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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담! 심심해서 쓴 짧은 글!

Broadcaster 테인_
2019-07-21 21:28:48 158 4 0

딸깍, 딸깍, 딸깍.

정신없이 들리는 볼펜 누르는 소리가 귓가에서 사라지질 않는다.

그것을 깨닫고서야 문득 자신에게 묻는다. 나는 왜 이렇게 산만한 것인가, 또한 가만히 있을 수 없는가.

너무 과한 움직임 탓에 손목이 너덜거릴 때 즈음, 초인종 소리가 아릿하게 머리를 울린다. 그렇지, 먹을걸 주문했었지.

굳어버린 몸을 일으켜 문 앞으로 어적어적 걸어간다.

우선 비어버린 배가 요동쳤기에, 댓가를 지불하고서는 급히 방으로 돌아와 주문한 음식을 늘어놓는다.

한입, 한입. 그렇게 먹어치우곤 정리는 내팽개쳐두고서 다시금 책상 앞에 앉았다.


앉은지 얼마나 됐지, 해야 할 일이 얼마나 많은데 벌써.


어느새 방 한켠에 걸린 시계침이 새벽의 방 한켠을 찌르고 들어왔다. 허나 시야 안에 들어온 풍경은 아침의 자신과 크게 다를 게 없었다. 단지 손에 볼펜이 쥐어져있지 않다는 점 하나만 빼놓고서 말이다.

됐어, 어차피 이럴 바에야 환기라도 하자고.

아려오는 뒷덜미를 가볍게 누르고는 의자에서 몸을 일으켰다.

뭐가 됐든 귀찮다고 생각이 들어 그저 모자를 푹 눌러 쓰고서 현관 밖으로 나간다.


지금은 몇 시지?


흐릿한 기억 사이에 문득 걸음을 멈춰 시간을 확인한다.

손목에 매달린 숫자 하나가 제대로 비치지 않는 디지털 손목시계가 세시가 넘었음을 보여준다.

어라.

어슴푸레 눈에 들어온 바닥이 묘했다. 웬 카드가 한장.

일반적으로 게임을 하는, 원카드 따위나 포커같은데 쓰이는 카드가 아니었다. 어쩌면 흔하게 보기는 힘든 독특한 디자인의 타로 카드였다. 

더 채리어트. 타로에 대해 잘 알고있지 않았지만, 누가 봐도 전차의 모양이 그려져 있었고, 어디선가 그렇게 얘기하는 것을 주워 들었던 기억이 있더랬다.

그리고 매우 직관적인, 멈추지 않을 것 같은 느낌을 풍긴다는 점도 마찬가지로.


그저 멍하니 내려다 보고만 있다 다시금 자신에게 말을 걸었다. 뭘 그렇게 생각하는데, 별 것도 아닌 것에.

가벼이 환기를 하고서 원래 앉아있었어야 할 책상 앞으로 돌아가려 걸음을 뗀다. 

근질거린다. 그 카드는 뭐였을까 하는 그 생각에 걷는 방법을 잊을 정도로 신경이 쓰였다.

그렇게 멈출수 없이 고민하고 고민하던 중에, 문득 눈이 감겼다.

어지러웠다.

어지러웠고, 축축했다.

어디에 있는지도 가늠이 가질 않았다. 단지 느낄 수 있는건 깨질듯한 어지러움과, 기분나쁜 축축함이었다.

어지러움이 유지될수록 점점 몸이 느끼는 부유감은 심해졌고, 그 다음은 사해 위에 떠있는 듯한 느낌이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다리는 걷고있었다. 분명 움직이지도 못 할 정도의 부유감과 현기증이었지만, 몸은 계속 움직이고 있다는 사실은 느껴졌다.

심지어는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열심히 다리는 움직여지고 있었다.

점점 머리가 울려온다.

몸의 피로감을 느껴갈 만큼 움직였다는 기분이 드는 순간, 부유감은 점점 사라졌다. 물 속으로 점점 내려가며 걷고 있는 기분.

그러다 땅에 닿았다.


멈췄어야 했다.

닿았을 때, 그때는 멈췄어야만 했다.


하지만 다리는 멈출 줄 몰랐다. 

땅에 닿았음에도 불구하고 걸으면 걸을수록 점점 더 내려가고 있다는 것이 느껴진다.

한 발자국마다 깊어지는 땅의 깊이가 느껴진다.

얼어붙을 만큼 차갑다.

땅이 허리까지 차올랐을 때, 그제서야 잘못 되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젠장.


생각과 동시에 침전은 점점 빨라져만 갔다.

허리까지 차올랐던 지면은, 가슴을 타고 턱밑까지 나를 삼켜가고 있었다.

멈추고싶었다.


왜 멈추질 않지?

왜.


이내 머리 끝까지 집어삼켜져 갈 때엔 눈을 감아버렸다.

빌어먹을 다리는 아직도 제 뜻대로 걸어대고 있었다.

얼마나, 어디까지.


감았던 눈이 아려왔다. 그와 동시에 눈은 뜨여졌다.

뜨거웠고, 차가웠다.

내 몸이 너무 뜨거웠던 데 비해, 바닥이 너무 차가웠다.

어른어른한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벌겋게 식어있는 날붙이와 누군가의 하얀 운동화였다.

그리고 아까 눈에 들어온 전차 카드.


나는 그렇게 걸어댔지만 제자리에 쓰러져 있었다.

그리고 그 앞에 누군가가 있었다.

힘이 들어가질 않아 나를 좀 일으켜줬으면 했지만, 그럴 생각은 없었던 듯 하다.

눈꺼풀이 무겁다.

어지럽고 축축하다.


웃는다.


웃음소리가 저리게 맴돈다.


눈이 말을 안들을 때 즈음, 하얀 운동화 앞으로 손이 내려와 카드를 집어올린다.

그러고선, 다른 손으로는 내 눈을 감겨왔다.


기분나쁘게 축축했다.


하지만 편했다.


축축하고 새카만 심연은, 나에게 있어서는 편했다.


가끔 일케 글 썼었는데 요새 안써서 구냥 생각나서 써봤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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