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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사실 청나라 황실의 후손입니다.

오이거뭐야길게도써져
2019-07-10 21:22:16 669 6 2

 1차 국공내전 때, 저희 아버지의 할아버지, 즉 증조할아버지이신 '아이신기오로 쉬옌(愛新覺羅 虛言)'께서는 본인 스스로 청 황실을 일으켜보겠다며, 일본의 도움을 받아 만주국을 건설한 아이신기오로 푸이와는 다른 노선을 선택하십니다. 하지만 제가 트수기질을 어디서 받았겠습니까? 이거 유전입니다. 저희 아버지도 하스스톤에 빠지실 즈음에 트위치에 입문하셨고, 지금은 멀티트위치로 다수의 방송을 보기위해 i9 머시긴가 하는걸로 컴퓨터를 맞추셨습니다. 가끔 하스하시는 거 말고는 게임하시는 걸 못봤고 저는 무서워서 건들 엄두도 나지 않네요.

 각설하고, 사실 그런 의지만 가지고 어떻게, 또 어디서 나라를 선포할 것이며, 대체 누가 망국의 황족 따위를 왕으로 받들려고 하겠습니까? 결국 포기하신 증조할아버님께서는 공산주의는 죽어도 싫다며 쥐도새도 모르게 국민당의 장제스가 있는 대만으로 망명을 택하십니다. 안타깝게도 망명과정에서 큰 병을 얻으신 증조부께서는 대만에서 생을 달리하시고, 할아버지께서는 어린 아들과 부인을 데리고 일본을 거쳐 한국으로 오십니다. 당시 한국에는 청요리가 유행이었고, 나름 솜씨가 좋으셨던 할아버지께서 ‘구라각’이라는 청요리집을 차리시며 유행에 편승하려하셨으나 대만식 갈색 자장면은 한국에서 인기를 끌지 못했고, 가게가 망하면서 빚더미에 앉게됩니다.

 화교인것도 모자라 찢어지게 가난하다니, 헬조선에서는 차별받기 참 좋은 소재 아닙니까? 결국 대한민국에 귀화를 결정하시고 아버지께서는 집안을 일으키겠노라며 ‘허언 운송’이라는 작은 기업에 취직하십니다. 죽으란 법은 없었나 봅니다. 시간이 지나며 능력을 인정받아 중소기업이지만 요직을 맡으셨고, IMF를 견뎌낸 회사는 어느정도의 규모를 이어왔고, 아버지는 명예퇴직을 하셨습니다. 퇴직금으로 할아버지를 기리며 ‘구라각’을 다시 열었고, 지금은 홀 규모 10석 정도의 작은 가게지만 배달 맛집이라며 나름 잘 되고는 있는거 같습니다. 

 고환결손으로 신검 5급받고 싱숭생숭해서 쓰다보니 길어졌네요. 트수 여러분들 더운데 건강 잘챙기세요.


 아 맞다. 저희 증조부님 성함을 그대로 읽으면 애신각라 ‘허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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