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 틈 사이로 슬며시 들여다본다
‘언젠간 이곳을 벗어난 적도 있었지.’
등 뒤엔 희미한 백열등, 노을빛으로 깜빡거린다
‘목적지 없는 여행. 푸르른 창공으로 향했었지.’
소주병 하나 없으면 원망 받는 추운 밤
‘하늘이야 내 마음에 도배해두었으니 이젠 충분타.’
그 속에서 휘청거리는 구둣발 소리
‘지난날의 꿈, 그리고 지난날의 고독은’
깜빡이는 불빛에 스치는 거대한 그림자
‘맛보기도 참으로 괴로웠으나’
담배 연기 가득한 침대 위 재떨이
‘방랑자 흉내로 즐거이 다녀왔다 생각하자.’
흐느끼는 벨소리는 수면 위에 떠올랐다 잠긴다
‘여기도 참으로 우리 집이 아니지마는’
백열등을 꺼진다
‘잠시 다녀오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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