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을 삼키고 나는 여기에 멈추어버렸다. 결국 오늘 다시 돌아와봤자 내일 이 곳에 있을 것이니까. 비가 오기를 꿈꾸었지만 지금 쏟아지는 건 달빛 뿐이고 이 빛은 내일 날씨도 나를 여기에 내몰 것이라는 조롱 같아 보였다. 애꿎은 신발 하나로 애꿎은 가로등 하나를 깨부수려 애써보지만 결국 거리에 신발은 다시 돌아온다.
다음날엔 니삭스를 신고 바깥에 나왔다. 이러면 적어도 우스꽝스러우니까 사람들은 웃어줄 것이니 이렇게 돌아오는 한심한 하루가 조금 덜 서글퍼지지 않을까 싶었다. 그러나 난 오늘도 결국 신발로 가로등을 깨부수려 애썼다. 하지만 적어도 신발이 이 좁은 아스팔트 거리에 부딪히며 산란하는 돌은 맞지 않을 수 있었다. 결국 내 한 짝뿐인 니삭스의 왼발은 아스팔트로 찢겼다.
그것을 바다로 흘려보냈다. 너만큼은 무엇이라도 되라고. 그러나 니삭스가 건너던 다리 밑에는 커다란 물고기가 있었고 그 물고기의 안에는 기도가 있었다. 다행히 미삭스는 충분히 길어 물고기의 시체에서 꺼내 다시 흘려보내어 줄 수 있었다.
하지만 다시 또 물고기를 만나거나 산산이 부서지겠지. 그것은 경비원 아저씨가 라이트 등을 비추거나 낮이 오면 밝혀질 일이다. 나의 남은 한짝의 니삭스는 바다로도 흘려나가지 못한 채 다음 날에 내 화풀이를 맞아주어야만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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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트:Elephant Gym-Moonset(Feat. YeYe)의 한 가사에서 모티브를 따왔습니다
가사도 저작권 있다고 하니 어쩔 수 없이 적진 못 하네요(다행히 제목은 저작권이 없으므로)
이 작품이 백일장에 내는 마지막이 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