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간 기해님 방송이 오전으로 바뀌기도 했고 시간이 나질않아 방송을 자주 못봤었습니다.
모처럼 저녁시간에 시간이 되어 기해님 지난 방송을 보려고 들어왔다가 공지를 보았어요.
저도 부친상을 치룬지 이제 3년밖에 안되었네요.
처음 겪는 일인데다가 상주인지라 정신도 하나도 없고 슬플 시간도 없이 발인하고 화장까지 하고
수목장을 마치고 나서야 빈자리가 느껴지더라고요.
기해님은 어떠질지 모르겠지만
저는 부친과의 관계가 정말 좋지 않았었어요. 남보다 못한 사이? 한달이 뭐야.. 일년에 대화를 한두마디나 할까 싶은 그런사이.
장례 치루는 내내 슬픈 마음보다는 당황한 심정이 더 컸는데 마지막 보내드리고 나서야
아.. 이제 못보는구나 생각이 들더군요. 후회? 그런마음도 들고요.
남은 가족들이 힘들어 하는 모습을 보는게 더 괴로웠더랬어요. 어머니와 여동생을 달래는것도 제 몫이였거든요.
소식못들은 조금 먼 지인들의 아버지는 잘계시지? 라는 안부인사도 가족들을 힘들게만들고
24년 가까이 살던 집 여기저기에 보이는 흔적들 때문에 또 힘들어하는걸 보고 그래서 부랴부랴 집을 정리하고
처음으로 서울을 떠나 경기도로 이사까지 왔고요.
그렇게 조금씩 조금씩 지워나가는 그 과정이 또 사람을 힘들게 하더라구요.
살아온 시간도 환경도 다르니 지금 기해님이 어떤 심정일지 전부 다 이해하고 공감하지는 못하겠지만
그래도 기해님이 지금 많이 힘들고 지쳤을꺼라는건 충분히 알 수 있고 또 공감하고 있어요.
주변에서 기운내라는 말도, 시간이 약이라는 흔하디 흔한 말도 지금 와닿지도 않고
남 이야기라고 참 쉽게 하는 말이구나 느껴지실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이렇게 주저리 주저리 제 경험까지 이야기 하며 글을 쓰는 이유는
일전에도 글을 한번 썼었지요. 기해님 방송 알고 웃는 일이 많아졌었다고
그렇게 방송으로 웃음과 기쁨을 주던 사람이 힘들어 하고 있을 것 같아 작게나마 위로하고 싶어졌기 때문입니다.
모든 일 억지로 하지마시고요. 천천히 순리대로, 흘러가는대로 잘 치루시고
많이 지치고 아팠을 마음 잘 추스리고 그리고 남은 가족들의 상처도 잘 어루만져주시고
그리고 난 뒤 돌아오세요.
차분하게 기다리고 있을테니 천천히 회복하시고 돌아와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