대한 분노는 이미 뇌리에서 잊혀진지 오래였다.


눈 앞의 숫자가 190으로 바뀔 무렵, 조용한 뇌까림, 허나 퓨마에겐 천둥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래, 이 레버. 나도 무언가에 집착하던 때가 있었지."

그렇다. 퓨마는 알고 있었다. 이 사내에게 그 레버가 어떤 의미였는지, 그래서 그 레버를 놓았을 때 얼마나 괴로워했는지도...


"하지만 소용없다는거 너도 알고 있잖아. 퓨마. 이걸 명심해라. ……"

사내의 뒤이은 말을 들은 퓨마의 작은 눈이 번쩍였다.

아아─ 그래, 이 사내는...

'꽝'

순간 퓨마의 머릿속에 무언가가 터졌다.


얼마나 지났을까.

그들의 눈앞에 보이는 숫자가 달라졌다.

191. 

아니다. 눈 앞의 숫자는 191이 아닌 「1」이었다.

"벽을 넘었구나."

옆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그것은 다름아닌 퓨마가 이 곳에 찾아온 목적, 털보사내였다.

털보사내는 그 말 이후에 말 없이 퓨마를 껴안았다.

퓨마는 대답하려 했다. 하지만 대답할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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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35년, EVO 챔피언쉽 시리즈, 세계 격투게임의 성지, 그리고 축제였다.

대망의 결승전, 십수만명의 관중들이 마스크의 사내를 보고 있었다.

왼엘보, 그리고 곧이은 왼엘보 훅─.

"KO"

관중들은 열광했다. 마스크의 사내는 퓨마. 중단과 중단으로 이지를 거는 기본기의 사내.

결승전을 마친 퓨마는 마이크를 전해받고 외쳤다.

"크릉─!"

퓨마는 눈을 감았다.

하지만 퓨마의 눈동자는 10년 전 그 날을 바라보고 있었다.


"난 브라이언을 버렸다."

그는 그렇게 말했다.

당시 그 말을 들었던 퓨마의 마스크가 곤두설 정도의 위력을 가진 말이었다.

퓨마는 의문을 품었었다. 허나 이어진 말에 납득할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스티브와 하나가 되었지. 나도 20여년 전, 누군가에게 들은 말이 날 이 자리로 이끌 줄은 몰랐어."

사내의 말이 귓가에 쩌렁쩌렁 울렸다.

"아이디와 캐릭터, 그리고 넌 철권으로 하나가 되는거다..."


감은 눈을 뜬 퓨마의 눈이 빛나기 시작했다.

퓨마는 다시 외쳤다.

"크르릉─!"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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