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작스레 백일장이 시작됐다하여 일 끝나고 느긋하게 술을 먹다 급히 메모장을 열어 글을 쓴다.
어떤 식으로 글을 써야 지금 보는 스트리머에게 좋은 글을 보여드릴 수 있는지 5분동안 진지하게 생각하니 아무런 소재가 떠오르지 않았다. 미리 공지라도 했으면 주제에 맞게 퍼즐 맞추는 듯이 머릿속에서 조각 하나 하나씩 맞추며 그나마 보기 좋은 글을 만들 수 있을 텐데 아쉽다.
벌써 시간은 12시 7분을 가리키고 있어 간단하게 내 얘기를 하면서 앞으로 나비 님에게 행복한 나날들만 생기길 바라며 글을 쓴다.
트위치를 처음 보게 된 계기는 단순히 다른 플랫폼에서 방송하던 분이 어느 날 갑자기 아무 말없이 방송을 하지 않고 잠적한 일부터 시작된다.
당시 난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며 최소한의 생활비를 가지고 멍하니 놀던 사람이었다. 남들은 열심히 공부하거나 적성에 맞는 일을 하며 미래를 꿈꾸고 있었던 시기에 난, 내게 맞는 일이 무엇일까 제자리 걸음을 하며 여러 단기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이리저리 백수 아닌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었다.
그러다 심심해서 볼만한 인터넷 방송을 찾다가 시청자가 적은 방송을 봤다. 적은 시청자 수라서 그런 걸까 많은 소통을 하고 있어 나도 한 두 마디하다 보니 어느 샌가 고정 시청자가 되어 같이 어울리게 되었고, 내가 일 끝나고 오면 항상 방송이 켜져 있어 그날 있었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나도, 어느 순간부터 내 일정에 그 사람 방송이 들어갔다.
하루 2시간이라는 짧은 시간동안 얘기를 나누며 계절이 바뀌고 다시 봄이 되니 난 일을 구하고, 바쁘게 생활해서 제대로 방송을 보지 못할 때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도 그 분은 방송을 하지 않았다. 처음엔 무슨 일인지 걱정이 되서 매일 괜찮냐고 방송 게시판에 올려도 매번 답장을 하지 않았다.
방송을 그만뒀구나 한숨을 쉬던 중 나도 모르게 트위치를 깔았다. 혹시 트위치에서 방송을 다시 하는지, 나와 같이 한 명 한 명 시청자들에게 오늘 잘 지내셨는지 묻는 그 목소리를 다시 듣고 싶어서 한동안 트위치에서 여러 방송을 봤다.
시간이 없어 결론부터 말하자면 다시 방송하는 일을 없었다. 그리고 최근에 그 분이 글을 올렸다. 그동안 많은 일이 있었고 조만간 결혼한다는 글을 올렸다.
그 글을 보고 나니 이상하게 웃음이 나왔다. 아직도 내가 그 사람을 기억하는 건 그때 아무런 돈도 없고, 세상에 대해 객기만 부렸던 그 시간이 그리웠구나. 아무 걱정없이 단순히 방송을 보며 웃었던 당시의 나를 그리워서 그렇게 나작스처럼 찾아다녔구나.
방송한지 한 달이 된 나비 님을 보니 괜히 그 시절을 떠올라 백일장 주제에 맞게 써봅니다. 비록 앞으로 있을 일은 아무도 어떻게 되질 모르지만 지금 본다는 사실이 제겐 행복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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