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이야기는 직장 선배의 이야기 입니다.
그 직장선배에게는 아들과 딸, 자식이 두명이나 있습니다.
그런데 이 두 아이가 그 직장 선배의 성격을 빼다 닮아 굉장히 시크 합니다.
이제 초등학교 저학년인 첫째 아들과 유치원 다니는 막내 딸인데도 불구하고
마치 세상만사 다 통달한 애늙은이 같다고 그 선배가 이야기 하더군요.
어느정도냐면 할아버지, 할머니, 부모가 선물을 해도 전혀 좋아하는 기색을 하지 않고
(예를들어 무언갈 선물 하면 아이들은 막 뛸 듯이 기뻐하는데, 이 아이들은 스윽 훑어 보고
자기 하던 일 계속하면서 "저기다 놔~ 이따 볼께."라고 하는게 태반이라고 하더군요.)
무언가 잘못을 해서 뭔가 아끼는 물건을 잠시 사용 못하게 한다고 이야기해도,
"응, 그러든가 말든가."라는 식으로 말이죠.
그걸 그 선배는 굉장히 분해 하더군요.
애들이 애들 답지 않아서 뭔가 내가 지는 것 같다고 말이죠.
물론 저는 아이는 커녕 결혼도 하지 않아 잘 모르겠는데 말이죠.
그 이야기를 계속 해요.
난 모르는데. 왜 하는거야?
암튼,
그 선배가 얼마전 의기양양하게 저에게 이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딸내미한테 복수를 한거 같은데 뭔가 찜찜하다고.
그래서 속으로 아니 그 어린애 한테 무슨 복수를 했다는거야?라는 생각을 가졌지만
티는 안내고 물어봤습니다. 무얼 복수했냐고.
지난주에 딸이랑 단 둘이 있는데 갑자기 궁금한게 생기더랍니다.
그래서 책을 읽고 있는 딸에게 물어봤다고 하더군요.
아빠 - 딸, 딸은 세상에서 누가 제일 좋아?
딸 - (시큰둥하게)엄마.
아빠 - (뭐 이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어.) 그럼 다음은?
딸 - 음...
아빠 - (뭐야, 이게 고민할 일인가?)두번째는?
딸 - 음... 외할아버지, 외할머니.
아빠 - (약간 당황하며)아... 그... 그래? 그럼 세번째는?
딸 - 할아버지, 할머니
아빠 - 그럼 다음은?(이 때 쯤 포기했다고 하네요.)
딸 - 오빠
아빠 - 그럼 아빠는?
딸 - 아빠는 제일 마지막.
그러고 다시 태연하게 책을 다시 읽더랍니다.
순간 그 선배는 엄청 서운했다고 합니다.
엄마야 어차피 애들이 제일 좋아하는게 보통 엄마니까 이해는 하겠지만.
꼴찌라니.
꼴찌라니.
순간 집에 개를 안키운게 다행이다라고 생각했답니다.
자칫 개보다 못한 아빠가 될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과 함께.
암튼 자존심이 무척 상한 상태에서 다시 꿋꿋이 물어봤다고 합니다.
아빠 - 근데 아빠가 왜 꼴찌야?
딸 - 몰라.
아빠 - (집요하게) 응? 왜 꼴찌야? 왜 딸은 아빠가 제일 꼴찌야?
딸 - 그냥.
아빠 - 그러지 말고 이야기 해줘라~~
딸 - 음.......
갑자기 딸이 읽던 책을 손에서 놓고 그 선배를 물끄러미 쳐다 보더랍니다.
그래서 그 선배는 굉장히 자애로운 눈으로 딸을 바라봤다고 했습니다.
뭐 그런 눈빛을 할 수 있을리 없었겠지만 그렇다고 넘어 갔습니다.
어쨌건 그렇게 계속 딸을 바라보고 있었는데.
갑자기 딸이.
딸 - (한심하다는 듯)에휴... 아빠가 아빠를 몰라?
아빠 - 응?
딸 - 아빠가 아빠를 모르냐고, 알텐데?
그렇게 딸은 다시 고개를 좌우로 저으며 다시 책을 읽기 시작하더랍니다.
아니, 내가 아무리 술 먹고 늦게 들어가는 일 많고,
잔소리 좀 하기로서니 저 꼬맹이가 아빠한테 이런 이야기를 하다니!!!
이게 그렇게 분하더랍니다.
그래서 씩씩 거리면서 끝났으면 좋았으련만.
결국 이 선배가 선택한 복수라는게... 에휴...
아빠 - 딸, 잠깐 아빠 봐봐.
딸 - (무척 귀찮아 하며)아~ 왜에~~
아빠 - 아빠가 무척 중요한 이야기가 있어서 그래.
딸 - 그럼 해봐. 나 듣고 있어.
아빠 - (분하지만... 빠직...) 딸은 이번 크리스마스에 산타클로스 할아버지한테 뭐 받고 싶어?
딸 - 음... 뭐 할아버지가 알아서 주시겠지.
아빠 - 근데 정말 신기하지, 딸? 산타할아버지가 귀신같이 우리 딸한테 선물도 주고.
