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본앵 / 千本桜
봄이 그녀를 죽였다 /
눈과 같이 차갑고 /
눈과 같이 아름답던 그녀를 /
눈과 함께 잃어버렸다 /
세상은 생각과 함께 젖어가고 /
시간은 벚꽃과 함께 만개했다 /
녹아내린 눈의 흔적은 잔상조차 남지 않았고 /
흩날리는 벚꽃에 그녀를 떠나보냈다 /
모든 걸 떠나보낸 탓에 /
세상은 하염없이 슬퍼져 가고 /
지나가던 강아지도 나를 비웃으니 /
나는 눈물을 자아낸다 /
떠나보낸 그녀가 /
나의 눈물에 남아있다 /
잊어버린 그녀가 돌아올 길은 /
모두 닫아 버렸으니 /
아름답던 여름의 바다 /
고고하던 가을의 낙엽 /
사라져버린 겨울의 눈 /
봄을 채울 벚꽃은 어째서 돌아오지 않는가