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 거리를 따라 나는 걸어간다.
그런데 내 걸음걸이가 아니다. 누군가의 걸음걸이이다.
이것이 드디어 그녀의 걸음걸이일까 기대하면
나의 시간들이 스쳐지나갔다.
1월의 새의 걸음은 눈 속에서, 2월의 소녀의 걸음도 눈 속에서, 3월의 소년의 걸음은 터널 속에서, 4월의 나의 걸음은 침묵 속에서.
결국 지탱 없는, 지지대 없는 방식으로 난 다시금 이 거리에서 타인의 발걸음을 흉내내고
그것이 진정 들어맞아 내 모든 것이 한 사람에게 파묻히지 않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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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의 형식뿐만 아니라 시어의 발굴을 위한 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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