딸 - 그거야 산타할아버지니까.
아빠 - 산타할아버지는 정말 어떻게 그걸 다 알고 계실까?
딸 - 말 했잖아. 산타할아버지잖아.
아빠 - 딸은 정말 산타할아버지가 있는거 같아?
딸 - 당연하지. 크리스마스 선물 맨날 맨날 주잖아.
아빠 - 딸, 잘 들어. 사실 그거 할아버지, 할머니, 엄마, 아빠가 딸이 잘 때 몰래 크리스마스 선물 주는거야.
산타할아버지가 주는 것 처럼. 그래서 자꾸 너한테 뭐 받고 싶냐고 물어보는거야.
세상에는 산타할아버지란건 없.어.
딸 - .............
선배의 말로는 딸아이가 잠시 생각하는 것 같더랍니다.
그러더니, 별로 상관 없다는 표정으로.
딸 - 그럼 그런가부지 뭐.
그게 끝이었답니다.
그 선배의 생각으로는 아직 애니까 이런거에 충격 받아서 울고 불고
'아니야!! 산타할아버지 있어!!! 있단 말이야!!!'를 바랬는데.
너무나 쿨하게.
너무나 시크하게.
그런 식으로 끝이 났답니다.
그래서 너무 찝찝한데...
그래도 속으로는 충격을 좀 받았을 거라고, 그렇게 위안을 삼고 있는 그 선배를 보고
저는 속으로 혀를 끌끌 차면서,
"잘 했네요~" 라고 말해 주었습니다.
그런데.
그런데......
여기서 끝이 아니었습니다.
얼마 후,
큰 사건이 일어났다고 합니다.
그 사건인 즉슨...
그렇게 딸이 시크하게 넘어가니 무슨 일이 있겠냐 싶어 잠시 잊어버리고 있었는데..
얼마 후 딸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에서 선생님으로부터 심각한 전화가 왔다고 합니다.
그 내용은 이렇다고 합니다..
선생님 - 여러분~ 이제 곧 있으면 크리스마스죠??
유치원생들 - 네에~~~
선생님 - 여러분은 착한일 많이 하고 했어요?
유치원생들 - 네!!!!
선생님 - 아휴~ 잘했어요. 착한일 많이 했으니까 이번 크리스마스에는 산타할아버지가 좋은 선물 많이
주실꺼에요~
딸 - 산타할아버지 없는데.
선생님 - 응?? 뭐라고 했니??
딸 - 산타할아버지 없다고요.
선생님 - (당황하며)왜... 왜 그렇게 생각하니???
딸 - 우리 아빠가 산타할아버지는 없다고 했어요.
선생님 - 아... 아니야. 아빠가 잘못 알고 계신거야. 산타할아버지는 있단다~
딸 - 아닌데... 아빠가 없다고 했는데요?
아이들 - 아니야~ 산타할아버지 있어!!!
딸 - 아니야. 산타할아버지 없어. 그거 다 너희 엄마아빠가 주는거야.
(그 선생님 말로는 이 이야기를 아이답지 않게 그렇게 차분하게 했다고 합니다.)
아이들 - (울먹거리며) 아니야!! 있어~~!!!
딸 - 너희들 엄마아빠가 자꾸 선물 뭐 가지고 싶은지 물어봤지?
아이들 - 으응...
딸 - 거봐. 그거 니네가 가지고 싶은거 알려고 물어보는거야. 아빠가 그랬어. 그러니까 산타할아버지는 없어.
그렇게 이야기 하고 아주 태연하게 선생님을 쳐다보았다고 합니다.
선생님은 아주 당황하여 어찌할 줄 몰라하셨고,
그런 모습을 본 아이들은 우왕좌왕 서로 울면서 수습이 안되었다고 합니다.
결국 그 아이들은 그날 자신의 엄마 아빠에게
"진짜 산타할아버지는 없어? 그 애가 그러든데??" 라고 물었답니다...
그걸 해명하느라 그 유치원 아이들 엄마 아빠들은 진땀을 뺐고...
도대체 그걸 누가 이야기 했냐고 물었더니...
아이들이 선배 딸아이의 아빠가 그런 소리를 했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유치원에 항의전화가 빗발쳐서... 결국 집으로 전화를 하게 되었다고...
그 이야기를 들은 형수님은 선배의 등이 시퍼런 멍이 들도록 등짝스매싱을 갈겼지만 그 선배는.
"아, 왜? 내가 틀린 말 했어? 어차피 크면 알게 되잖아."
라고 했다가 더 맞았다고 합니다.
그래놓고 본인이 무얼 잘못했는지 모르는지 저보고 물었습니다.
"내가 잘못했냐?"
네, 잘못했습니다.
차마 그 앞에서는 말을 못 했지만 동심파괴자는.... 큰 잘못이죠.
신청곡은 비투비의 '울면안돼.'를 신청하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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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예전에 라디오 사연으로 보냈다가 당첨되었던건데...
잼미버젼으로도 듣고 싶어서...ㅎㅎㅎㅎㅎㅎㅎ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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