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

자유글 선요일 수필

운_해
2019-07-11 00:05:57 170 4 2

<나>

글연습하는데.. 읽어주실 수 있을까요??


  중학교 2학년 때 초청으로 온 철학전공 교수가 우리에게 이런 질문을 했었다.

"여러분, 배 유적이 발굴되었는데 이것을 오랫동안 전시를 하다보니 낡아서 부분부분 새것으로 교체를 합니다.

그러다보니 나중엔 전체를 다 갈게 되었어요. 그럼 이 배는 발굴되었던 그 배라고 할 수 있을까요?"

알고싶지 않았다. 그런데 그 다음 질문에서 뒤통수를 맞았다.

"인간은 7년마다 신체를 구성하는 모든 세포가 새 세포로 바뀐다고 합니다. 물갈이가 아니고 부분부분 세포분열이 일어나고,

어떤 세포는 죽고. 그렇게 해서 전체가 새로 바뀌는데 7년이랍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나는 태어날 때의 나라고 할 수 있을까요?"

대답할 수 없었다. 여느 강연이었다면 강당을 나오는 동시에 기억에서 사라졌겠지만 그 강연의 질문은 지금까지도 나에게

되풀이되서 던져졌다. 

그리고 2년이 지난 후에. 그 질문에 대한 대답을 또다른 대답할 수 없는 질문으로 대신할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넌 진짜 왜 사냐?" 라는 질책아닌 질책을 받을 때가 간혹 있다. 이 문장은 강연에서 재미와 극적인 비유 효과를 얻기위해

사용하기도 한다. 왜 사냐는 질문은 듣고 대답할 때 목에서 탁 걸린다. '내가 사는 이유는 뭐다'라고 딱 잘라 규정하기가 

모호해서. 웃고 넘기거나, 우스갯소리로 왜 사냐는 질문이 나오게 된 주제를 답변으로 한다.

  나의 생각은 이렇다.

이론적으로 태어난 지 7년이 지나면 본래의 나라고 볼 수 없다. 사고방식이나 가치관이 급변할수도 있고, 신체적으로도

큰 변화가 있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물질적으로 태어난 순간의 나일 수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지금의 나던, 5년 전의 나던, 

10년 전의 나던지간에 한결같이 같은 사람으로 대한다. 물질적으로 다름에도 불구하고 동일인물로 대해주는 이유.

그것은 내가 사는 이유이기도 하다. 내가 사는 이유는 두 개연성 없는 본래의 나와 지금의 나를 연결하는 유일한 다리이다.

나의 기억도 물론 어릴때부터 지금까지를 연결한다. 그러나 이것은 그저 나의 역사이지, 나를 대변하지 않는다.

발굴에서 전시까지, 배의 역사인 것이다. 그러나 배의 목적, 그것은 수천년이 지나도 변하지 않는 대표성을 띈다.

'나는 본래의 나와는 다르다. 그러나 사람들이 나를 동일인물로 보는 이유는 태어났던 본래의 나와 살아가고 있는 지금의 나를 

관통하는, 내가 사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다.'

  정답은 아마 없을 것이다. 그냥 던져진 질문에 하는 2년만의 대답이다. 그리고 나의 생각을 조금 나누고 싶을 뿐이다.

애써 내가 사는 이유를 규정하지 않더라도, 이유가 있음을 상기시키는 것만으로도 힘이 나니까.

후원댓글 2
댓글 2개  
이전 댓글 더 보기
TWIP 잔액: 확인중
▼아랫글 오늘의 선곡 운_해
공지자유글게임추천팬아트클립
3
자유글
비는 주륵주륵 내리고
임밤비__
07-26
1
07-25
1
클립
단발잠 핑크잠 [2]
참소미
07-25
2
자유글
오늘의 '선'곡 [1]
운_해
07-24
2
07-24
3
자유글
그래서 어제 롤체 [3]
참소미
07-22
6
자유글
핑크머리했다 [6]
Broadcaster 선잠_
07-22
2
게임추천
불편하게 하나 더 올리기 [1]
운_해
07-22
4
자유글
귀족 + 정찰대 조합 [5]
onehae
07-22
6
게임추천
만년만에 겜추 [2]
운_해
07-20
4
자유글
방송을 켜주신다면 [2]
트수
07-19
5
자유글
고냥 [1]
xxxinsung
07-19
4
자유글
고양이 [2]
참소미
07-18
3
자유글
오늘 그녀는 온다해따
임밤비__
07-18
2
자유글
오늘의 '선'곡 [1]
운_해
07-15
4
자유글
인스타그램 [2]
참소미
07-12
5
공지
오뱅없 토뱅있 [4]
Broadcaster 선잠_
07-12
6
07-11
»
자유글
선요일 수필 [2]
운_해
07-11
6
자유글
오늘의 선곡 [2]
운_해
07-08
4
07-07
3
자유글
그냥 노래 추천 [1]
참소미
07-07
8
자유글
선잠은 돌아왔지만 [2]
김주아니
07-05
7
자유글
집을 구하긴 했다 [6]
Broadcaster 선잠_
07-04
8
07-03
4
07-03
인기글 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